방위비협상 또 결렬…주한미군 한국인 무급휴직 현실화 우려(종합2보)

로스앤젤레스에서 17∼19일 7차회의 개최…'인건비 우선해결'에도 합의 못 해
주한미군, 4월1일부터 '무급휴직' 입장…노조 "안보에 치명적 위협·출근투쟁"
정은보, 총액 관련 "계속 조금씩 좁혀져"…미국 "간극 커·한국의 유연성 필요"
한국이 올해 부담할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의 수준을 정하기 위한 한국과 미국 간 협상이 또 접점을 찾지 못했다. 이에 따라 주한미국이 4월 1일부터 시작할 예정인 한국인 근로자 무급휴직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한미 양국은 제11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7차 회의를 17∼19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개최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외교부는 20일 "아직까지 양측간 입장 차이가 있는 상황이나, 양측은 상호 수용 가능한 합의의 조속한 타결을 통해 협정 공백을 최소화하고 한미 동맹과 연합방위태세에 기여할 수 있도록 긴밀히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미는 당초 이틀로 계획됐던 회의 일정을 하루 연장해가면서 협의를 이어갔지만, 분담금 총액에 있어 여전히 입장차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연합뉴스의 질의에 "공정하고 공평한 방위비 분담에 이르려는 한국 측의 더 큰 집중과 유연성을 필요로 할 것"이라며 "그 간극은 큰 상태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정은보 방위비분담협상대사도 19일(현지시간) 공항에서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아직 완전한 타결에 다다른 것은 아니고, 여전히 좀 해소돼야 할 입장 차이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입장차를) 계속 조금씩 좁혀져 나가는 상황"이라고 말해 진전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미국은 최초 요구했던 50억 달러보다는 낮아졌지만, 여전히 작년(1조389억원)보다 크게 인상된 40억 달러 안팎의 금액을 제시하고 있고, 한국은 이에 10% 안팎의 인상으로 맞서왔다.

한국 대표단은 총액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의 무급휴직을 막기 위해 인건비 문제만 우선 타결을 시도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정부는 ▲주한미군이 자체 예산으로 임금을 지급한 뒤 추후 협상 타결 뒤 이를 보전해주는 방식 ▲인건비에 대해서만 별도의 교환각서를 체결해 국방부가 확보해놓은 분담금 예산에서 지급하는 방식 등을 미국에 제안한 바 있다.

그러나 미국은 그간 '인건비 우선 타결' 방안에 대해 "포괄적인 SMA를 신속하게 맺는 것을 대단히 손상할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해왔고, 이번 협상에서도 이런 입장을 굽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대로라면 주한미군은 다음 달부터 한국인 근로자 무급휴직에 들어갈 것으로 우려된다.

미 국무부는 이번 회의 결과를 설명하며 "한국인 근로자의 거의 절반에 대한 무급휴직을 앞둔 상황"이라고 밝혀 무급휴직 규모가 상당할 것임을 시사했다.

하지만 미국도 무급휴직 사태가 연합방위 태세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어 끝까지 이를 고집할지는 불투명하다.

주한미군 한국인 노조는 이날 주한 미 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급휴직은 대한민국 안보는 물론, 수만 명의 주한미군과 그 가족들의 생명과 안전에도 치명적인 위협이 될 것"이라고 비판하며 '출근 투쟁' 방침을 밝혔다.

한미는 다음 회의 일정을 발표하지 않았다.

정 대사는 이달 내 다시 대면회의를 하기는 어렵다고 밝힌 뒤 "전화와 이메일 등 다양한 소통 수단이 있고, 대사관 채널도 있기 때문에 계속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외교 소식통은 "미국이 의지만 있다면 굳이 추가 회의를 열지 않고서도 자체 예산으로 일단 한국인 근로자에게 임금을 지급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미는 올해 1월부터 적용돼야 할 11차 SMA 체결을 위한 협상을 지난해 9월부터 진행하고 있으며, 이번 회의는 지난 1월 이후 두 달 만에 열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