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동남아도 빠르게 확산…호주선 '코로나 크루즈' 발생

모디, 외국인 막고 외출 자제령
파키스탄 "여력 없어 봉쇄 못해"

인도네시아, 검사 1600명뿐
시드니 하선 크루즈선 3명 확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럽과 미국에 이어 아시아 인구 대국에서도 빠르게 번지고 있다. 인구 20억 명에 육박하는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는 인구밀도가 높고 보건 인프라가 부족해 코로나19의 새로운 ‘핫스폿’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인구 세계 2위(13억3800만 명)의 인도는 외국인 입국 사실상 금지, 국제선 착륙 1주일간 금지 등 강력한 조치를 내놨다. 인도의 코로나19 확진자는 20일 기준 223명으로,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지만 최근 확진자 수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이에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외출 자제’를 호소했다. 모디 총리는 “22일 오전 7시부터 오후 9시까지 진행하는 ‘공공 통행 금지’에 동참해 달라”며 “이 시간에는 가능한 한 모든 국민이 집에 머물러 달라”고 요청했다.

세계 4위 인구 대국인 인도네시아(2억7352만 명)는 코로나19 확진자가 369명으로 늘고, 사망자가 동남아에서 가장 많은 32명을 기록하자 비상이 걸렸다. 현재까지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사람이 1600여 명에 불과해 진단키트 등 의료용품 확보는 물론 ‘봉쇄’와 같은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종교행사 등과 관련한 대규모 감염 사태가 나오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파키스탄(2억2089만 명·세계 5위)에서도 감염자가 크게 늘고 있다. 20일 기준 파키스탄의 코로나19 확진자는 467명으로, 전날보다 160명 증가했다. 하지만 의료 인프라가 열악해 코로나19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는 “봉쇄 조치를 할 정도의 경제적 여력이 없어 코로나19 확산은 불가피하다”며 “그러나 시민들은 공포심을 갖지 말라”고 당부했다.

인구 1억1000만 명에 육박하는 필리핀은 코로나19 환자가 230명이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지난 17일 수도 마닐라를 포함해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인 5700만 명이 거주하는 필리핀 북부 루손섬을 통째로 봉쇄하고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또 22일부터는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하기로 했다.

호주에서도 시드니에 하선한 크루즈선 루비 프린세스호 탑승자 일부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뉴사우스웨일스주 당국은 루비 프린세스호에서 감기 증상을 보인 탑승자 13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한 결과 승객 2명과 승무원 1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20일 발표했다. 이 크루즈선엔 승객 2700여 명과 승무원 1100여 명이 탔다. 앞서 일본에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미국에선 그랜드 프린세스호에서 각각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