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중징계 효력정지…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연임 '청신호'

법원, 우리銀 가처분신청 인용
25일 주총서 표대결로 가려질 듯
"우호지분 더 많아 연임 가능성 커"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사진)에게 내려진 금융감독원의 중징계에 대해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징계의 적법성을 더 살펴봐야 한다는 취지다. 회장 연임을 위한 법적 문제가 사라지면서 공은 주주총회로 넘어가게 됐다. 우호 지분이 많지만 일부 연기금이 반대 의사를 표시하고 있어 표 대결로 연임 여부가 가려질 전망이다.

“징계 적법 여부 소송서 가려야”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판사 박형순)는 손 회장과 정채봉 전 우리은행 부문장이 낸 징계 효력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20일 인용했다. 재판부는 “금전 보상만으로는 참고 견디기가 현저히 곤란한 정도의 유무형의 손해를 예방하기 위해 효력을 정지할 긴급한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결정 취지를 밝혔다. 중징계가 연임을 앞둔 손 회장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끼칠 수 있음을 받아들인 것이다. 이날부터 손 회장 등에 대한 징계는 본안 소송(행정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효력을 멈추게 됐다. 손 회장 등은 금감원의 중징계(문책경고)를 취소해 달라고 행정 소송을 낸 상태다. 행정소송은 통상 대법원 확정 판결까지 나오는 데 3년 안팎이 걸린다. 차기 회장 임기가 3년인 손 회장이 연임하는 데 법적 걸림돌이 사실상 제거된 셈이다.

법원이 가처분을 인용한 것은 금감원의 중징계가 법적인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지난달 손 회장에 대해 문책경고를 확정했다. 그러면서 ‘금융회사는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조항을 근거로 들었다. 금융사고가 발생했을 때 자본시장법이 아니라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을 근거로 제재를 한 전례는 없었다. 손 회장이 징계의 적법성을 따져봐야 한다며 소송에 나선 이유다.

25일 주총서 표대결손 회장의 연임 여부는 25일 열리는 우리금융 주총에서 표 대결로 가려질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지분 구조상 연임이 통과될 가능성을 더 높게 점치고 있다. 정부를 포함해 우호 지분이 상당히 확보돼 있기 때문이다. 최대 주주는 지분 17.25%(작년 9월 말 기준)를 보유한 예금보험공사다. 또 우리사주조합(6.42%), 사모펀드(PEF)인 IMM프라이빗에쿼티(5.62%), 대만 푸본생명(4%) 등 우호 지분을 절반 이상 확보했다는 게 우리금융 측 설명이다.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일부 기관이 손 회장 연임에 반대하는 입장으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2대 주주인 국민연금(8.82%)은 지난 19일 제7차 위원회를 열고 손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에 반대표를 던지기로 결정했다.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권익 침해 이력이 있다”는 이유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도 같은 이유로 손 회장 재선임에 반대를 권고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과점주주들이 참여하는 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결정한 연임인데다 우호 지분이 더 많아 연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소람/신연수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