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 뒷배' 金회장, 수배 중에도 여당 인사에 수십억 로비 정황

라임사태, 권력형 게이트로 비화하나
(1) 끝나지 않은 라임사태

총선 앞두고 게이트 비화 조짐
金회장, 평소 정치권·靑인맥 자랑
룸살롱 접대하며 관리한 의혹
여당 인사 4·15총선 공천 받기도
‘라임 사태’가 터지기 전 김모 스타모빌리티 회장(가운데)이 고향 친구인 금융감독원 출신 김모 전 청와대 행정관(오른쪽), 김모 전 수원여객 전무와 함께 한 유흥업소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는 모습. /독자 제보
금융감독원의 검사 결과 ‘희대의 금융사기’로 드러난 라임 사태에는 ‘회장님’ 여럿이 등장한다. 김모 메트로폴리탄 회장과 김모 리드 회장, 김모 스타모빌리티 회장 등이다.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CIO)과 함께 라임펀드 자금을 뒤로 챙긴 혐의를 받는 수배자들이다. 각자 부동산이나 코스닥시장 등 자기들의 사업영역에서 라임펀드를 ‘쌈짓돈’처럼 써왔다.

스타모빌리티 김 회장(46)은 라임 사태가 터진 후에도 베일에 가려져 있던 인물이다. 이달 초 장영준 전 대신증권 반포WM센터장의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존재가 알려졌다. 김 회장 역시 다른 회장과 마찬가지로 이른바 ‘라임사단’과 커넥션을 유지하면서 라임펀드를 자금 횡령 수단으로 이용했다.하지만 스케일은 달랐다. 현 정부의 권력 실세뿐 아니라 심지어 조직폭력배와의 친분까지 과시해 자금을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라임펀드의 환매가 중단됐을 당시 사태 수습을 위해 직접 뛰기도 했다. 자금 빼돌리기에 차질이 빚어질 것을 우려해서였다. 지난해 말 재향군인회상조회를 인수했고, 금융감독원 국장 출신과 금융 전문 변호사 등으로 ‘인수단’을 꾸려 지난달까지 가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가 다른 회장들과 달리 라임의 ‘그림자 실세’이자 ‘전주(錢主)’로 지목되는 이유다. 장 전 센터장은 작년 말 펀드 피해자에게 김 회장을 “정말 로비할 때 어마 무시하게 돈을 쓴다”(녹취록)며 라임의 뒷배로 거론하기도 했다. 라임 일당이 올해 1월 문제가 될 것을 뻔히 알고도 환매중단 펀드 자금을 포함해 800억원을 김 회장이 소유한 코스닥 스타모빌리티와 에이프런티어에 집어넣은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그림자 실세’ 역할 한 김 회장김 회장과 라임 간의 인연은 동향(광주) 친구인 김모 금융감독원 팀장으로부터 시작됐다. 김 팀장은 친구 동생이자 서울대 경제학과 후배인 김모 전 M증권사 이사를 김 회장에게 소개했다. 이어 김 전 이사는 동갑 친구였던 이종필 전 부사장을 김 회장에게 소개했다. 재작년 말부터 작년 초까지 김 회장은 김 전 이사, 이 전 부사장 등과 자금횡령을 모의해 우량 버스회사인 수원여객에서 161억원을 가로챘다.

횡령 수법은 악랄했다. 김 전 이사는 한 사모펀드(PEF)의 수원여객 인수자금에 라임펀드 자금을 끌어다준 공로로 증권사를 그만두고 수원여객 자금담당임원(CFO)으로 이직했다. 이후 김 회장의 차명회사 등으로 돈을 본격적으로 빼냈다가 연말 회계 감사를 위해 사채자금을 하루 동안만 빌려 ‘찍기’ 방식으로 회사에 넣고는 다시 뺐다. 그는 수원여객 경영권을 갈취한 뒤 동양네트웍스에 매각하려는 계획을 세웠지만 무산됐다. 성공하면 이 전 부사장 측에 40억원 안팎의 돈을 주기로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은 학연, 지연으로 얽힌 사람들과 함께 횡령을 일삼았다. 스타모빌리티나 에이프런티어 횡령 건에는 장모 제주스타렌탈 대표가 연루돼 있다. 김 회장과 장 대표는 고등학교 때부터 친한 친구 사이로 알려져 있다. 스타모빌리티는 지난해 말 장 대표의 제주스타렌탈 지분을 225억원에 사기로 했다가 취소했는데 계약금으로만 200억원을 지급했다. 스타모빌리티는 571억원 횡령 혐의가 불거져 상장폐지 수순을 밟고 있다. 스타모빌리티에서 빠진 자금 상당수는 재향군인회상조회 인수자금으로 쓰였고, 200억원 이상 자금이 상조회에서 또 빠져나갔다.김 회장 손을 거쳐간 코스닥 기업은 화진, 크로바하이텍, 럭슬 등 한두 개가 아니다. 대부분 횡령 혐의가 발생해 상장폐지 위기에 놓인 회사들이다. 한 코스닥 인수합병(M&A)업계 관계자는 “김 회장은 악덕 사채업자인 김모 회장과 세트로 움직이곤 했다”며 “조폭 계좌를 동원하는 등 1990년대 방식의 무모한 횡령 수법을 자주 쓴다”고 전했다.

권력 실세·조폭과도 친분 과시

김 회장은 수원여객 사건으로 경찰 수배가 떨어진 상태에서도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했다는 게 주변 설명이다. 한 관계자는 “평소에 김 회장이 친구인 김 팀장을 청와대에 꽂아주겠다는 말을 자주 했는데 실제로 청와대 발령이 났다”며 “이때부터 주변인들이 김 회장의 영향력을 믿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 팀장이 청와대 파견을 간 것은 수원여객 횡령 사건이 불거진 한 달 뒤인 지난해 2월이었다.김 회장은 점심식사 자리에 현직 국회의원을 대동하기도 했다. 한 지인은 “여권 핵심 보직을 맡았던 의원이나 장관 출신 의원 등과의 친분을 과시했다”며 “여야를 막론하고 국회의원과 보좌관이 김 회장 단골 룸살롱에 나타나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김 전 이사가 김 회장이 한 여권 인사에게 20억원을 쥐여줬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고 전했다.

전과자이자 수배자였던 김 회장이 라임 사태가 터진 뒤 수습 전면에 나선 배경이다. 이 전 부사장이 김 회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진 시점으로도 풀이된다. 김 회장은 지난해 10월 환매 중단 직전 이 전 부사장에게 자금을 조달할 홍콩 사모펀드를 소개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