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00억弗이면 충분" vs "아직 부족"…적정 외환보유액 논란 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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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외환수급 상황은600억달러 규모의 한·미 통화스와프를 지난 19일 체결했지만 국제 금융시장의 ‘달러 가뭄’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패닉(공황)’으로 위축된 외국인 투자자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시장이 연일 출렁이자 적정 외환보유액에 대한 논란도 가열되고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외환보유액을 5000억달러 이상 확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월말 외환보유액 4091억弗
韓 시장 등지는 외국인23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0원 오른 달러당 1266원50전으로 마감했다. 환율은 최근 3거래일 동안 ‘롤러코스터 장세’를 연출했다. 지난 19일 1285원70전까지 치솟으며 2009년 7월 14일 후 최고치를 기록한 환율은 이튿날인 20일 한·미 통화스와프 발표 소식이 전해지자 39원20전 내린 달러당 1246원50전까지 밀렸다.
하지만 통화스와프 ‘약발’이 하루 만에 끝나며 이날 재차 급등했다. 외국인은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지난 1월 20일부터 이날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15조5390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한 해 외국인 순매도 금액(25조9000억원어치)의 절반을 웃도는 금액이다.외국인의 이탈은 경제위기 우려감이 커지면서 극단적인 달러 선호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JP모간이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2.5%에서 -1.1%로 하향 조정한 데다 국제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6%로 제시했다. 미국, 유럽 등 주요국 증시가 폭락하면서 마진콜(증거금 추가 납부 통지)이 발생한 것도 달러 수요를 부추겼다.
특히 한국 시장은 신흥국 중 비교적 주식시장의 수급이 양호해 ‘돈을 빼내기 쉽다’는 인식에 외국인의 순매도가 두드러졌다. 미국과 유럽 주가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삼아 주가연계증권(ELS)을 대규모로 판매한 한국 증권사들도 마진콜에 대응해 달러를 매입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적정 외환보유액 5000억달러 이상”‘달러 품귀’ 현상이 심화되자 적정 외환보유액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월 말 기준 한국 외환보유액은 4091억7000만달러다.
외환보유액이 적정 규모인지에 대한 보편적 기준은 없다. 유동외채와 석 달치 수입액을 합친 금액을 적정 수준으로 보는 ‘그린스펀-기도티 룰’ 기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적정 외환보유액은 3410억4000만달러로 추정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연간 수출액의 5% △통화량(M2)의 5% △유동외채의 30% △외국인 증권 및 기타투자금 잔액의 15% 등 네 가지 항목을 합한 규모의 100~150% 수준을 적정 외환보유액으로 제시했다. 이 기준으로 보면 한국의 적정 외환보유액은 3639억4000만~5459억1000만달러 수준이다.
지난 2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그린스펀-기도티 룰과 IMF가 제시하는 적정 수준에는 충족한다. 하지만 국제결제은행(BIS)이 2004년 내놓은 적정 외환보유액 규모에는 미달한다. BIS는 석 달치 수입액과 유동외채, 외국인 주식 투자자금 3분의 1을 합친 금액을 적정 외환보유액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 기준으로 산출한 한국의 적정 외환보유액은 5637억6000만달러다. 지식경제부 장관을 지낸 최중경 한국공인회계사협회 회장은 “현재 외환보유액이 IMF 기준을 충족하고 있지만 BIS 기준에는 밑돈다”며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때 두 달 만에 외환보유액이 20~30% 감소한 점을 고려하면 현재 외환보유액이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도 “현재 외환보유액은 탄탄한 수준이지만 위기가 가중돼 외환시장에서 원화 투매 상황이 벌어지면 걷잡을 수 없이 빠져나갈 수 있다”며 “현재 외환보유액만으로 외화 유동성 위기를 막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김익환/고경봉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