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무한 책임경영' 핸들 잡고…'주가 방어운전' 시동 걸었다

현대차·현대모비스 자사주 190억어치 매입

코로나로 반토막 난 현대차 주가
5년 만에 자사주 사들여
"불안 잠재우고 주주가치 제고"
사진=연합뉴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사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커진 주주들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19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가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자 정 수석부회장이 ‘무한책임’을 지겠다는 의미로 주식을 사들였다는 분석이다.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 주가는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전과 비교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주가 방어 나서는 현대차 임원들

현대차그룹은 정 수석부회장이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주식을 각각 95억원어치 장내 매수했다고 23일 발표했다. 매입 시점은 지난 19일이다.

정 수석부회장의 현대차 지분은 501만7443주(2.35%)에서 515만6443주(2.41%)로 늘었다. 정 수석부회장이 현대차 주식을 매입한 건 2015년 후 약 5년 만이다. 당시 경영 사정이 어려워진 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은 보유하고 있던 현대차 지분을 처분했고, 정 수석부회장은 이들 회사로부터 총 501만700주를 사들였다. 정 수석부회장이 현대모비스 지분을 산 건 이번이 처음이다. 7만2552주를 매입해 지분율은 0.08%가 됐다.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한 상황에서 미래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고 주주가치를 높이겠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졌지만 현재 주가는 지나치게 저평가됐다고 판단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현대차 주가는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전인 지난 1월 31일 12만5000원에서 이날 6만8900원으로 급락했다. 현대모비스도 같은 기간 22만9500원에서 13만3500원으로 떨어졌다.
현대차의 국내외 공장이 최대 3주씩 폐쇄되고 있고 올해 글로벌 자동차 판매량이 당초 예상보다 많이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면서다.

정 수석부회장 외 다른 현대차그룹 주요 임원도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현대차의 이원희 사장과 서보신 사장은 각각 1391주, 4200주를 매수했다. 그룹 관계자는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임원들의 자발적 주식 매입은 회사를 책임감 있게 끌고 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며 “주주들이 지나치게 불안해하지 않도록 믿음을 주기 위한 조치이기도 하다”고 말했다.책임경영 강화하는 정의선

정 수석부회장은 최근 ‘책임경영’이라는 평소 소신을 실천하는 결정을 이어가고 있다. 2018년에는 그룹 수석부회장직을 맡았고, 지난해엔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19일부터는 현대차 이사회 의장직도 맡았다. 당초에는 이원희 사장 등 다른 사내이사들이 이사회 의장을 맡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지만, 경영 환경이 급격히 나빠지자 정 수석부회장이 직접 이사회를 진두지휘하기로 결정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글로벌 경제위기에 대한 우려가 나올 정도로 급격히 악화되는 경영 환경에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대응하고, 글로벌 자동차산업의 변화를 주도하기 위해 정 수석부회장이 이사회 의장을 맡기로 했다”고 설명했다.현대차와 현대모비스는 수익성 확보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현대차는 팰리세이드와 제네시스 GV80 등 인기 차종의 생산량을 만회하기 위해 전사 역량을 집중한다. 아반떼와 투싼, 제네시스 G80 등 신차를 공격적으로 판매하겠다는 전략도 세웠다.

원가 구조도 근본적으로 혁신한다. 라인업을 효율적으로 재편하고 설계를 표준화해 재료비와 투자비를 절감한다는 설명이다. 전동화와 자율주행, 모빌리티 서비스 등 미래 사업에 대한 투자는 계속 확대할 방침이다.

현대모비스는 미래 기술 개발과 스타트업 투자를 늘려 경쟁력을 확보한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