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SKY캐슬'된 로스쿨

다양한 배경과 전문성은 무시
과거 '줄세우기 선발'과 똑같아

신연수 지식사회부 기자 sys@hankyung.com
‘1명.’ 올해 ‘SKY(서울·고려·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입학생 403명 중 KAIST와 경찰대 등을 제외한 지방대 출신은 단 한 명뿐이다. 전남대를 졸업해 고려대 로스쿨에 입학한 ‘특이 케이스’다.

법조계 주류를 이루는 서울대 법대의 후신인 서울대 로스쿨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지방대 출신 입학생을 한 명도 뽑지 않았다. 학생을 받기 시작한 2009년부터 지방대 출신을 모두 합쳐도 10명이 채 안 된다. 올해 서울대 로스쿨 입학생 전체 156명 중 서울대 졸업생이 103명(66.0%)으로 3분의 2가량이다. 그다음 많은 연세대(22명), 고려대(16명) 출신을 합하면 열에 아홉(90.4%)이 SKY 대학 졸업생이다. 나머지 약 10%를 KAIST, 포항공대, 해외 대학 등이 차지하고 있다.고려대와 연세대 로스쿨 입학생도 십중팔구가 SKY 졸업생이다. 두 곳의 신입생 중 SKY 학부 출신은 각각 81.8%, 83.3%를 차지했다. 고려대 로스쿨은 고려대 출신이 53.7%(121명 중 65명), 연세대 로스쿨은 연세대 출신이 126명 중 46.0%(126명 중 58명)로 자교 졸업생이 가장 많이 합격했다. 그다음 많은 출신 대학은 두 로스쿨 모두 서울대(고려대 로스쿨 31명, 연세대 로스쿨 39명)다.

이 같은 로스쿨의 SKY 선호 현상은 당초 로스쿨의 도입 취지와는 한참 동떨어져 보인다. 로스쿨은 과거 사법시험 체제에서 배출하지 못하는 다양한 배경과 전문성을 가진 법조인을 양성하기 위해 2009년 도입됐다. 그러나 11년 동안의 입시를 거치며 수험생들 사이에선 “SKY 출신이 아니면 로스쿨 입학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라는 말이 공식이 됐다.

사시 시절의 줄 세우기식 법조인 선발은 로스쿨에서도 변한 게 없다. 요즘 서울 대치동 입시컨설팅 업체에선 대입 수험생들을 대상으로 “로스쿨 가려면 전공 따지지 말고 무조건 SKY에 진학하라”는 전략을 짜준다고 한다. 그렇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명문대에 입학한 학생이 성적 잘 주는 수업만 골라 들어 높은 학점을 만들고, 졸업 직후 20대 초·중반의 나이로 로스쿨에 직행한다. SKY 로스쿨에 가야 대형 로펌에 인턴이라도 나갈 기회가 주어진다. 로스쿨 체제에서 새로 생겨난 ‘엘리트 코스’다.

로스쿨들은 입시에 대한 공정성 논란을 불식하기 위해 법학적성시험(LEET)과 공인영어시험 점수, 대학 학점 등 정량평가 위주로 학생을 뽑다 보니 머리 좋은 명문대 출신이 많을 수밖에 없다고 변명한다. 그러나 매년 공개되는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의식해 로스쿨이 법에서도 정하고 있는 ‘학생 구성의 다양성’ 의무를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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