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소주성' 빠지고 '혁신성장' 전면에…대기업 규제는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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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총선 공약집 발표더불어민주당이 혁신성장을 1순위로 내건 총선 공약집을 내놨다. ‘경제 민주화’ ‘공정 사회’ 등을 앞세웠던 지난 총선과는 달리 제조업 경쟁력 강화, 소재·부품·장비산업 육성 등 경제 활력 방안을 전면에 내세웠다. 그러나 재벌 개혁 등을 내세운 기업 규제 방안들이 여전히 공약에 산재해 있어 ‘무늬만 혁신성장’에 그친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제 민주화 아예 언급 안해
일자리 창출 목표치 제시 않고
미래차·바이오 등 신산업 육성
혁신성장, 4순위에서 1순위로↑민주당은 23일 혁신 공정 포용 안전 평화 등 5대 핵심가치와 이를 위한 177개 세부 실천과제를 담은 총선 공약집 ‘더 나은 미래, 민주당이 함께합니다’를 발표했다. 민주당은 5대 핵심 가치 중 첫 번째로 미래 성장동력 창출 방안 등을 담은 ‘혁신’을 내세웠다. 지난 총선 공약집에서는 ‘일자리 창출’이 첫 번째, ‘경제 민주화’가 두 번째였고 ‘미래 성장동력 창출’은 네 번째로 밀려있었다. 일자리 창출과 관련해서는 “청년일자리 70만 개를 만들겠다”고 약속했었다. 반면 이번 공약집에는 일자리 창출은 대부분 혁신성장 방안에 반영됐고, 구체적인 목표치도 제시되지 않았다.
민주당은 우선 제조업 혁신성장 및 경쟁력 강화 특별법(가칭)을 제정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시스템반도체, 미래차, 바이오 등 3대 신산업을 차세대 주력산업으로 육성하고, 향후 5년간 소재·부품·장비 중소기업 300개사를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청년 일자리 문제와 관련해서는 “청년 창업 열기를 확산하겠다”며 창업기업에 대한 자금·판로·인프라 연계 지원 등 방안을 1순위로 제시했다.다중대표소송제 등 “재벌 규제”
민주당은 이번 공약집에서 최저임금 인상 문제를 거론하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 전반기의 핵심 의제이자 최저임금 인상으로 대표되는 소득주도성장도 언급하지 않았다. 민주당은 지난 총선에서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시급 기준)을 달성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으나 문재인 정부 들어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고용 악화 등 부작용이 심화되면서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민주당은 경제 민주화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여전히 대기업 규제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민주당은 “재벌의 부당한 지배력 남용과 특혜를 근절시키겠다”며 다중대표소송제, 집중투표제 의무화, 재벌 일가 경제범죄 처벌 강화 등을 담은 상법 개정을 약속했다. 기업들이 “경영권을 위협받을 수 있다” “경영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며 도입에 부정적인 법안들이다.민주당은 또 지주회사와 관련해 “총수 일가의 지배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하겠다”며 규제 강화 방안을 담았다. 지주회사가 최소한으로 보유해야 하는 자회사·손자회사의 주식 보유 기준을 상향하는 내용이다. 송원근 전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은 “지주사 규제를 강화하기보다는 오히려 지주사 전환을 장려하기 위해 더 많은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2024년까지 대·중·소 상생협력기금 1조원도 신규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재계에 기금 출연 압박이 더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정리해고는 기업 유지가 어려운 경우로 한정하고, 희망퇴직을 강요할 경우 근로자 대표 동의를 법제화하는 등 고용 경직성을 강화하는 방안들도 공약집에 담겼다.
“공약 이행에 99조원 소요”민주당은 주거 공약으로는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한 주택 10만 호 공급을 내걸었다. 수도권 3기 신도시 교통 중심지와 국공유지 등에 짓는다는 계획이다. 교육 분야에서는 39개 국립대의 평균 등록금을 현재 419만원에서 절반 수준인 210만원 안팎으로 인하하는 ‘반값 등록금’을 대표 공약으로 내걸었다. 사법시험 폐지 이후 법조인 양성이 등록금이 비싼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서만 이뤄지는 점을 보완하기 위해 방송통신대·야간 로스쿨을 도입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2021∼2024년 공약 추진에 총 99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기존 국정과제 지속·보완에 필요한 재정과 새로 추진하는 과제의 재정 소요를 포함한 것이다. 민주당은 재정 지출 확대에도 불구하고 중장기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을 40%대로 유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임도원/김소현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