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부양책 상원서 또 제동…공화-민주 힘겨루기 속 협상 계속

2조달러 법안 처리 위한 절차투표 두번째 부결
공화 '기업 지원'에 민주 "비자금" 비판하며 근로자 등 지원확충 모색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추진 중인 경기부양 법안 처리가 23일(현지시간) 상원에서 또 가로막혔다.미 언론에 따르면 상원은 이날 오후 부양책 패키지 법안 처리를 위한 표결에 들어갈지를 결정할 절차 투표를 했지만 찬성 49표, 반대 46표로 제동이 걸렸다.

전날도 절차 투표가 이뤄졌지만, 찬반이 각각 47표씩 나와 부결된 바 있다.

절차 투표를 통과하려면 상원의원 60명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상원은 공화당 53명, 민주당 45명과 무소속 2명의 의원으로 구성돼 있다.

상원을 이끄는 공화당의 미치 매코널 원내대표는 이날도 절차 투표가 부결되자 격분, "시간이 없다"면서 "이것은 멈춰야 하며 오늘이 멈춰야 하는 날"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의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우리는 세부사항을 정확히 파악하고 신속히 처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면서 "그것이 공화당만의 법안을 맹목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고 지적했다.양당은 그간 협상을 이어왔지만, 노동자 보호와 정부 지원을 받는 기업에 대한 통제 등 일부 항목을 놓고 입장 차이를 보였다.

민주당의 우려는 공화당이 법안에 넣으려 하는 기업 대출 및 대출 보증을 위한 5천억 달러의 자금 지원 프로그램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일부 민주당 의원은 재무부가 자금을 지원받는 이들에 대해 광범위한 재량권을 가진다며 '비자금'이라고 비판했다.규모·범위가 비슷한 프로그램은 전례가 거의 없다고 WP는 전했다.

한 소식통에 따르면 공화당은 당초 기업에 대한 긴급 구제 자금을 2천80억 달러로 제안했다가 이를 5천억 달러로 늘렸다고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전했다.
민주당은 또 정부 지원을 받는 기업에 대한 주식 매입을 통해 강력한 통제를 해야 한다면서 공화당 안은 기업에 충분한 제약을 가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현재 법안이 기업 쪽에 치우쳤고 노동자와 의료 종사자를 돕기에는 너무 적다면서 식량 확보 지원, 중소기업 대출, 근로자를 위한 다른 조치를 추가하려 한다고 AP통신은 전했다.

WP에 따르면 민주당이 병원과 주 및 지방 정부, 기타 조항을 위해 더 많은 자금 책정을 요구하는 가운데 부양책 액수는 약 2조 달러까지 늘었다.

다만 이날 부결로 경기부양책 도입은 일단 제동이 걸렸지만, 양측은 공방 속에서도 협상을 이어가며 조속한 합의와 처리를 모색할 전망이다.

매코널 대표는 민주당이 법안 처리를 지연시키고 있다고 비난하면서도 협상은 계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고 더힐은 전했다.

슈머 대표는 협상이 장외에서 계속돼왔기 때문에 절차 투표는 무의미하다며 공화당이 임의로 마감 시한을 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정부를 대표해 협상에 참여해온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이날 투표 전 슈머 대표를 만난 뒤 기자들에게 "우리는 이미 목록에 있는 많은 것들을 해치웠다"며 "우리는 이슈들에 대해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민주당 의원들은 공화당과 합의에 가까와졌으며 수정안이 조만간 통과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상원 민주당의 딕 더빈 원내총무도 "진정하라"며 "우리는 이 법안을 통과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