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사 살려야" 되려 증산 택한 현대차…문제는 연장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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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코로나 위기에도 증산 택한 이유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북미와 유럽 자동차 업체들이 공장을 세우는 가운데 현대차와 기아차가 국내에선 되려 특근을 통한 증산을 추진하고 있다.
▽ 코로나 여파로 2·3차 부품 협력사 한계
▽ 완성차 생산 늘려 부품업계 활력 추진
▽ 문제는 근로시간 연장…협의는 난항
제네시스 GV80, 팰리세이드, 모하비, 그랜저, K5 등 인기 차종은 국내에 수 개월치 주문을 확보하고 있어서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이들 인기 차종을 중심으로 생산량을 대폭 늘려 고사 위기에 처한 국내 부품업계까지 함께 지탱한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이와 관련해 현대차 노조는 이날 간담회를 열고 내부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전일 서울 서초구 자동차산업회관에서는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주재로 자동차 부품업계와 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부품업계는 앞으로 한 두달을 버티지 못하는 패닉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한 관계자는 "2·3차 업체는 이미 한계 상황에 처한 곳이 적지 않다. 현 상황이 유지되면 업계 전체가 2년을 버티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자동차 산업이 뿌리부터 무너진다는 의미다.
◇ 2월부터 시작된 자동차 부품업계 위기상황
자동차 부품업계의 보릿고개는 지난달부터 시작됐다. 지난달 국내 완성차 생산은 중국산 와이어링 하니스(배선 뭉치) 수급 차질로 지난해 2월에 비해 26.4% 감소했다. 자동차산업연합회에 따르면 부품업체 평균 가동률은 50~70% 수준으로 완성차 업체보다 더 줄어들었다. 완성차 업계 가동률은 정상화됐지만 부품업계는 이달 들어서도 60% 수준에 머무는 상태다. 세계적 확산으로 코로나19 사태도 장기화되고 있다. 연합회는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경영 악화로 인한 줄도산이 이어질 것으로 우려한 바 있다. 우려는 현실화됐다. 국내 2위 자동차 부품업체 만도가 희망퇴직을 진행한다. 정몽원 만도 대표이사 회장이 직접 노동조합을 만나 자발적 희망퇴직이 불가피하다고 설득했다. 만도는 희망퇴직 신청이 저조하면 전환배치를 하겠다는 방침이다. 만도의 경영 악화가 알려지자 2·3차 협력사들은 자금상환 압박이 강해질까 더욱 노심초사하고 있다.
완성차 생산이 늘어나면 부품 협력사들의 사정은 나아진다. 이에 현대차그룹이 팔을 걷었다. 특근을 통해 인기 차종 생산을 늘려 부품업계 생존을 돕겠다는 구상이다. 현대차는 노조에 3개월 한시적으로 주당 56시간 근무를 하자고 제안했다. 현재 현대차는 주 40시간에 토요일 특근 8시간을 더해 주 48시간 체제로 운영된다. 56시간 근무가 되면 일요일에도 특근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 완성차 가동률 높여야 부품업계 생존부품업계와 울산시도 한시적인 주 52시간 근무제 유예를 주장하고 있다. 현대차 협력업체 38곳 대표들은 현대차 노사에 '완성차 특별연장근로 시행을 위한 탄원서'를 전달한 바 있다. 협력사 대표들은 "완성차 가동률이 높아지면 협력사 가동률도 함께 올라가 경영 어려움도 해결할 수 있다"고 호소했다. 부품업체들이 밀집한 울산시도 전국 시·도협의회에 이같은 내용을 담은 '자동차업종 주 52시간 근무제 한시적 유예 방안' 대정부 건의안을 발의했다.다만 현대차와 기아차가 근무시간을 쉽게 연장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현대차 노조는 이날 간담회를 열어 내부 의견을 수렴한다. 노조 내부 의견은 반으로 나뉘는 것으로 알려졌다. 56시간 근무가 이뤄지면 주말없는 생활을 해야 한다는 거부감과 56시간 근무가 무산되면 부품업계 연쇄 도산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엇갈리는 탓이다.
노조 관계자는 "협력사와의 공생은 매우 중요하다"면서도 "어느 쪽 의견이 많다고 하기 어려울 정도로 분분하다. 주 7일 근무에 대한 거부감과 주 40시간 근무 체제가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기아차 노조는 특근을 거부하고 있다. 2019년 임금협상을 타결할 당시 합의했던 ‘잔업 복원 협상’에 난항을 겪는 탓이다. 기아차 노조는 잔업폐지에 따라 줄어든 실질임금을 올릴 방안을 제시할 때까지 특근을 거부하겠다며 모든 공장의 특근 협의를 유보하기로 했다.◇ 근무시간 연장 협의, 산 넘어 산
울산시가 전국 시·도협의회에 발의한 '자동차업종 주 52시간 근무제 한시적 유예 방안'은 경기도의 반대로 기각됐다. 전국 시·도협의회는 시도 지자체장이 모두 동의해야 대정부 의견을 낼 수 있다. 나머지 지역은 '유예 기간 명시', '전 업종이 아닌 필요 업종 특정' 등의 조건을 달아 동의했다. 경기도는 "업체들이 개별적으로 특별연장근로를 받으면 된다"며 반대했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특별연장근로 제도는 시행 기간이 4주 이내로 제한되며 개별 근로자 합의가 이뤄져야 하는 등 신청 조건이 까다롭다.
현대차 노조는 한시적 근로시간 연장 논의에 나섰지만, 노조가 곧장 근로시간 연장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최종 결정권은 현대차 노조의 상급단체인 금속노조에 있다. 민주노총과 금속노조는 주 52시간 근무제를 무력화하는 어떤 조치에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코로나19 사태를 감안해 묵인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지만 확신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업계 관계자는 "GV80의 누적 계약대수가 2만대를 훌쩍 뛰어넘어 지금 주문하더라도 내년에나 받을 상황"이라며 "북미 출시까지 감안하면 GV80, 팰리세이드, 모하비 등 인기 차종 생산량을 늘려도 문제될 것이 없다. 이는 부품 업계에 종사하는 근로자 50만명과 그 가족들의 생계도 달린 문제"라고 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