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16.9원 하락…Fed 무제한 양적완화·부양책 기대감

정부, 100조원 규모 자금 지원…"간접적 영향"
원·달러 환율이 11년 만에 최고치로 급등한 19일 하나은행 직원이 서울 을지로 본점 위변조대응센터에서 달러화를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달러 환율이 급락(원화 강세) 마감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무제한 양적완화(QE) 소식과 미 의회의 부양책 합의가 조만간 가능하다는 소식이 전해져서다. 한국 정부의 100조원 규모 지원책도 환율 하락에 간접적인 영향을 줬다.

24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6.9원 내린 1249.6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1.5원 내린 1265.0원에 출발한 원·달러 환율은 장중 낙폭을 꾸준하게 확대했다.먼저 원·달러 환율 하락에 큰 영향을 준 요인은 Fed의 무제한 '돈 풀기' 소식이다. 간밤 Fed는 임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시장 지원을 위해 필요로 하는 만큼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을 매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3000억달러(약 380조원) 한도로 기업과 가계 대출을 지원하는 대책을 내놨다.

지난 15일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끌어내리고 양적완화를 결정한지 8일 만에 파격적인 결정을 추가로 내린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공화당이 주도하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슈퍼 부양책에 대한 표결이 이른 시일 내에 가능할 것이라고 전해진 점도 원·달러 환율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의 고문인 존 코린 상원의원은 "만약 민주당 의원들과 합의에 도달하고 100명의 상원의원들이 찬성해준다면 가장 빠른 투표는 24일(현지시간) 있을 것"이라고 말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이날 우리 정부가 코로나19 사태로 금융 시장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100조원의 자금을 지원한다는 소식도 원·달러 환율 하락에 간접적으로 작용했다.

금융위원회는 정책금융기관을 통해 58조3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하고, 필요할 경우 대기업에도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또 기업이 시장에서 자금을 원활하게 융통하기 위해 2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안정펀드도 조성키로 했다. 정부는 또 주식시장 안정화를 위한 10조7000억원 규모의 증권시장안정펀드 조성, 6조7000억원 규모의 신용보증기금 회사채 발행지원 프로그램(P-CBO) 가동, 4조1000억원 규모의 산업은행 회사채 신속인수제 시행 등도 추진한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외환시장이 해외 이슈에 더 민감한 반응을 보여 왔던 점을 감안하면 Fed의 무제한 양적완화, 경기부양책 기대감 등이 원화 강세를 이끈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정부가 내놓은 대응책은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 이탈을 방지해 간접적으로 원·달러 환율 하락에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