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토박이 '정치 신인' 강태웅 vs 3선 관록 '용산 신인' 권영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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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격전지를 가다 (2) 서울 용산“공천을 늦게 받아 불리하긴 하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저를 알릴 방법도 마땅치 않습니다.”(강태웅 더불어민주당 후보)
전통적 '보수 텃밭'…지지율 조사된 적 없어 우세 장담 못해
“용산에서는 제가 정치 신인이에요. 영등포와 차이가 없다고 생각하지만요.”(권영세 미래통합당 후보)서울 용산은 4선의 현역 의원인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민주당)이 일찌감치 불출마를 선언해 21대 총선에서 ‘무주공산’이 된 곳이다. 민주당에서는 이 지역 출신인 강태웅 전 서울시 부시장이, 통합당에서는 영등포을에서 3선을 지낸 권영세 전 주중대사가 지역구를 옮겨 출마했다. ‘정치 신인’ 대 ‘용산 신인’의 대결 구도다. 그만큼 두 후보 모두 힘든 싸움을 예상하고 있다.
강 후보는 ‘서울시 30년 재직’ 경력을 선거운동의 핵심 포인트로 삼고 있다. 지난 19일 오전 지하철 1호선 남영역 1번출구 앞에서 출근길 구민들을 상대로 한 선거운동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구민들에게 나눠주는 명함에는 ‘용산 성장을 책임질 도시성장 전문가!’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강 후보는 “공약을 보면 권 후보와 차이를 느낄 것”이라며 “권 후보가 3선 출신이라지만 도시 문제는 정치적 구호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약 중 하나로 남영역 오버브리지(구름다리) 설치 계획을 소개했다. 그는 “새벽에 차가 고속으로 달리기 때문에 횡단보도를 건너서 남영역으로 오는 건 위험하다”며 “도시 전문가인 데다 용산중·고 출신 토박이여서 이런 세세한 내용까지 공약에 담았다”고 말했다.
남영역 선거운동이 끝난 뒤에는 효창공원 인근 카페로 옮겨 주민들과 간담회를 했다. 강 후보는 ‘용산 상권이 죽어 버렸다’는 주민 하소연에 “용산은 대형마트가 거의 없고 전통시장이 주로 형성돼 있다”며 “전통시장 현대화를 통해 죽어 있는 동네 상권을 살리겠다”고 말했다. ‘지역 주차장이 부족하다’는 지적에는 “용산2가동 공용주차장 유휴지를 활용하겠다”고 답했다.권 후보는 현 정부의 ‘아킬레스건’인 경제 문제를 집중적으로 부각하고 있다. 그는 18일 용문동 용문전통시장에서 상인들을 일일이 찾아 다니며 업황을 물었다. 한 상인은 “장사가 너무 안된다”며 “야당을 찍으려는데 잘해서 찍는 건 아니다”고 권 후보에게 말했다. 호남 출신인 한 미용실 주인은 “정부가 코로나19를 초창기에 막았어야 하는데 나라가 뭔 꼴이다요. 잘 좀 해보쇼”라고 촉구했다.
권 후보는 “2008년 국제업무지구 사업이 무산된 이후 용산이 성장동력과 방향을 잃었다”며 “주민들이 국회의원과 주중대사를 해본 경험을 살려 용산을 변화시켜 달라는 주문을 많이 한다”고 전했다. 그는 “당선되면 문재인 정권의 권력형 비리를 파헤칠 저격수 역할을 하겠다”고도 했다. 유재수 수사 무마 사건,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 마스크 독점 배급 의혹 등을 살펴볼 이슈로 꼽았다. 권 후보는 강 후보에 대해서는 “30년 행정전문가라고 하는데, 국회는 행정을 보는 곳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두 후보의 지지율은 아직 공식적으로 조사된 적이 없다. 그만큼 두 후보 모두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용산은 전통적으로 ‘보수 텃밭’이긴 하지만 20대 총선에서는 새누리당에서 민주당으로 옮겨온 진영 의원이 당선됐다.
강 후보는 “서울시 부시장은 차관급이기는 하지만 인지도는 낮다”고 털어놨다. 또 “경로당이 다 문을 닫고 있는 등 후발주자로서 홍보 방법도 여의치 않다”고 말했다. 용산에서는 권혁기 전 청와대 춘추관장이 지난해 1월 청와대를 나온 이후 줄곧 민주당 후보로 출마를 준비해 왔다. 강 후보는 지난 1월 입당한 뒤 지난 8일 전략공천을 받고 본격적으로 선거운동에 나섰다.
권 후보도 우여곡절 끝에 지역구 후보가 됐다. 그는 지난해 1월에는 통합당 용산 지역위원장 공개 선발에서 황춘자 전 서울메트로 경영기획본부장에게 밀렸다. 이후 황교안 통합당 대표의 용산 전략공천이 잠시 검토되기도 했다. 권 후보는 지난 7일 경선에서 황 전 본부장, 조상규 변호사를 누르고 공천을 받았다. 그는 판세를 묻는 질문에 “열심히 해서 주민들의 마음을 얻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고 답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