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어지는 개학에 벌어지는 학습편차…학원가는 북적

학교별로 가정학습 지원 달라
불안한 학부모 사교육에 몰려
"개학하면 수업 진도 조절해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개학 연기 상황이 지속되면서 가정환경이나 재학 중인 학교 특성에 따라 학생들의 학습 편차가 벌어지고 있다. 5주일의 개학 연기 기간 동안 사교육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보충하거나 학교의 체계적인 보충 학습 과정을 밟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학교에서 형식적으로 내주는 과제만 처리하고 PC방 등으로 향하는 학생들도 있어서다.

24일 교육계에 따르면 서울 상일동에 있는 한영외고는 개학 연기 기간에 담당 교사가 제2외국어 수업을 교실에서 촬영해 유튜브로 제공하고 있다. 학생들은 개학 전까지 유튜브로 수업을 듣고, 주어진 과제도 해야 한다. 경기 성남에 있는 돌마고는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매주 과목별 가정학습 과제를 공지하고 있다. 돌마고에 자녀를 보내고 있는 한 학부모는 “집에서도 체계적으로 학습할 수 있도록 과제를 내줘서 학습 공백에 대한 불안이 조금은 사라졌다”고 말했다.개학 연기 기간에 학교가 학생들을 사실상 방치해 불만을 토로하는 학부모도 있다. 울산 무거동에 있는 한 학교는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에게 개학 전까지 ‘자신의 한자 이름의 뜻과 모양을 외워오라’는 과제를 내줬다. 한 학부모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학생들 수준에 맞지 않는 과제를 형식적으로 내준 것 같아 속상하다”고 적었다. 이 커뮤니티에는 “학교도, 학원도 가지 않는 자녀가 PC방으로 등교한다” “아이가 개학 후 진도를 따라갈 수 있을지 걱정이다” 등의 글이 올라왔다.

학습 공백에 대한 불안이 커진 학부모들은 사교육 시장으로 향하고 있다. 서울 대치동과 목동 등 유명 학원가에서는 개학 연기 기간 동안 정규 수업 대신 소규모 단기 특강을 진행하는 학원이 늘어나고 있다. 사회·과학탐구 한 과목을 개학 전까지 완벽하게 정리하는 반과 1학기 중간고사 범위를 선행 학습하는 반 등이 인기다.

경기 안양 평촌학원가에서 수학학원을 운영하는 A원장은 “정부의 휴원 권고로 정규 수업은 진행하지 않고 있지만 단기 특강반을 열어달라는 학부모의 요청이 끊이지 않는다”며 “수강생을 5~10명만 모아 개학 전까지 특정 단원을 집중적으로 수업하는 소규모 특강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전문가들은 개학 후 학교에서 사교육을 받지 않은 학생들을 배려해 수업을 진행하지 않으면 개학 이후에 학부모들의 사교육 의존도가 더욱 높아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국장은 “개학 연기로 인해 가정환경이나 여러 조건에 따라 학습 격차가 벌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학교는 개학 연기 기간 동안 체계적으로 가정 학습을 지원하고, 개학 후에는 학원에서 선행학습을 하지 않은 학생을 기준으로 수업을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