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증시, 87년 만에 최대폭 상승했지만…"데드캣 바운스 현상일 수도"

다우지수 11.3% 치솟아
바닥 논쟁 달아올라
미국 다우지수가 24일(현지시간) 11.37% 치솟아 20000 고지에 다시 올랐다. 대공황 당시인 1933년 3월 15일(15.34%) 이후 87년 만에 가장 많이 올랐다. 125년 미 증시 역사상 다섯 번째로 큰 하루 상승률이다. S&P500지수도 9.38%, 나스닥지수도 8.12% 뛰었다.

하지만 월가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빚어진 폭락장이 끝나고 본격 반등할지, ‘데드캣 바운스(dead cat bounce: 하락장 속 일시 반등)’에 불과한지 논쟁이 뜨겁다. 데드캣 바운스는 죽은 고양이도 높은 곳에서 떨어뜨리면 튀어오른다는 의미다. 월가에선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지 않는다면 추가 반등은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좀 더 많다.뉴욕증시가 급반등한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①미국 중앙은행(Fed)의 무제한 양적완화 및 회사채 매입 발표가 효과를 내기 시작했다. 현금 확보를 위한 투매는 일단 잠잠해졌다. ‘위험자산에 대한 공포’로 초강세를 보여온 국채 가격은 약세로 돌아섰다. 이날 10년물 국채수익률은 0.07%포인트 오른 연 0.837%를 기록했다. 지난 2주간 폭락했던 금값도 이날 6% 상승했다.

②최대 2조달러에 이르는 미 정부 부양책의 의회 통과가 임박했다는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발언도 보탬이 됐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은 상원 표결을 기다리고 있는 부양법안이 2조달러 규모이고, Fed를 통한 4조달러 규모의 대출 프로그램을 합쳐 총 6조달러의 부양 패키지가 준비되고 있다고 말했다. 스티븐 도버 프랭클린템플턴 주식총괄은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증시는 엄청난 재정부양책의 가능성에 반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③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부활절(4월 12일)까지는 다시 경제활동을 재개하도록 하고 싶다”고 한 발언도 호재로 작용했다.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가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하겠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낸 것도 불안심리를 낮추는 데 일조했다.
월가에선 지난 한 달간 주가가 30% 넘게 내린 데다 ‘헬리콥터 달러’ 덕에 바닥을 쳤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929년 이후 하락장을 보면 평균 36.2%, 중간값으로는 31.9% 내린 뒤 회복을 시작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S&P500지수가 현재(24일 종가 2447.33)보다 10% 올라 연말까지 2700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증권사는 “신규 감염자 수가 정점에 이르면 시장이 빠르게 회복될 것”으로 내다봤다. JP모간은 채권값은 급등하고 주가는 급락하면서 포트폴리오 불균형이 발생했으며, 이를 조정하게 되면 약 3000억달러의 주식 매수 수요가 생길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월가에선 낙관론에 비해 경계론이 여전히 더 강하고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데이비드 스피카 가이드스톤캐피털매니지먼트 대표는 CNBC에 출연, “증시가 강세라고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며 “코로나19 감염자 증가, 실망스러운 기업 실적과 경제지표 등 나쁜 소식이 계속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이날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이 발표한 3월 미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예비치는 전월 49.4에서 39.1로 폭락했다. 2009년 자료 집계가 시작된 이후 최저치다. 제조업 PMI 예비치도 49.2로, 전월 50.7에서 하락했다. 유로존의 3월 종합 PMI 예비치는 전달 51.6에서 31.4로 폭락했다. 1998년 조사를 시작한 이후 최저다.

빈센트 라인하르트 BNY애셋매니지먼트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바닥을 치려면 무엇보다 코로나19 환자 수가 변곡점에 도달했다는 것을 목격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최근 하루 1만 명 안팎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늘고 있다.

같은 날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경영대 교수는 야후파이낸스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확산이 멈추지 않는다면 경제가 더 가라앉을 것”이라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1930년대 대공황 때보다 경제가 더 나빠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