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위기에 독이 된 美 보잉의 '자사주 매입 파티' 반면교사 삼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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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A35
‘코로나19 충격’으로 미국의 항공기 제조사 보잉과 항공사들도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졌다. 그런데 이들이 이번 사태 전부터 장기간 과도하게 주주 환원정책을 펴온 게 위기를 증폭시켰다는 분석이 미국 월가에서 제기돼 관심을 모은다. 한국의 경우 코로나 사태 와중에도 국민연금 등 연기금과 자산운용사들의 주주환원 압박이 거세다는 점에서 짚어볼 만한 대목이다.
보잉과 미국 항공업계는 최근 연방정부에 각각 600억달러(약 73조7400억원)와 500억달러(약 61조4500억원)의 긴급자금 지원을 요청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탑승객이 급감하는 등 최악의 경영환경이 조성됐다. 그러나 아무리 사정이 급해도 평소 벌어둔 돈을 미래를 위해 비축해 뒀다면 정부에 손 벌리기 전에 자구노력을 강구했을 것이다. 하지만 경영진이 주가 부양을 위해 자사주 매입에 보유현금을 쏟아부어 체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미증유의 위기가 발생하는 바람에 손을 들 수밖에 없었다.미 항공업계가 지난 10년간 자사주 매입에 쓴 비용은 잉여현금흐름의 96%에 이른다. 벌어들인 현금의 거의 대부분을 주주 환원에 썼다는 의미다. 최근 5년간 자사주 매입에 쓴 돈은 보잉이 390억달러(약 47조9000억원), 델타·아메리칸 등 4대 항공사가 350억달러(약 43조원)에 달했다. 이들과 극명하게 대조되는 것이 아마존이다. 아마존은 미래 투자와 적정 수준의 현금 확보를 위해 창업 후 26년간 한 번도 배당을 하지 않았고, 자사주 매입은 딱 한 차례 했다. 주주에게 인색하다는 비판을 받을 만하지만, 미리 대비했다는 점이 이번 위기국면에서 시장의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달 들어 24일까지 나스닥지수가 13.4% 급락하는 동안 아마존은 되레 2.9% 상승했다.
국내 주요 상장사들도 최근 수년간 주주환원 압력을 거세게 받고 있다. 선진국은 물론 신흥국에 비해 배당성향(총배당금÷순이익)이 낮다는 점에서 주주가치 제고가 필요하다는 논리가 제시됐다. 주주가치 제고는 상장사의 의무지만 ‘기초체력’이 허약해졌는데도 압박에 못 이겨 주주환원에 나선 기업이 상당수 있었던 게 사실이다. 이번 사태로 기업이 진정 주주를 위하는 길이 무엇인지 돌아보게 된다. 보잉 등의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국내 기업과 투자자 모두 지속가능한 성과 창출과 주주환원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을 필요가 있다.
보잉과 미국 항공업계는 최근 연방정부에 각각 600억달러(약 73조7400억원)와 500억달러(약 61조4500억원)의 긴급자금 지원을 요청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탑승객이 급감하는 등 최악의 경영환경이 조성됐다. 그러나 아무리 사정이 급해도 평소 벌어둔 돈을 미래를 위해 비축해 뒀다면 정부에 손 벌리기 전에 자구노력을 강구했을 것이다. 하지만 경영진이 주가 부양을 위해 자사주 매입에 보유현금을 쏟아부어 체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미증유의 위기가 발생하는 바람에 손을 들 수밖에 없었다.미 항공업계가 지난 10년간 자사주 매입에 쓴 비용은 잉여현금흐름의 96%에 이른다. 벌어들인 현금의 거의 대부분을 주주 환원에 썼다는 의미다. 최근 5년간 자사주 매입에 쓴 돈은 보잉이 390억달러(약 47조9000억원), 델타·아메리칸 등 4대 항공사가 350억달러(약 43조원)에 달했다. 이들과 극명하게 대조되는 것이 아마존이다. 아마존은 미래 투자와 적정 수준의 현금 확보를 위해 창업 후 26년간 한 번도 배당을 하지 않았고, 자사주 매입은 딱 한 차례 했다. 주주에게 인색하다는 비판을 받을 만하지만, 미리 대비했다는 점이 이번 위기국면에서 시장의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달 들어 24일까지 나스닥지수가 13.4% 급락하는 동안 아마존은 되레 2.9% 상승했다.
국내 주요 상장사들도 최근 수년간 주주환원 압력을 거세게 받고 있다. 선진국은 물론 신흥국에 비해 배당성향(총배당금÷순이익)이 낮다는 점에서 주주가치 제고가 필요하다는 논리가 제시됐다. 주주가치 제고는 상장사의 의무지만 ‘기초체력’이 허약해졌는데도 압박에 못 이겨 주주환원에 나선 기업이 상당수 있었던 게 사실이다. 이번 사태로 기업이 진정 주주를 위하는 길이 무엇인지 돌아보게 된다. 보잉 등의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국내 기업과 투자자 모두 지속가능한 성과 창출과 주주환원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