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예금 대신 찾던 ELT도 판매 중단…'재테크 혼란기' 길어지나

은행서 파는 ELS 연계상품
증시 폭락하자 손실구간 진입
금융당국, 판매 제한 나서

전문가 "원금 보장되는 ELB나
우량회사채·CP 투자 고려할 만"
금융권 안팎에선 올해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재테크 혼란기’가 이어질 거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0%대까지 떨어진 은행 정기예금 금리(1년 만기 기준)가 다시 오르기까지는 상당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정기예금을 대체할 ‘안정형 수익 추구’ 상품으로 꼽히던 상품마저 하나둘 자취를 감추고 있다. 주가연계신탁(ELT)이 대표적이다. 지난 12일 국민은행을 시작으로 우리은행, 농협은행, 신한은행 등이 연이어 ELT 판매를 중단했다. 하나은행도 오는 30일부터 ELT를 취급하지 않기로 했다.

ELT는 정기예금의 대안 상품으로 인기를 끌었다. ELT는 증권사가 만든 ELS를 은행이 판매하기 위해 내놓은 특정금전신탁이다. 주요 국가 주가지수와 연동돼 계약 기간 중 주가지수가 특정 수준 아래로만 떨어지지 않으면 평균 연 3~4% 내외의 이자와 함께 조기 상환된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미국·유럽 등 주요국 주가지수가 단기간 폭락해 상당수 상품이 원금 손실(knock in) 구간에 접어들며 문제가 생겼다. 금융당국은 이달부터 은행권의 ELT 판매 한도를 34조원으로 제한했다.

은행의 ELT 판매 재개 시점은 불투명하다. 은행권에선 당분간 맡겨놓을 곳을 찾지 못한 돈이 떠돌아다닐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투자처를 정하기 전에 잠시 맡겨두는 용도로 ‘파킹통장’이 주목받을 것이란 분석도 많다. 파킹통장은 잠시 주차하듯 짧은 기간 돈을 넣어두고 언제든 인출할 수 있는 상품이다. SC제일은행은 하루만 맡겨도 연 1.0%의 금리를 주는 파킹통장을 운용 중이다. 최대 10억원까지 보관할 수 있다.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나 전자단기사채 등을 대안으로 제시하는 전문가도 있다. 시중은행의 한 프라이빗뱅커(PB)는 “ELB는 ELT와 비슷하지만 원금이 보장되는 게 특징”이라며 “시장변동성이 큰 요즘 연 2.5% 안팎의 금리를 받으면서 안정적으로 운용하기 적당하다”고 추천했다. 최홍석 신한은행 잠실PWM센터 팀장은 “리스크를 감내하는 대신 연 3%를 최소 수익으로 봤던 기존 ELT 이용자라면 우량 회사채나 전자단기사채, 기업어음(CP)도 고려할 만하다”고 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