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과 예술이 만나는 핫플레이스…천안복합문화센터, 2022년 3월 완공 기대"

김낙훈의 기업인 탐구

이수문 아트센터화이트블럭 대표
박진희 SsD건축 대표
이수문 대표(왼쪽)와 박진희 대표가 헤이리 아트센터화이트블럭 앞에서 얘기하고 있다.
중소기업인들의 사업영역은 다양하다. 레인지후드 제조업체 하츠를 매각한 뒤 미술관을 운영하던 이수문 아트센터화이트블럭 대표는 작가들의 열악한 사정을 알고 이들이 부담 없이 입주해 작업할 수 있는 시설(레지던시)을 충남 천안에 설립했다. 그는 박진희 SsD건축 대표와 손잡고 2단계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낮은 구릉으로 둘러싸인 경기 파주 헤이리 예술인마을에는 미술관 박물관 공연장 등 300여 동의 건물이 들어서 있다. 각종 봄꽃이 향연을 벌이는 요즘, 눈에 확 띄는 건물이 있다. 미술관 아트센터화이트블럭(대표 이수문)이다. 대다수 노출콘크리트 건물과 달리 이 건물은 백조처럼 하얗다. 저녁엔 통유리를 통해 불빛이 바로 옆 연못에 투과돼 멋진 광경을 연출한다.

2011년 개관한 이곳은 박진희 SsD건축 대표가 설계한 건물이다. 미국건축가협회상, 미국건축상 등 4개를 수상한 건축물이다. 당시 미국 뉴욕에서 주로 활동하던 박 대표는 뉴욕건축연맹으로부터 2007년 젊은 건축가상과 2009년 미국건축사협회로부터 젊은건축가상을 받은 유망주였다. 2017년 세계적 건축전시회인 독일 카셀 ‘어바나 익스페리멘타’에 참가했고 올해 베니스건축비엔날레(올 8월 말 개막 예정)의 메인관에 초청받을 정도로 국제적으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이수문 대표는 학부에서 건축을 전공(서울대 건축학과)한 뒤 미술관을 운영하고 있고 박 대표는 학부에서 미술을 전공(서울대 산업디자인학과)한 뒤 건축가의 길을 걷고 있다. 하버드대 건축대학원을 나온 박 대표는 하버드대 겸임교수와 시카고 일리노이공대에서 ‘모겐스턴 석좌교수’를 지냈다.이 대표와 박 대표가 올해 두 번째 프로젝트에 도전한다. 천안복합문화센터 2단계 프로젝트다. 이 대표가 2018년 설립한 이곳은 작가들의 작업공간이다. 전기료만 내고 입주할 수 있다. 7590㎡ 규모 부지에 건물 4개 동이 들어서 있고 16명의 작가가 활동하고 있다. 뒤쪽의 울창한 산림을 포함해 화이트블럭이 소유한 이 지역 전체 부지는 9만㎡에 이른다.

2단계 프로젝트는 대지 1320㎡ 규모에 건설된다. 전시관과 공연장이 들어설 예정이다. 부대시설로 아트숍 서점 카페테리아 등도 구상 중이다. 이 대표는 “4차 산업혁명과 예술이 만나는 공간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엔 예술도 변하기 마련”이라며 “인공지능 로봇 홀로그램과 다양한 예술장르를 접목하는 핫플레이스로 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일반인에게 예술작품을 쉽게 만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 국내외 전시 기회도 주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설계를 마치고 내년부터 공사에 들어가 2022년 3월 개관할 예정이다.

복합문화센터 건립은 이 대표의 ‘끼’와도 관련이 있다. 그는 중·고교 시절 밴드부와 연극반에서, 대학시절 연극반에서 활동했다. 한샘 등에서 직장생활을 한 뒤 하츠를 창업해 경영하면서 창작 뮤지컬 제작에 도전하기도 했다. 작가 연출가 등을 섭외해 뮤지컬 본고장인 런던 웨스트엔드와 뉴욕 브로드웨이를 함께 다닌 뒤 제작한 작품이 뮤지컬 ‘명성황후’다. 그는 이 과정에서 산파역을 맡았다. 하츠 매각 후 문화사업에 뛰어들어 2011년 헤이리에 갤러리(2014년 미술관으로 등록)를 열었고 레지던시 사업도 벌이고 있다.설계를 맡은 박 대표는 “기존 미술관이나 전시관과는 다른, 창조적인 공간으로 조성하기 위한 구상을 하고 있다”며 “예술의 역할 중 하나가 기존 관념을 뛰어넘어 새로운 것을 구현하는 것인 만큼 이를 실현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베니스비엔날레 출품 준비로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 전시회에는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 수상자들이 여럿 참가한다. 한국 건축가가 메인관에 초청받은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박 대표는 “그동안의 경험을 살려 천안복합문화센터가 이 지역을 대표하는 예술촌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낙훈 한경글로벌강소기업연구원장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