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타격 제한적…스타일러·공기청정기 등 新가전 수요는 늘어

전자업황 전망

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 팀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산업에 걸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전자업계도 코로나19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반도체업계는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이 연간 생산 계획을 하향 조정하고 있어 부정적이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최근 ‘글로벌 반도체 시장 전망에 코로나19가 미치는 영향’이라는 보고서를 내고 최악의 경우 글로벌 반도체 매출이 지난해 대비 6~12% 이상 급감할 것으로 예측했다. 매출 전망 감소치 6%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258억달러(약 32조4000여억원)에 달한다. 반도체 가격은 코로나19 파장에 따라 유동적이지만 2분기에는 서버용 메모리 수요 증가로 상승세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상황이 호전되면서 공급 측면의 우려도 조금씩 털어내고 있다.코로나19 확산으로 시장이 봉쇄되고 있는 유럽에 대한 우려가 크다. 유럽 가전 시장은 범용 제품보다 가격대가 높은 프리미엄 가전 선호도가 높다. 기업들의 매출과 이익 감소에 큰 영향을 미친다. 여기에 유럽은 온라인 구매 대신 대형 유통업체를 통해서 TV 등 가전을 판매하고 있다. 오프라인 시장 봉쇄의 부정적 영향이 더 크다는 의미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되는 구조다.

올해 열릴 예정이던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20)와 도쿄올림픽이 줄줄이 연기되는 분위기라 매출 타격이 예상된다. 코로나19 영향권에 놓인 사업 중 TV 수요는 지난해 대비 3~4% 하락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가전 사업은 도쿄올림픽이 연기되면 최대 시장인 북미 매출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 도쿄올림픽과 연계한 스포츠 이벤트 특수 효과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북미 TV 출하량 감소 등의 일부 영향을 감안해 대형이나 프리미엄 제품 매출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가전업계는 오프라인 마케팅 비용을 대폭 줄이는 대신 온라인 마케팅으로 차선 대응에 나서고 있다. 다른 산업에 비해선 제한적으로 타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분야별로는 조금씩 전망이 다르다. 스마트폰은 중국 매출 비중이 크지 않아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된다.가전과 TV 사업은 그나마 선방하고 있다. 오히려 올 1분기에는 다른 전자 부문의 부진을 가전과 TV 사업이 상쇄하는 모습까지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의류관리기, 공기청정기, 에어컨 등의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여파로 건강관리 수요가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가전 제품군이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도 있다. 가전 사업의 성장은 속도의 문제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중국 경제 TV 업체들이 생산 차질로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기대 이상의 선방을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유럽, 북미 가전 유통 채널 폐쇄는 TV, 가전 수요 감소 요인으로 작용해 올 2분기 실적에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코로나19 사태 이전만 해도 가전 사업의 수익성 전망은 좋았다. 프리미엄 신성장 제품군의 해외 판매와 원가 효율화를 통해 긍정적인 성과를 낼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TV와 스마트폰의 부진한 수익성을 가전 사업이 메울 것이란 전망이 대세였다. 코로나19 외에도 세계 불안 등 국내외 경제 환경의 불확실성이 크지만 프리미엄 시장에서 소비자의 다양한 니즈에 맞는 제품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LG전자와 삼성전자는 올 1분기에 코로나19의 글로벌 확산 여파에도 불구하고 예상보다는 견조한 실적을 낼 수 있다. LG전자의 경우 유사 업종에서 상대적으로 코로나19의 영향을 적게 받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노출도가 상대적으로 낮고 가전과 TV 출하량에 큰 타격이 없어서다. 코로나19로 인해 공기청정기 수요가 늘고 있는 데다 중국 생산 차질에 따른 반사 수혜도 가능하다.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미세먼지 등으로 무선청소기, 공기청정기, 의류관리기, 건조기 등 환경 관련 신가전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생활가전 사업 부문은 프리미엄 비중 확대 등으로 충격 수준의 실적 악화는 없을 전망이다.문제는 글로벌 경기 둔화다. 글로벌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서 스마트폰이나 PC 그리고 가전 등의 수요가 감소하고 있다. 올 1월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량은 1억2000만 대로 전월 대비 9%, 전년 동기 대비 6% 감소했다. 올 2분기에도 코로나19 여파가 더 커지면 어려움을 지속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이른바 포스트코로나19를 준비해야 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산업 손실이 크지만 이에 따른 맞춤형 신사업이 생겨나고 있다. 클라우드 회의, 클라우드 개강 등 클라우드 경제가 대표적이다. 코로나 이후 경제 향방과 산업 판도 변화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디지털 헬스 시스템 발전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jeff.kim@kbf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