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편의점 '땡처리 상품', 가성비 정말 좋을까?

세븐일레븐, '라스트 오더' 서비스 사용기

▽ 밀레니얼세대 기자, 앱부터 '허둥지둥'
▽ 가장 가까운 매장이 30분 걸리는 점포?
▽ 도시락 2개에 4000원…가격은 매우 '저렴'
▽ "싸다고 샀다가는 '낭패'"
지난 25일 서울 마포구의 한 세븐일레븐 매장에 도시락이 진열되어 있다./사진=이미경 기자
편의점에서 '1+1' 혹은 '2+1' 상품을 즐겨 구입하는 기자에게 솔깃한 서비스가 나왔다. 대형마트나 백화점에서 주로 찾던 '땡처리 상품' 할인이 편의점 업계에서도 등장했기 때문이다.

세븐일레븐은 지난달 1일 유통기한이 임박한 상품을 할인해 판매하는 '라스트 오더'를 도입했다. 해당 서비스를 시행한지 50일 만인 지난 25일 누적 판매량이 14만개를 넘어섰다고 세븐일레븐은 전했다. 얼마나 만족도가 높은 서비스이기에 하루에 2800개 꼴로 상품이 판매된 것인지, 기자가 지난 26일 직접 체험에 나섰다.
마감 세일 앱 '라스트 오더'의 모습. 빨간색 사각형의 '편의점'란을 터치하면 마감 세일을 진행하는 세븐일레븐 매장과 상품 리스트를 볼 수 있다./사진=앱 화면 캡처
◇ 앱 설치하고 한참 고민…가장 가까운 편의점이 30분 거리

마감세일 상품을 구매하려면 앱(응용프로그램)을 통해 미리 결제를 해야 한다. 물건을 장바구니에 담아 결제한 뒤 방문 예정시간을 지정하면, 점포에 있는 직원이 해당 물건을 소비자가 지정한 시간에 맞춰 미리 챙겨놓는다. 1991년생인 기자는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다는 '밀레니얼 세대'라 불리지만 새로운 기술에 적응을 잘하는 편은 아니다. 그래서일까. '라스트 오더'앱을 설치하고 한참을 헤맸다. 앱에 주소를 입력해 근처 가게 리스트를 봤지만 세븐일레븐은 전혀 보이지 않고 카페, 음식점 리스트만 잔뜩 떴기 때문이다.

문제는 기자가 '라스트 오더' 앱을 세븐일레븐이 자체 개발한 앱이라고 잘못 이해한 데 있었다. 애초에 '라스트 오더'라는 앱이 있었고, 이곳에 세븐일레븐이 지난달 입점한 셈이다. 이것저것 터치하다보니 가운데 '편의점'란이 보였다. 편의점 코너에 들어와 집 주소를 기준으로 조회해보니 해당 매장과 함께 마감세일에 들어간 상품 리스트가 떴다. 리스트에 뜬 매장 중 가장 가까운 점포는 2km떨어져 도보로 30분 걸어가야 하는 점포였다. 26일 기준 전국 세븐일레븐 매장의 약 80%, 즉 8000곳이 '라스트 오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일부 매장은 아직 이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기자의 집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가장 가까운 편의점은 아직 이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상황이었다.

아무리 물건을 저렴할 수 있게 살 수 있다고 하지만, 30분이라는 시간을 들여 물건을 사러 가는 것은 부담이었다. 기자가 선택한 지점의 재고 현황은 오후 3시 30분 기준으로 8개 상품이 떴다. 마트나 백화점에서 마감세일에 들어가는 시간인 저녁 7시 30분쯤에는 21개 상품이 조회됐다. 세븐일레븐 관계자에 따르면 각 지점마다 상품을 앱에 등록하는 시각이 달라 어느 시간대에 상품의 수가 많은지 명확하게 얘기할 수는 없지만, 통상적으로는 오후 6~8시 사이에 많이 등록된다고 한다.

상품군은 모두 유통기한이 짧은 유제품, 도시락, 삼각김밥 등이었다. 재고량이 많은 만큼 '라스트 오더' 서비스를 통해 판매된 물건의 72%도 도시락, 삼각김밥이 차지했다. 세븐일레븐은 앞으로 디저트, 전 식품군으로 라스트오더 서비스 대상 상품을 확대할 예정이다. 앱에는 이 제품들을 구매할 수 있는 시간이 정해져 있다. '판매 종료 시간'이 나와 있는데, 유제품이나 도시락은 유통기한이 월·일 단위 외에 '시'단위까지 나와 있어 이렇게 표기한 것이다.판매 종료 시간이 지나면 유통기한이 지나버렸다는 것이고, 그때까지 '라스트 오더'를 통해 해당 상품이 판매되지 않으면 이 상품은 폐기된다. 단, 해당 상품을 판매 종료 시간 이전까지 결제만 완료하면, 수령은 조금 늦게 해도 되므로 하루 이틀 유통기한이 지나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소비자들은 앱을 통해 결제하고 수령을 늦게 하면 된다.
기자는 지난 25일 구매한 도시락을 다 먹지 못하고 음식물 쓰레기 250g을 배출했다./사진=이미경 기자
◇ 도시락 두개 4000원에 화색…다음날엔 '곤혹'

30분을 걸려 방문한 편의점에서 기자는 다음날 아침식사로 먹을 도시락 두개를 골랐다. 원래 '라스트 오더'는 30% 할인하는 서비스인데, 세븐일레븐은 지난달부터 이달까지 출시 기념으로 50%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덕분에 도시락 두개를 약 4000원에 구매했다.다만 굳이 먹고 싶지 않은 음식을 싸다는 이유만으로 구입하자 문제가 생겼다. 다음날 아침, 해당 제품 중 하나를 꺼내 전자레인지에 2분을 데웠다. 굳이 먹고싶은 메뉴도 아니었거니와, 오랫동안 냉장 보관돼서인지 음식이 맛있진 않았다. 결국, 도시락의 절반 분량인 250g을 음식물 쓰레기로 버리게 됐다.

세븐일레븐 측은 라스트 오더 서비스를 통해 3억5000여만원의 폐기 금액을 절감했다고 밝혔다. 점주 입장에서는 폐기 금액을 절감할 수 있지만 소비자에게는 좀 더 현명한 소비가 필요한 서비스가 아닌가 싶다.

다만 먹고 싶은 제품을 찾은 소비자라면 만족도가 높을 만하다. 특히 제품을 할인하는 매장이 가까운 곳에 있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인 셈이다.

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capit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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