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김상훈의 이렇게 이혼·상속] (5) 별거 중에 아파트 분양 잔금을 냈는데 이혼한 아내에게 떼줘야 하나

김상훈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법학박사)

<대법원 2019. 10. 31. 선고 2019므12549, 12556 판결>A씨는 2014년 8월 혼인 신고를 하기 전에 이미 주택청약종합저축에 가입해 아파트 청약 1순위 자격을 갖고 있었다. 그는 남양주시의 한 아파트 분양에서 당첨됐고 2015년 7월 2억7500만원에 수급계약을 맺었다. 그의 결혼 생활은 1년만에 순조롭지 못한 상황이 됐고 아파트 계약 즈음에 별거를 시작했다. 혼인관계가 파탄난 2017년 10월쯤까지 아파트 계약금과 중도금 등으로 1억9370만원을 냈다. 2018년 3월에는 잔금 8251만원을 치르고 그 해 4월에 자신의 명의로 소유권 이전등기를 마쳤다. 아내는 이혼 소송에서 아파트에 대해 재산분할을 해달라고 할 자격이 있을까. 대법원은 있다고 봤다.

◆ 소송경과

부부는 서로에게 이혼과 재산분할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에서 핵심 쟁점은 아파트가 재산분할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였다. 원심은 아파트의 경제적 가치는 혼인관계 파탄 이후 A의 잔금 납입이라는 부부 중 일방에 의한 후발적 사정에 의하여 생긴 것으로서 혼인 중 공동으로 형성한 재산관계와 무관하다고 봤다. 이에 따라 혼인관계 파탄 전에 납입한 분양대금 등 1억9371만원만을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시키고 아파트 자체는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했다. 아파트값 상승분은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대상판결의 요지

[1] 재판상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을 할 때 분할의 대상이 되는 재산과 그 액수는 이혼소송의 사실심 변론종결일을 기준으로 하여 정하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혼인관계가 파탄된 이후 사실심 변론종결일 사이에 생긴 재산관계의 변동이 부부 중 일방에 의한 후발적 사정에 의한 것으로서 혼인 중 공동으로 형성한 재산관계와 무관하다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그 변동된 재산은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하여야 한다. 하지만 부부의 일방이 혼인관계 파탄 이후에 취득한 재산이라도 그것이 혼인관계 파탄 이전에 쌍방의 협력에 의하여 형성된 유형·무형의 자원에 기한 것이라면 재산분할의 대상이 된다.

[2] A가 아내와 혼인생활을 시작한 후에 아파트에 관한 공급계약을 체결하였고,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르기 전까지 계약금 및 중도금으로 아파트의 분양대금 중 70%가량을 납입함으로써 혼인관계 파탄 이전에 이미 분양대금 잔금의 납입을 통해 아파트의 소유권을 취득할 것이 잠재적으로 예정되어 있었던 점, A가 공급계약을 체결하고 분양대금을 납입하는 기간 동안 B는 자녀를 출산하고 가사와 육아를 돌보았을 뿐만 아니라 회사에 복직하여 소득활동을 하는 한편 가사와 육아에 관하여 B의 모친의 도움을 받은 점 등에 비추어 설령 A가 혼인관계 파탄 이후 아파트의 소유권을 취득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혼인관계 파탄 이전에 A와 B 쌍방의 협력에 의하여 형성된 유형·무형의 자원에 터 잡은 것이므로, 재산분할의 대상은 혼인관계 파탄 이전에 납입한 분양대금이 아니라 사실심 변론종결일 이전에 취득한 아파트가 되어야 하는데도, 이와 달리 본 원심판단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 해설

아파트 등 부동산의 가치가 나날이 폭등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볼 때, 재산분할의 대상이 아파트 그 자체인지 아니면 아파트 분양대금인지 여부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특히 이 사건처럼 아파트 분양대금을 납입하고 있던 도중에 혼인관계가 파탄난 후 잔금을 지급하고 소유권이전등기를 한 경우, 과연 재산분할의 대상을 무엇으로 볼 것인지는 단순히 반환대상이 금전인지 물건인지의 차원을 떠나 경제적으로도 매우 큰 차이를 가져온다.

따라서 우선 재산분할의 대상이 되는 재산과 가액의 기준시기에 관하여 살펴보아야 한다. 당사자의 청구에 의하여 가정법원이 재산분할심판을 할 때에는 “당사자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의 액수 기타 사정을 참작하여 분할의 액수와 방법”을 정해야 한다. 청산의 대상으로 되는 재산의 범위와 가액산정의 기준시기에 관하여 판례는 재판상 이혼을 전제로 한 재산분할에서는 이혼소송의 ‘사실심 변론종결일’을 기준으로 하고, 협의이혼에 따른 재산분할에서는 협의이혼이 성립한 날(이혼신고일)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사실심 변론종결일이라 함은, 1심 또는 2심의 변론이 종결되는 날을 의미한다. 선고를 하는 날인 선고기일과는 다르다. 다만 혼인관계가 파탄된 이후 사실심 변론종결일 사이에 생긴 재산관계의 변동이 부부 중 일방에 의한 후발적 사정에 의한 것으로서 혼인 중 공동으로 형성한 재산관계와 무관하다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그 변동된 재산은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하여야 한다. 그러나 부부의 일방이 혼인관계 파탄 이후에 취득한 재산이라도 그것이 혼인관계 파탄 이전에 쌍방의 협력에 의하여 형성된 유형·무형의 자원에 기한 것이라면 재산분할의 대상이 된다.

이 사건의 경우 사실심 변론종결일을 기준으로 보면 이 사건 아파트가 이미 A의 소유로 존재하였으므로 원칙대로라면 아파트 자체가 재산분할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원심은 이 사건 아파트가 혼인관계 파탄 이후 A의 잔금 납입이라는 부부 중 일방에 의한 후발적 사정에 의하여 생긴 것으로서 혼인 중 공동으로 형성한 재산관계와 무관하다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라고 보아서 아파트를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이 적절히 지적한 것처럼,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르기 전까지 아파트의 분양대금 중 70%가량을 납입하였고, A가 분양대금을 납입하는 동안 B는 자녀를 출산하고 가사와 육아를 수행했으며, 회사에 복직하여 소득활동을 하는 한편 가사와 육아에 관하여 B의 모친의 도움을 받았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설령 A가 혼인관계 파탄 이후 아파트의 소유권을 취득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혼인관계 파탄 이전에 A와 B 쌍방의 협력에 의하여 형성된 유형·무형의 자원에 터 잡은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이 사건 아파트 자체를 재산분할 대상으로 본 대법원의 판단이 타당하다.

▶김상훈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 변호사(법학박사)
- 고려대 법과대학 졸업
- 고려대 법학석사(민법-친족상속법) 전공
- 고려대 법학박사(민법-친족상속법) 전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