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직의 신성장론] 창조형 인적자본에 파격적 지원해야

(7) 대전환을 위한 경제정책

인적자본 탄탄할수록 장기성장률 증가
창조적 근로자·기업에 세제·재정 지원
인재 육성 기반을 창조형으로 전환해야

김세직 <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
‘5년 1%포인트 하락의 법칙’의 족쇄에서 벗어나게 할 ‘창조형 인적 자본 성장정책’은 경제·사회·정치·교육 부문을 아우르는 총체적 정책이어야 한다. 경제분야 정책의 핵심은 창의적 아이디어를 낸 사람에 대한 ‘보상’을 통해 창조형 인적 자본에 투자할 강력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다.

1980년대 말 등장한 ‘내생적 성장이론’도 인적 자본 투자에 대한 인센티브를 증가시키는 경제정책의 성장 효과에 주목했다. 당시 주류 신고전파 성장이론이 정부의 성장정책에 아무런 가이드를 제공하지 못했던 데 비해, 내생적 성장이론은 정부정책이 인적 자본과 성장률에 영향을 미치는 경로를 모형화해 정부정책의 성장 효과를 이론적으로 증명했다. 사람들은 인적 자본 투자의 수익률이 높을수록 투자를 늘리는데, 이는 장기성장률 증가를 가져오기 때문에 인적 자본 투자의 수익률을 높이는 정부정책은 성장을 촉진한다는 것이다. 내생적 성장이론은 이런 메시지로 전 세계의 많은 개발도상국에 복음 같은 성장이론이 됐다.내생적 성장이론가들이 강조하는 정부정책은 투자수익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조세·재정 보조금 정책이었다. 정부가 인적 자본을 이용한 노동의 대가인 임금에 대한 세율을 낮추고 투자 보조금을 늘릴수록, 인적 자본에 대한 실효세율이 낮아져 투자의 순수익률이 증가한다. 그 결과 국민의 인적자본 투자가 늘어나 성장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필자는 1998년 쓴 논문에서 1960~1980년대 고도성장기의 한국과 미국의 실효세율 차이가 실제로 두 나라 장기성장률에 영향을 미쳤음을 확인했다. 두 나라 장기성장률 차이의 30% 정도는 세제 혜택과 정부 보조금 등에 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국이 성장 황금시대에 고도성장을 구가한 원인의 상당 부분이 정부의 조세·재정정책 덕분임을 의미한다. 특히 정부의 교육지출(보조금)과 낮은 근로소득세로 인해 이 시기 한국의 인적 자본 실효세율은 -9%였다. 이는 미국의 17%에 비해 현격히 낮은 수준으로, 이렇게 낮은 실효세율이 국민의 인적 자본 투자에 강력한 인센티브로 작용한 것이다.

이제 인적 자본을 증가시키되, 모방형에서 창조형으로 대전환해야 하는 시점에(본지 2월 28일자 A33면 ‘모방형 인적자본의 종말’ 참조) 필요한 것은 조세·재정 제도의 대변혁이다. 그 핵심은 인적 자본에 대한 조세·보조금을 창조형과 모방형으로 구분하고, 모방형에 대비한 창조형 인적 자본의 실효세율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제도 변혁이다.첫째, 조세정책 측면에서 창조형 근로자 및 기업, 제품에 대해 각각 근로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를 감면하는 혁신적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먼저, 창조형 인적 자본을 축적하고 일반 또는 창업기업에서 새 아이디어를 창출해내는 근로자에 대해 근로소득세 면제나 낮은 세율을 적용하는 가칭 ‘창조형 근로자 소득세 감면제도’ 도입이 중요하다. 또 창조형 인재가 직접 창업한 경우 일정 기간 법인세를 감면하거나 세율을 낮춰주는 ‘창조형 기업 법인세 감면 제도’ 도입도 필요하다. 기술혁신을 지속하는 일반 기업에도 비슷한 혜택을 부여하되, 창조형 기업을 정교하게 구분해내는 방법을 고안해야 한다. 공급사슬을 이루는 기업 중 창의적 아이디어로 새로운 중간재를 개발한 기업에 대해 부가가치세를 감면해주는 ‘창조형 제품 부가가치세 감면제도’ 도입도 긴요하다. 이런 조세감면 정책은 성장률 증가를 통해 2018년 기준 378조원인 세수를 증가시켜 오히려 재정 부담을 줄여줄 수도 있다.

둘째, 재정정책 측면에서도 가칭 ‘창조형 교육재정 제도’를 도입해 정부 예산 중 기존의 모방형 인적 자본에 대한 지출(보조금)을 창조형에 대한 지출로 전환해야 한다. 현재 72조6000억원 수준인 정부 교육지출 항목을 창조형과 모방형 인적 자본을 위한 지출로 구분한 뒤 창조형 비율 목표를 예를 들어 80%로 정해 크게 증가시킬 필요가 있다.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 체제도 기술 항목이 아니라 창조형 인재(사람)에 대한 지원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조세·재정 정책은 인적 자본 투자 인센티브에 강력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증명된 경제정책이다. 특히 강한 외부성을 특징으로 하는 창의적 아이디어에 대한 조세·보조금 정책은 시장 실패를 보정해 자원 배분의 효율성도 증진시킨다. 창조형 인적 자본 축적을 촉진하기 위한 정책 대변환, 이로부터 시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