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코로나에도…한진칼 주총장은 주주로 가득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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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진칼, 27일 정기 주주총회 개최
▽ 조원태 회장 사내이사 연임 등 안건 다뤄
▽ 조 회장 지분 40% 확보…유리한 고지
▽ 경영권 분쟁 장기전 돌입 전망

주총장 참석에 앞서 주주명부를 확인하는 책상 앞에도 주주들이 늘어섰다. 직원들은 주총장에 들어서는 주주들의 체온을 소형 체온계로 일일이 쟀다.

주총에서는 감사 및 영업보고, 최대주주 등과의 거래내역 보고, 재무제표 승인, 사외 및 사내 이사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정관 일부 변경 등의 안건을 의결한다.
조 회장 측과 3자 주주연합 간 가장 첨예한 표 대결은 조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을 놓고 벌어질 전망이다. 차기 이사회 후보군으로 한진그룹은 조 회장 외에 신규로 6명의 이사 후보를 제안한 상태다. 3자 주주연합은 김신배 포스코 이사회 의장 등 7명의 이사 후보군을 추천했다. 한진칼의 사내이사 선임은 일반 결의 사항인 만큼 출석 주주 과반의 찬성을 얻으면 안건이 통과된다.
또한 반도건설이 이번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분이 8.2%에서 5%로 줄어든 상태란 점도 조 회장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 24일 반도건설이 고의로 허위공시를 했다고 판결, 3자 주주연합이 주총 의결권 행사와 관련해 제기한 가처분신청을 모두 기각했다.
이에 조 회장이 경영권 방어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재계는 무게를 두고 있다. 국민연금(2.9%)을 포함한 조 회장 측이 확보한 지분은 36.6%로 3자 주주연합(28.78%)과 약 7.82%포인트의 격차가 벌어졌다. 조 회장의 우호지분은 본인(6.52%)과 모친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5.31%), 동생 조현민 한진칼 전무(6.47%) 등 조 전 사장을 제외한 일가 지분과 특수관계인(4.15%) 지분에 사업상 협력관계를 맺은 미국 델타항공(10.00%), 카카오(1.00%), GS칼텍스(0.25%) 등을 더한 수치다. 의결권 기준 한진칼 지분 3.7%를 보유한 대한항공 자가보험·사우회 등이 조 회장 편에 설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양측의 격차는 더욱 클 상황이다.대한항공 자가보험·사우회 지분을 합치면 조 회장 측 우호지분은 40%를 넘기게 된다. 지난해 한진칼 주총의 주주 참석률(77.18%)에 비춰 올해 참석률을 80%로 가정한다면 안건 통과를 위한 최소 수준의 지분을 확보했다는 게 재계의 평가다.
다만 지분 25%에 해당하는 소액주주와 기관투자가의 지지 여하에 따라 이날 경영권 향배는 최종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대한항공 주총에서 고(故) 조양호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안이 부결된 전례가 있는 만큼 한진그룹은 노조까지 나서 조 회장의 재선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반면 3자 주주연합은 조 회장을 비롯한 현재 경영진의 퇴진을 요구하며 막판까지 소액주주 표심을 잡기 위해 여론전을 펼쳤다.
3자 주주연합은 KCGI와 반도건설을 주축으로 지분을 추가로 늘려 총 42.13%(지난 24일 기준)를 확보했다. 조 회장 측의 백기사인 델타항공은 기업결합신고 기준(15%) 직전인 14.9%까지 지분을 늘렸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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