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초기 부실대응'에 코로나19 최다국…"최악 아직 안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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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안이한 인식과 초반 검사 부족 상황에서 빠른 지역사회 전파
'환자폭증' 뉴욕 상황, 다른 지역 재발 여부가 변수…"시골서 유행도 시간문제"미국이 26일(현지시간) 세계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가장 많은 국가가 된 것은 부실한 초기 대응과 미흡한 조치 탓이라는 지적이 나온다.초기에 강력한 대처가 이뤄지지 않아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질병이 퍼졌고 당국이 뒤늦게 검사 강화, 여행·모임 제한 등의 조치에 나섰지만, 역부족인 상황이다.
일단 가장 큰 원인은 초동 대처 '실패'로 보인다.
미국에서는 1월 21일 첫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했다.중국 우한 여행을 다녀온 워싱턴주 주민이었다.
첫 환자가 발생한 지 두 달 만에 확진자 수는 8만명을 훌쩍 넘겼다.
환자 급증 배경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안이한 초기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그는 1월 말에만 해도 재선 유세에서 "모든 게 잘 될 것"이라며 코로나19 위협을 대수롭지 않게 평가했다.
지난달 말 백악관 기자회견에선 독감 환자 흉내를 내며 미국 내 독감 사망자가 수만명에 이른다면서 코로나19의 위험성을 낮잡아보는 듯한 태도를 취했다.
이후 확진자가 급증하고 발생 지역도 전역으로 확산하자 태도가 급변, 백악관 태스크포스를 설치하는 등 총력 대응 체제로 전환했지만, 초기 대응이 안이했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보건 당국의 검사 역량도 조기 진압 실패에 한몫했다.
환자가 계속 빠르게 늘었지만, 장비가 부족해 검사를 제때 못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뉴욕타임스(NYT) 등 미 언론은 이달 초까지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하루 검사 능력이 400건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하루 1만건을 검사하는데 왜 미국은 그렇게 하지 못하나'라는 전문가 비판도 나왔다.
적극적인 검사를 하지 않은 것도 원인으로 보인다.
병원을 찾아도 검사를 받지 못하고 발길을 돌리는 사례 또한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검사 대상과 기준을 까다롭게 적용한 탓이 크다.
사태 초기만 해도 중국을 방문한 적이 있거나 감염자와 접촉한 적이 있는 사람만 검사를 받도록 했다.
고비용으로 제대로 검사를 받기 어렵다는 점도 사태 악화를 부채질했다.
사태 초기 코로나19 검사비가 2천∼3천달러대에 이른다며 비싼 검사비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줄을 이었다.
전염병 검진비는 보험의 보장 대상이 아니어서 생긴 문제였다.
이런 와중에 뉴욕 등에서 지역사회 전파가 빠르게 이뤄지면서 환자가 속출했다.
환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통계 오류' 가능성도 제기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독감이나 다른 질병으로 잘못 진단된 사망자, 검사를 받지 않은 사망자 등이 있을 수 있다며 "많은 사망자가 집계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환자가 발표되는 통계보다 더 많을 수 있다는 얘기다.
NYT도 21일 컬럼비아대학 연구팀의 시뮬레이션 분석을 토대로 코로나19에 감염됐으면서도 증상이 없거나 가벼운 수준에 불과해 통계에 잡히지 않는 '숨은 감염자'가 실제 확진자의 11배에 달할 수 있다고 전했다.혼선 속에 연방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 등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주 정부가 외출 금지, 영업장 폐쇄를 명령하는 등 대처에 나섰지만, 환자 수는 계속 늘고 있다.
이번 주 들어서는 확진자가 하루 1만명 안팎의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NYT는 코로나19가 중국을 삼키는 와중에도 세계적 대유행을 심각하게 여기지 않은 점, 광범위한 검사를 제공하지 못해 위기의 규모에 눈멀게 된 점 등을 대응 실패의 일부 요인으로 지목했다.
문제는 향후 상황이 더 암울하다는 점이다.
WP는 "첫 확진 사례가 발생한 지 두 달 만에 미국은 치명적인 현실과 싸우고 있다"며 "코로나바이러스는 미국에서 1천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갔으며 놀라운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전문가들은 미 전역에 걸쳐 지역사회에서 급속히 환자가 늘고 있는 점을 지적하면서 최악의 상황은 아직 오지 않았다고 두려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CNN방송도 현 상황에 대해 "암울한 이정표"라며 환자가 계속 늘고 있다고 전했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전날 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미국에서 가속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우치 소장은 지난 17일에는 환자 수가 5월 1일께 정점에 달할 수 있다는 견해에 대해 '그럴 수 있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또 코로나19 확산 억제·완화를 위한 조치들이 효과를 내는지 알게 될 때까지 몇 주 또는 그 이상이 걸릴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뉴욕 등 급속한 확산이 이어지는 일부 지역에서 환자 수가 얼마나 증가할지, 급증세를 잡을 수 있을지가 관건으로 보인다.
WP는 지난 25일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가 기자회견에서 뉴욕을 "탄광 안의 카나리아"라며 "우리는 당신의 미래"라고 경고했다고 상기시켰다.
탄광 속 카나리아는 과거 광부들이 색깔도 냄새도 없는 일산화탄소에 예민해 중독 때 사람보다 빨리 죽는 카나리아를 탄광에 들여보내 위험을 미리 알아차린 데서 유래했다.
앞으로는 시골 지역에서 더욱 확산해 피해를 낳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WP는 그동안은 해안에 위치한 주(州)에 있는 인구 밀집 도시가 큰 피해를 당했지만 "코로나바이러스가 시골 지역에서도 유행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짚었다.그러면서 만약 시골에 바이러스가 도착하면 특히 각종 자원과 의료 종사자들이 이미 부족한 지역에 치명적인 영향을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환자폭증' 뉴욕 상황, 다른 지역 재발 여부가 변수…"시골서 유행도 시간문제"미국이 26일(현지시간) 세계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가장 많은 국가가 된 것은 부실한 초기 대응과 미흡한 조치 탓이라는 지적이 나온다.초기에 강력한 대처가 이뤄지지 않아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질병이 퍼졌고 당국이 뒤늦게 검사 강화, 여행·모임 제한 등의 조치에 나섰지만, 역부족인 상황이다.
일단 가장 큰 원인은 초동 대처 '실패'로 보인다.
미국에서는 1월 21일 첫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했다.중국 우한 여행을 다녀온 워싱턴주 주민이었다.
첫 환자가 발생한 지 두 달 만에 확진자 수는 8만명을 훌쩍 넘겼다.
환자 급증 배경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안이한 초기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그는 1월 말에만 해도 재선 유세에서 "모든 게 잘 될 것"이라며 코로나19 위협을 대수롭지 않게 평가했다.
지난달 말 백악관 기자회견에선 독감 환자 흉내를 내며 미국 내 독감 사망자가 수만명에 이른다면서 코로나19의 위험성을 낮잡아보는 듯한 태도를 취했다.
이후 확진자가 급증하고 발생 지역도 전역으로 확산하자 태도가 급변, 백악관 태스크포스를 설치하는 등 총력 대응 체제로 전환했지만, 초기 대응이 안이했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보건 당국의 검사 역량도 조기 진압 실패에 한몫했다.
환자가 계속 빠르게 늘었지만, 장비가 부족해 검사를 제때 못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뉴욕타임스(NYT) 등 미 언론은 이달 초까지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하루 검사 능력이 400건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하루 1만건을 검사하는데 왜 미국은 그렇게 하지 못하나'라는 전문가 비판도 나왔다.
적극적인 검사를 하지 않은 것도 원인으로 보인다.
병원을 찾아도 검사를 받지 못하고 발길을 돌리는 사례 또한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검사 대상과 기준을 까다롭게 적용한 탓이 크다.
사태 초기만 해도 중국을 방문한 적이 있거나 감염자와 접촉한 적이 있는 사람만 검사를 받도록 했다.
고비용으로 제대로 검사를 받기 어렵다는 점도 사태 악화를 부채질했다.
사태 초기 코로나19 검사비가 2천∼3천달러대에 이른다며 비싼 검사비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줄을 이었다.
전염병 검진비는 보험의 보장 대상이 아니어서 생긴 문제였다.
이런 와중에 뉴욕 등에서 지역사회 전파가 빠르게 이뤄지면서 환자가 속출했다.
환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통계 오류' 가능성도 제기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독감이나 다른 질병으로 잘못 진단된 사망자, 검사를 받지 않은 사망자 등이 있을 수 있다며 "많은 사망자가 집계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환자가 발표되는 통계보다 더 많을 수 있다는 얘기다.
NYT도 21일 컬럼비아대학 연구팀의 시뮬레이션 분석을 토대로 코로나19에 감염됐으면서도 증상이 없거나 가벼운 수준에 불과해 통계에 잡히지 않는 '숨은 감염자'가 실제 확진자의 11배에 달할 수 있다고 전했다.혼선 속에 연방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 등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주 정부가 외출 금지, 영업장 폐쇄를 명령하는 등 대처에 나섰지만, 환자 수는 계속 늘고 있다.
이번 주 들어서는 확진자가 하루 1만명 안팎의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NYT는 코로나19가 중국을 삼키는 와중에도 세계적 대유행을 심각하게 여기지 않은 점, 광범위한 검사를 제공하지 못해 위기의 규모에 눈멀게 된 점 등을 대응 실패의 일부 요인으로 지목했다.
문제는 향후 상황이 더 암울하다는 점이다.
WP는 "첫 확진 사례가 발생한 지 두 달 만에 미국은 치명적인 현실과 싸우고 있다"며 "코로나바이러스는 미국에서 1천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갔으며 놀라운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전문가들은 미 전역에 걸쳐 지역사회에서 급속히 환자가 늘고 있는 점을 지적하면서 최악의 상황은 아직 오지 않았다고 두려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CNN방송도 현 상황에 대해 "암울한 이정표"라며 환자가 계속 늘고 있다고 전했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전날 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미국에서 가속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우치 소장은 지난 17일에는 환자 수가 5월 1일께 정점에 달할 수 있다는 견해에 대해 '그럴 수 있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또 코로나19 확산 억제·완화를 위한 조치들이 효과를 내는지 알게 될 때까지 몇 주 또는 그 이상이 걸릴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뉴욕 등 급속한 확산이 이어지는 일부 지역에서 환자 수가 얼마나 증가할지, 급증세를 잡을 수 있을지가 관건으로 보인다.
WP는 지난 25일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가 기자회견에서 뉴욕을 "탄광 안의 카나리아"라며 "우리는 당신의 미래"라고 경고했다고 상기시켰다.
탄광 속 카나리아는 과거 광부들이 색깔도 냄새도 없는 일산화탄소에 예민해 중독 때 사람보다 빨리 죽는 카나리아를 탄광에 들여보내 위험을 미리 알아차린 데서 유래했다.
앞으로는 시골 지역에서 더욱 확산해 피해를 낳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WP는 그동안은 해안에 위치한 주(州)에 있는 인구 밀집 도시가 큰 피해를 당했지만 "코로나바이러스가 시골 지역에서도 유행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짚었다.그러면서 만약 시골에 바이러스가 도착하면 특히 각종 자원과 의료 종사자들이 이미 부족한 지역에 치명적인 영향을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