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글와글|"내 이름은 조주빈, 개명하고 싶어요" 고통받는 동명이인

'박사방' 조주빈과 동명이인들 고통 호소
"SNS로 '네가 조주빈이냐'는 질문 많아"
동명이인 수치심에 "이름 바꾸고 싶다"
텔레그램에서 불법 성착취 영상을 제작·판매한 n번방 사건의 주범 조주빈 씨가 지난 25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에 송치되기 위해 호송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
"제 이름은 조주빈 입니다. 25살이고요. 이름이 발목을 잡네요. 이런 관심, 달갑지 않습니다. 그냥, 개명할까요?"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에게 성착취 영상을 제작·유포한 '박사방' 조주빈(25)이 체포된 후 동명이인인 이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경찰의 신상정보 공개에 앞서 조주빈의 이름과 나이가 공개됐을 때, 일부 네티즌들은 기본정보만으로 신상 털기에 나서 선량한 시민인 '조주빈'씨들이 대거 피해를 입기도 했다.

한 블로거는 "조주빈과 동갑인 동명이인들은 너무 괴롭다"며 "개명할까"라고 토로했다.

조주빈과 동명이인인 사람들은 자신의 SNS 계정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혹시나 모를 오해의 소지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조주빈과 동명이인들이 올린 글 /사진=네이버 지식인 캡쳐
한 네티즌은 "얼굴을 비공개로 하고 인스타그램을 하고 있는데, 이름만 보고 '니가 박사냐'는 DM(다이렉트 메시지)를 보내는 이들도 있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뿐만 아니라 한 네티즌은 "조주빈과 닮았다며 학교에서 놀림받고 있다"며 "조주빈을 포함해 놀리는 인간들 모두 저주하고 싶다. 재미 삼아 던진 말에 상처를 입었다"고 분노했다.

조주빈이 졸업한 인천의 한 대학에 다니는 이들도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신상정보 공개 후 "조주빈을 아느냐", "친구 맞냐"는 질문들을 받았다고. 조주빈에 앞서 연쇄살인범 강호순, 조두순, 김길태 등 동명이인인 이는 악성댓글 테러를 받고 개명을 하기도 했다.
조주빈과 동명이인들이 올린 글 /사진=블로그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실세 최순실(개명 후 최서원) 사건이 불거진 후 '박근혜', '최순실' 이름을 사용하는 이들도 개명한 사례가 있었다.

개명 신청 절차가 간소화 되면서 최근 10년간 150만 명이 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흉악범의 동명이인이 낸 개명 신청도 다수 허가됐다. 이름만 같은 것이 아니라 성까지 같아 개인적 모멸감과 놀림감이 된 이유에서다. 이름만 같은 것이 아니라 성까지 같아 개인적 모멸감과 놀림감이 된 이유에서다.

개명은 주소지 관할 가정법원에 본인 및 부모 등의 가족관계증명서와 주민등록등본 등을 첨부해 신청하면 된다. 성인은 물론 의사능력이 있는 미성년자도 신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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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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