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계소문] 韓 착륙 시동 건 스포티파이, 스트리밍 업계 '불신 피로감' 해소할까

[김수영의 연계소문]
연(예)계 소문과 이슈 집중 분석

국내 진출 시동 건 스포티파이
스트리밍계 판도 변화에 '이목 집중'
한국 음원 시장 특수성 깰지는 의문
국내 음원 플랫폼들도 변화 바람
스포티파이, 국내 진출 시동 /사진=연합뉴스
'음원계 넷플릭스'라 불리우는 세계 최대 음원 스트리밍 업체 스포티파이(Spotify)가 한국에 발을 들인다. 수차례 떠돌던 스포티파이의 국내 진출설이 가시화되면서 스트리밍 업계 역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멜론, 지니를 주축으로 하고 있는 국내 음원 시장의 판도가 뒤바뀌게 될 것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긴 하지만, 이미 견고해진 진입 장벽을 스포티파이가 뚫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스포티파이는 지난 1월 서울 대치동의 한 공유오피스 위워크에 자본금 9억 원을 들여 '스포티파이코리아'를 설립했다. 한국 법인 대표는 피터 그란델리우스 스포티파이 본사 법무총괄로, 설립 목적은 디지털 콘텐츠 개발·제작·유통 및 판매업, 온라인음악서비스제공업 등이다.스포티파이가 국내 서비스를 위해 저작권 단체 등과 관련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업계는 물론, 음악팬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기준 전 세계 사용자 2억4800만 명, 유료 회원만 1억1300만 명에 달하는 '음원 공룡급' 스포티파이의 국내 정착 여부에 따라 업계의 향방이 좌지우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한국의 음원 시장은 수년째 이어진 사재기 의혹으로 사용자들의 불신이 쌓일대로 쌓인 상황이었기에 스포티파이의 진출에 더욱 눈길이 쏠리고 있다. 그간 음원 추천제 폐지, 음원 자정 발매 금지, 차트 프리징(심야 시간대 실시간 차트 폐지) 등 의혹에 맞서 사재기를 근절하기 위한 노력이 수반되기도 했지만 사용자 불신은 더욱 거세졌고, 이를 상쇄할 대책 마련에 다소 소극적이었다는 지적을 면치 못하기도 했다.

음원 차트에 대한 불신은 곧 스트리밍 업체에 대한 반감으로 이어졌고, 유튜브뮤직과 같은 대안을 찾는 리스너들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유튜브 이용률 증가 추세에 맞춰 이와 연계된 유튜브뮤직만의 강점이 무기가 됐다. 유튜브뮤직은 유튜브 프리미엄을 구독할 경우 이용할 수 있는데, 그렇게 되면 유튜브 동영상 역시 광고없이 볼 수 있게 된다. 동영상 이용자가 유튜브뮤직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실제로 유튜브뮤직 앱의 월간 이용자 수(MAU)는 안드로이드 기준 지난해 12월 73만292명으로, 같은 해 1월 32만9608명보다 두 배 넘게 증가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그럼에도 굴지의 국내 1위는 멜론이다. 시장조사업체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올 1월 기준 멜론의 MAU는 약 679만 명이다. 이는 주요 음원 서비스 전체 이용자 1685만 명의 40.3%를 차지하는 압도적인 수치다. 2위인 지니뮤직은 414만 명으로 24.6%, 3위 플로는 312만 명 18.5%, 4위 유튜브뮤직은 96만 명 5.7%였다.

스포티파이는 정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기 전임에도 일부 마니아층을 보유하고 있다. VPN 우회 접속을 하면서까지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음악팬들이 있을 정도다. 이용자의 특성을 고려한 음악 제안, 이른바 '취향 저격' 추천 기능은 상당히 정확도가 높아 호평을 얻고 있다. 소니뮤직, 유니버설뮤직그룹, 워너뮤직그룹 등 대형 레코드 레이블과 제휴해 고품질의 음원을 제공한다는 강점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오랜 시간 대중성과 팬덤의 영향력을 바탕으로 실시간 차트를 운영해왔던 한국 음원 시장의 '특수성'을 격파할 수 있을 것인지에는 물음표가 남는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한경닷컴과의 전화 통화에서 "스포티파이가 글로벌 1위 업체이기 때문에 국내에 진출하면 상당한 타격이 있을 거라는 예측도 나오지만 해외에서처럼 우리나라 스트리밍 업계를 잠식할 것인가 하는 측면에서는 다소 부정적이다. 시기적으로 너무 늦게 들어오지 않았나 싶다"며 "스포티파이가 팝송을 즐기는 음악팬들에게는 호응을 얻을 수 있겠지만 특수한 한국의 상황을 잘 반영해서 국내 음원 시장의 외연을 확장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고 생각을 밝혔다.국내 음원 확보도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앞서 애플뮤직은 2016년 국내 서비스를 개시했으나 음반 제작사 등과의 협상에서 고전하다 결국 음원 확보에 실패, 국내 시장 점유율 1%에 그치고 말았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애플뮤직의 경우 수익배분율이 높아서 주목을 받았지만 한국 시장에 맞는 음악이 적었다. K팝이 세계적으로 잘 나가고 있고, 해외 음악에 대한 젊은 층의 의존도가 높지 않기 때문에 그래도 국내 음원 플랫폼이 강세일 것이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실시간 차트 폐지한 플로, 음원 사용료 정산 방식 바꾼 바이브 /사진=플로, 바이브
하지만 글로벌 1위 음원 플랫폼의 영향력을 결코 간과할 수 없다. 스포티파이가 전면전에 나서기 전, 국내 업체들도 이용자 확보를 위해 서비스를 개편하며 분주히 변화를 꾀하고 있는 중이다.

SK텔레콤의 음악 플랫폼 플로는 최근 기존의 실시간 차트를 폐지했다. 대신 24시간 누적 기준으로 순위를 집계하는 플로차트를 신설했다. 여기에 사용자 불신의 핵심이었던 음원 사재기를 방지하기 위해 인공지능(AI) 기술로 비정상적 재생 이력을 순위 산정에서 제외한다. 플로 측은 "기존 1시간 단위 실시간 차트는 다양한 방식으로 왜곡이 일어나 실제 팬과 대중의 관심과 동떨어진 순위라는 지적을 받아왔다"며 "짧은 시간 내 비정상적인 행위로 차트에 진입하는 차트 왜곡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네이버의 음원 플랫폼 바이브는 음원 사용료 정산 방식에 손을 댄다. 소비자가 실제로 들은 음원의 저작권자에게만 돈을 지급하는 '인별 정산'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현재 국내 음원 사용료는 35%를 플랫폼이 가져가고, 65%가 작곡·작사가, 음반 제작자, 아티스트 등 창작자에게 돌아간다. 소비자들이 낸 음원 총 이용 요금을 모아 플랫폼 전체 재생 횟수로 나누고 이를 해당 음원이 차지하는 비중에 따라 계산, 창작자들에게 나눠주는 '비례 배분제'다. 그러나 바이브는 스트리밍 순위를 기반으로 하는 이 방식이 불합리하다고 보고 '인별 정산'으로 노선을 변경한다는 방침이다.

벅스는 최대 4인까지 결합해 할인된 요금으로 음악 서비스를 이용하는 '크루'를 도입하기로 했다. 결합 혜택은 크루를 유지한다면 기간 제한이 없으며, 최대 79%의 할인을 제공한다. 벅스 측은 "음악 서비스 활용 방식이 다양해짐에 따라 혜택과 편의성을 높인 음악 전용 결합혜택을 기획해 선보였다"고 설명했다.

멜론은 아직까지 새로운 안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업계의 흐름을 보며 개선 방향에 대해서는 머리를 맞대고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다양하게 고민 중이다. 내부적으로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개편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지니는 변화보다는 기존의 전략을 보강, 강화하는 방향에 무게를 뒀다. 지니 측 관계자는 "실시간 차트의 순기능을 살리되 음원 사재기를 방지하는 여러가지 기술적 보안책을 유지, 더 고도화할 예정이다. 유관기관과 협조하며 사재기 방지를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사용자 기반의 큐레이션 서비스를 계속해 발전시키고 있다. 최근에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새로운 음악을 랜덤으로 제공하는 '타임 큐레이션'과 기존 음악감상이력 및 패턴 등을 분석해 음악을 제시하는 '취향 확장형 큐레이션'으로 구성된 서비스 '포 유(For You)'를 오픈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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