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인물] 최고 다큐감독? 나치 선전자?…레니 리펜슈탈

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
독일의 다큐멘터리 감독 레니 리펜슈탈이 만든 ‘의지의 승리’가 1935년 3월 28일 독일 베를린에서 처음으로 상영됐다. ‘의지의 승리’는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의 지시로 독일 뉘른베르크에서 열린 나치당 전당대회를 기록한 다큐멘터리 영화다. 리펜슈탈은 이 작품을 통해 최고의 다큐멘터리 감독이라는 평가를 얻었지만 동시에 ‘히틀러의 선전자’라는 낙인도 찍혔다.

리펜슈탈은 1902년 베를린에서 태어났다. 학창 시절에는 예술학교에 진학해 무용을 배웠다. 다리를 다쳐 무용을 하기 어려워지자 영화계에 입문했다. 등산을 소재로 한 첫 영화 ‘푸른 빛’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히틀러도 그의 작품에 깊은 인상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의지의 승리’를 포함해 나치의 의뢰를 받고 제작한 ‘신념의 승리’(1933)와 ‘올림피아’(1938) 등을 잇따라 선보였다. 1936년 베를린올림픽을 다룬 ‘올림피아’에는 남자 마라톤에서 우승한 손기정 선생의 모습도 담겨 있다.리펜슈탈은 압도적인 영상미를 구현하고 다큐멘터리 제작 기법의 혁신을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평생 나치 정권 찬양자라는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2003년 101세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