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미전실이 손석희 뒷조사? 이미 2017년에 폐지돼"

삼성 "실제 뒷조사했다면 신고‧보도도 했을 것"
"'삼성 배후' 발언 전후 관계 전혀 안 맞아"
"조주빈이야 그런 말 지어낼 수 있어"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의 성 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혐의를 받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기 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강은구 기자.
손석희 JTBC 대표이사 사장이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과 관련한 해명에서 '삼성 배후'를 언급하자 삼성 측이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삼성 측 한 관계자는 28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삼성이 정말 배후에 있었고 협박까지 당했다면 손 사장이 신고는 물론 보도도 했을 것 아닌가"라며 "삼성을 거론하면서 왜 시선을 다른 곳으로 옮기려 하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또 다른 관계자는 "사칭과 거짓말을 일삼는 조 씨야 무슨 말이든 지어낼 수 있겠지만, 손 사장이 삼성을 거론한 건 다른 문제"라며 "이런 불미스러운 사건에 사실과 무관하게 우리 이름이 나오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손 사장의 '삼성 뒷조사' 발언에 대해서는 사실무근이라며 "미래전략실은 2017년에 공식 폐지됐다"고 했다.

손 사장은 '미투(Me Too)' 운동이 한창이던 2018년 "삼성 미래전략실 직원들이 내가 미투 사건에 연루된 것은 없는지 뒷조사했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손 사장은 전날 JTBC 사옥에서 일부 기자가 모인 자리에서 자신과 차량 접촉사고로 분쟁 중인 프리랜서 기자 김웅 씨 배후에 삼성이 있다는 조주빈의 주장을 믿었다는 취지로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경찰에 따르면 조 씨는 흥신소 사장을 사칭하며 손 사장에게 접근해 돈을 뜯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손 사장은 입장문을 통해 "조 씨가 조작된 텔레그램 메시지로 협박해왔고 증거 확보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돈을 보냈다"고 밝혔다.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손 사장의 해명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통상적인 공갈·협박 사건에서 약점이 없는 사람이 돈을 주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손 사장 입장문은 전체적으로 설득력이 없는 내용이었다. 일부 모순되는 주장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특히 '(조주빈이 보낸)텔레그램 내용은 매우 정교하고 치밀하게 조작돼 있어서 이를 수사하던 경찰마저도 진본인 줄 알 정도였다'라는 부분과 '설사 조주빈을 신고해도 또 다른 행동책을 찾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기에 매우 조심스러웠고, 그래서 신고를 미루던 참이었다'라는 부분은 완전히 모순된다. 앞 문장은 경찰에 신고를 했다는 거고, 뒷 문장은 경찰에 신고를 안했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손 사장은 조주빈에게 협박을 받고도 경찰에게 신고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또 다른 변호사는 "김웅 씨를 공갈미수·협박 혐의로 고소한 손 사장이 조주빈을 신고하지 않은 것은 이상하다"면서 "애초에 조주빈이 어떻게 손 사장 연락처를 알고 접근했을지도 의문이다. 사기범들은 보통 속이기 쉬운 상대를 선택해 범행하는데 메이저 언론사 사장인 손 사장을 타깃으로 삼은 점도 이상하다"고 지적했다.

조주빈은 손 사장에게 접근하면서 김웅 씨의 사주를 받았다고 자신을 소개했다고 한다.일각에선 손 사장이 조 씨에게 약점을 잡힌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지만 경찰은 "손 사장은 성착취물과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