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진단키트'에 독도 이름 붙이라는 국민청원 [조재길의 경제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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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요청 몰리니 "정치적 활용" 주장
민간 기업들의 핵심 자산·브랜드인데···

이 네티즌은 “정부와 국민의 적극적인 참여로, (국가) 폐쇄 없이 코로나19 사태를 진정시키고 있다”며 “진단키트를 ‘독도’라는 이름으로 수출하면 독도 위상이 크게 향상될 것”이라고 주장했지요. 이 청원은 지난 25일 게시된 직후부터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 퍼나르기 됐고, 청와대 및 정부의 답변 요건(20만명 이상)을 이틀 만에 충족했지요.세계 각국에서 한국산 진단키트를 무상 또는 유상으로 지원해 달라는 요청이 쏟아지는 건 사실입니다. 외교부에 따르면 지금까지 약 120개국이 진단키트 마스크 등 코로나19 방역물품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미국 역시 진단키트를 공급해 달라고 ‘SOS’를 보냈지요.
현재 정부 승인을 받아 코로나19 진단키트를 대량 생산하고 있는 곳은 씨젠, 코젠바이오텍, 솔젠트, 에스디바이오센서, 바이오세움 등 5곳입니다. 작년 말 코로나바이러스가 중국 우한에서 처음 발생한 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이들 기업에 발빠르게 승인을 내줬지요. 별도로 랩지노믹스 수젠텍 등은 해외 정부와 공조해 진단키트 수출에 나서고 있습니다.
우리 기업들은 검체 채취 후 4~6시간 만에 결과를 도출해내는 고품질 진단키트를 하루 13만5000개씩 만들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다 쓰고도, 수출 여력이 충분합니다.코로나 진단키트는 한국에서 가장 먼저 상용화됐습니다. 전염병 확산이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빨랐던 탓에 그동안 수십 만 건을 진단한 경험도 쌓여 있지요. 진단 품질의 수준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겁니다.

다만 수출용 진단키트를 묶어 ‘독도’란 브랜드를 붙이자는 주장에 대해선 이견이 적지 않습니다. 안전키트 제조업체들이 이미 수출용 브랜드를 갖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성’을 띄는 이름으로 바꾸라는 주장이기 때문이죠. 어떤 브랜드를 붙일 지 여부는, 밤잠을 줄이며 개발해 낸 민간회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사안입니다.
청와대 청원이 이미 30만명을 넘어선 만큼 ‘진단키트의 독도 브랜드화’는 이미 공론화 됐습니다. 청와대가 ‘반드시’ 답변을 해야 하지요.세계적인 전염병 대유행 상황에서 방역 물품에 ‘독도’를 결부시키는 게 국익에 부합할 지도 의문입니다. 독도는 이미 우리나라가 실효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죠. 논란이 커질수록 분쟁지역이란 인식만 심어줄 우려가 있습니다.
코로나 진단키트를 생산하는 기업들은 공기업과 거리가 멉니다. 각자 생존·성장을 위해 최선의 결정을 할 겁니다. 삼성전자 갤럭시나 방탄소년단이 전세계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해서 “독도 홍보대사로 활용하자”는 청원을 청와대에 낸다면 어색하겠지요.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