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개미는 '주식 열공'…서점 재테크 코너 점령하고 유튜브 몰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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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개미운동 풍속도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서점가 풍경도 바꿔놓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 뛰어들면서 주식 관련 책이 경제·경영 코너에서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대거 진입했다. 이전까지 부동산 관련 도서가 놓여 있던 자리를 차지한 것. 출간된 지 몇 년 지난 책도 상위권에 오르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20위 안에
주식이 절반…부동산은 1권뿐
증권가 유튜브 콘텐츠도 인기다. 증권사들이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투자 세미나를 열지 못하게 되자, 개인들이 유튜브 주식 채널로 모여들며 호황을 이루고 있다.주식 투자 기초서 대거 베스트셀러
31일 교보문고의 재테크·금융 분야 서적 베스트셀러 20위권(3월 18~24일)에는 주식 관련 서적이 10권이나 올라 있다. 《주식 투자 무작정 따라하기》 《ETF 투자 무작정 따라하기》 《저는 주식 투자가 처음인데요》 《아빠와 딸의 주식 투자 레슨》 《잠든 사이 월급 버는 미국 배당주 투자》 등 주식 투자의 기초를 다룬 책이 다수다. 그만큼 새롭게 주식시장에 들어온 사람이 많다는 얘기다.
관심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전설적 투자자들이 쓴 고전으로 불리는 책들도 차트 역주행 중이다. 앙드레 코스톨라니의 《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와 피터 린치의 《전설로 떠나는 월가의 영웅》, 벤저민 그레이엄의 《현명한 투자자》 등도 다시 순위에 들고 있다.유명 투자가가 펴낸 책도 상위에 올랐다. 존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가 지난 1월 출간한 《존리의 부자되기 습관》과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창업자인 레이 달리오가 지은 《금융위기 템플릿》은 경제·경영 서적 ‘베스트 20’에도 랭크됐다.
부동산은 시들
반면 재테크 서적 20위권에서 부동산 관련 책은 한 권에 불과했다. 작년 이맘때만 해도 재테크는 물론 경제·경영 베스트셀러 20위에는 《대한민국 청약지도》 《다시 부동산을 생각한다》 《앞으로 10년, 대한민국 부동산》 등 부동산 관련 책이 4~5권씩 상위에 올랐다. 당시 주식 서적은 한 권도 없었다.개인투자자들의 재테크에 대한 관심이 부동산에서 주식으로 완전히 넘어왔다는 것을 보여주는 게 요즘 서점가 풍경이다.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대책에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며 부동산시장이 얼어붙은 영향이다. 반면 주식시장에는 계좌 개설이 잇따르고 대규모 개인 자금이 삼성전자 주식 매수로 몰리며 ‘동학개미운동’이라 불릴 정도로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부동산 투자가 묶이면서 증시 조정기를 틈타 60조~80조원가량의 개인 여유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부동산에 치우쳐 있는 국내 투자자금의 거대한 이동이 시작됐다는 의견도 나온다.
투자 정보는 유튜브로동영상 투자 채널도 주식 열풍으로 대목을 맞았다. 증권사들은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대면 투자 설명회가 중단되자, 유튜브를 이용해 비(非)대면 세미나를 열고 있다. 미래에셋대우가 지난 26일 유튜브를 통해 생방송으로 진행한 ‘반도체와 삼성전자’ 세미나에는 1000여 명이 실시간으로 참여하며 높은 관심을 보였다. 같은 날 NH투자증권도 직장인들 퇴근 시간에 맞춰 오후 8시 ‘중국의 클라우드와 전기차산업 분석’이라는 주제로 유튜브에서 설명회를 열었다. 생방송을 2000~3000명이 시청했다.
하나금융투자, NH투자증권, 키움증권 등은 자체 채널을 통해 매일 리서치센터 브리핑 및 종목별 분석을 업로드하고 있다. 하나금투가 운영하는 ‘하나TV’ 채널은 올 1월 대비 구독자 수가 5400여 명 늘었다. 이 증권사 관계자는 “아침 실시간 방송의 구독자들 질문이 예전엔 1~2건에 그쳤지만 요즘은 10건씩 들어오고 있다”며 “유명 유튜브 채널과 컬래버레이션을 선보이면서 이틀 새 구독자가 2000명 급증했다”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주식 정보 공유나 주식 관련 글이 부쩍 늘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앱 ‘블라인드’에는 재테크 게시판에 주식 계좌 사진을 올리며 수익률을 인증하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네이버 카페에는 지난 한 달간 ‘주식’이 포함된 게시 글이 11만여 건에 달했다. 작년 같은 기간(3만8000여 건)보다 65% 늘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