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코로나 키트 美 FDA 승인?…외교부 섣부른 발표에 업계 '황당'

외교부 "3개社 사전승인" 발표
업계 "연락 못 받아" 어리둥절
정부 뒤늦게 "접수번호 받은 것"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를 가려내는 국산 진단키트 3개 제품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사전승인’을 받았다는 외교부 발표가 나오면서 국내 진단업계에 때아닌 소동이 벌어졌다. 허가받은 곳이 어딘지 확인되지 않아서다. 업계에서는 외교부가 섣부르게 발표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외교부는 지난 28일 “국내 코로나19 진단키트 생산업체 세 곳의 제품이 FDA로부터 긴급사용승인 절차상 사전승인을 획득했다”며 “이번에 승인받은 제품들은 미국 시장에서 판매가 가능해졌다”고 밝혔다. 그러나 외교부는 기업들이 원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사전승인을 받은 업체 세 곳을 공개하지 않았다.씨젠, 솔젠트, 랩지노믹스 등 FDA에 긴급사용승인 신청을 한 기업들은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씨젠 관계자는 “FDA로부터 공식적으로 통보 받은 게 없다”며 “기업이 신청했으면 기업에 통보가 오지 왜 외교부에 통보가 가겠느냐”고 반문했다. 솔젠트 관계자는 “현재 사전 신청을 하고 접수번호만 받은 상황”이라고 했다. 랩지노믹스도 “아직 파악한 내용이 없다”고 했다.

FDA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코로나19 진단키트 긴급사용승인 목록에는 한국 기업이 한 곳도 없다. 27일 미국 기업 애보트와 루미넥스가 승인을 받은 뒤 추가로 긴급사용승인을 받은 곳도 없다. 손미진 체외진단기업협의회장(수젠텍 대표)은 “FDA 긴급사용승인 목록에 등재되지 않았으면 정식 승인을 받은 게 아니다”고 했다.

논란이 일자 외교부는 “FDA가 국산 진단키트 3개에 ‘사전 긴급사용승인(pre-EUA)’ 번호를 부여했다”며 “연구실 등에서 사용하는 것 외에 연방 기관에서 사용하도록 조달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라고 했다. 긴급사용승인을 위한 접수번호를 받은 단계를 사전승인이라고 발표한 것이다.씨젠 관계자는 “사전 신청을 마치고 정식 신청을 한 뒤 더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 긴급사용승인을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사전 신청 단계에서 바로 승인을 내줄지는 FDA가 결정할 사안”이라고 했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