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소법 시행 앞두고 다급해진 금융사, 대형 로펌에 '노크'

소비자 악용하면 영업 타격

판매사인 은행·증권·보험 등
상품설명 부실·부당권유 땐
일방적 계약해지 당할 수도
최대 '수익 50%' 과징금도 부담
대형 법무법인(로펌) 금융팀의 요즘 최대 화두는 지난 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이다. 금소법에 따르면 내년 3월부터는 금융회사가 금융상품을 판매할 때 설명 의무를 다하지 못하거나 부당 권유 등을 하면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당할 수 있고 징벌적 과징금을 물어야 한다. 로펌업계는 금소법의 위법 행위 등과 관련한 기준과 범위 등이 아직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에 금융회사들의 법률 검토 요청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금융회사들 매우 난감해질 것”금소법은 2011년 처음 국회에 제정안이 발의됐다. 금융시장 활성화와 투자자 보호라는 명분이 팽팽하게 맞서다가 9년여 만에 국회 문턱을 넘었다. 법조계에서는 위법계약해지권과 징벌적 과징금 조항의 분쟁 촉발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한다.

위법계약해지권은 금융회사가 판매 원칙을 위반한 경우 소비자가 일정 기간 동안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한다. 아직 시행령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해지를 요구할 수 있는 기간은 5년 이내로 정해질 것이란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위법계약해지권은 원칙적으로 모든 금융상품에 적용된다.

법조계는 시시각각 변하는 금융시장의 특성을 감안할 때 위법계약해지권이 금융회사의 적법한 영업에까지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권진홍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금융투자 상품에 투자했는데 갑자기 가격이 변동해 수익률이 떨어지면 ‘처음 계약할 때부터 위법 행위가 있었다’고 주장하며 해지를 요구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며 “판매 당시 모든 경우의 수를 예측할 수 없는 만큼 금융회사로서는 난감할 수 있는 조항”이라고 말했다.징벌적 과징금은 금융회사가 판매 규제를 어겼을 때 위반 행위로 얻은 수입의 최대 50%를 벌금으로 매긴다. 따로 규정된 상한액은 없다. 강현정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자본시장법에서도 과태료와 과징금 부과 규정이 있기 때문에 금소법으로 과징금을 내게 되면 금융회사가 이중으로 부담을 떠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징벌적 과징금 대상에는 은행이나 증권사뿐만 아니라 보험사와 투자자문사 등도 포함된다.

금소법의 또 다른 법률적 쟁점은 손해배상 입증 책임이 바뀌는 데 있다. 앞으로는 금융회사가 설명 의무를 위반했는지 아닌지를 놓고 싸우는 소송이 발생하면 소비자가 아니라 판매 회사가 고의나 과실이 없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김도형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내년부터 관련 법정 싸움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보고 철저히 준비하고 있다”며 “금융회사든 투자자든 소송에 좀 더 신경을 쓸 것”이라고 말했다.

위법한 행위를 어떻게 해석할지도 법조계의 관심이다. 금융회사가 고의로 무리하게 투자를 종용했는지를 확정하기가 까다로워서다.이종건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는 “금융산업 자체가 워낙 복잡한 데다 새로운 금융 기법까지 계속해서 더해진다”며 “그 모든 경우의 수에 맞춰 어떤 것이 위법한지 명확하게 열거하기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세종은 금융사 내부 통제 TF 꾸려

각 로펌들은 내부의 금융규제팀을 중심으로 대응에 나서고 있다. 금융위원회나 금융감독원에서 직접 감사·제재 업무를 담당했던 변호사와 전문위원들도 영입했다. 로펌업계에서 최대 규모의 금융규제팀을 갖고 있는 김앤장 법률사무소는 금감원 금융분쟁 조정위원회 출신인 박찬문 변호사와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준법감시인 출신 성범규 변호사를 중심으로 팀을 꾸렸다. 카카오은행의 인터넷전문은행 인가를 얻어낸 법무법인 태평양은 맞춤형 솔루션 그룹을 운영하며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금소법 소송에 대비하고 있다.광장은 전통적인 금융회사 규제뿐만 아니라 새로운 핀테크(금융기술) 분야에서 생길 수 있는 법적 쟁점들까지 검토하고 있다. 율촌은 금감원팀, 금융위팀, 금융송무팀 등을 세분화해 운영하며 형사 변호사들과 협업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세종은 금융회사 내부 통제를 연구하는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바른은 금융회사뿐만 아니라 금융소비자를 대리하는 소송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