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줄서고, 마트·복합쇼핑몰 '북적'…사람들이 다시 움직인다

유통가 소비 긴급 점검

소비시장 바닥부터 '훈풍' 불어
이마트·롯데百 매출 10~15%↑
"방역·위생 더 안전하다" 인식
< 소비 다시 살아나나 > 29일 서울 이마트 은평점이 소비자들로 북적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발생 이후 한 달여 만에 소비 심리가 회복되고 있다는 분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지난 28일 오후 5시 이마트 서울 월계점. 1주일 만에 찾은 매장은 전에 없는 활기로 가득 차 있었다. 주부들 사이로 가족 단위 쇼핑객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고 한 달 전부터 비었던 식품 매대에는 직원들이 다시 돌아와 있었다. 1층에 입주한 속초닭강정 점주 박모씨는 “다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어느 정도 잡혔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면서 “지난 주말보다 매출이 20% 늘어난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같은 층 식음 매장에서 시식 도우미로 근무하는 권모씨는 “코로나19 때문에 2월 중순부터 한 달 동안 출근하지 못했다”며 “23일부터 다시 근무하게 됐다. 일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다시 북적이는 마트와 백화점 유통가한국경제신문은 28일과 29일 이틀 동안 서울과 경기 일대에 있는 마트, 백화점, 골목상권 다섯 곳을 찾아 현장 상황을 긴급 확인했다. 취재 결과 지난 2월 말 31번 확진 환자 발생 후 급속하게 위축됐던 소비시장에 바닥부터 ‘훈풍’이 불고 있었다. 대형마트와 백화점의 지난 주말 매출은 전주보다 10~15%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완연히 풀린 날씨와 코로나19에 대한 공포심 완화 등이 소비 회복의 주요 요인으로 꼽혔다. 전체적으로는 소형 매장, 골목상권보다 대형 업소와 유명 브랜드 매장에서 회복세가 뚜렷했다. 현장에서 만난 매장 관계자들은 “건물 내 방역과 위생 관리 등이 소형 매장보다 철저할 것이라는 소비자들의 인식 때문”으로 분석했다. 일부에서는 “외국은 모르지만 최소한 한국에선 소비시장이 바닥을 친 것 아니냐”는 기대를 보이기도 했다.

이런 분석은 29일 복합쇼핑몰인 경기 하남 스타필드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스포츠 브랜드 데카트론의 매장 직원 김모씨는 “지난 주말부터 손님이 점차 늘기 시작했다”며 “이달 초까지만 해도 지난해 대비 반 토막 났던 매출이 2~3주 만에 회복됐다”고 말했다. 한 잡화 매장 점주는 “정확한 수치는 봐야 알겠지만 확실히 이달 초보다 손님이 많이 늘었다”며 “특히 젊은 층에서 방문객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3층 식당가에선 그동안 찾아보기 힘들었던 점심시간 대기줄도 보였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고객들이 감염 예방을 위해 완전 무장한 형태로 내방하고 있다. 지난주 대비 매출이 10%는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조심스러운 낙관론을 내비쳤다.골목상권보다 쇼핑몰에서 빠른 회복세

유통가뿐 아니라 지역 골목상권에도 소비자의 발길이 닿고 있다. 지난 28일 서울 혜화동 대학로 화덕피자 전문점 핏제리아오는 저녁 시간이 되자 예약한 손님으로 가득 찼다. 연남동과 연희동 일대 맛집과 카페에도 건물 밖 도로까지 줄 선 사람들이 곳곳에 보였다.

마포구와 은평구 등 주거 상권 인근의 대형 고깃집과 중식 레스토랑 등에는 모처럼 가족 단위로 외식하러 나온 사람들이 몰리며 식사 시간대 대기하는 줄이 생겼다. 핏제리아오 관계자는 “2월 말까지는 가게가 텅 비어 비상상황까지 생각했으나 3월 초부터는 조금씩 손님이 다시 찾아오기 시작했다”며 “지난주는 평일과 주말 모두 만석을 이어가며 코로나19 이전의 70~80%는 회복한 것 같다”고 했다.연남동 일식 전문점 오복수산 앞에 줄을 선 20대 대학생 노서우 씨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고 있지만 날씨가 너무 좋아 봄기운을 느끼고 싶어 외출한 김에 평소 줄이 길어 못 왔던 맛집을 찾아왔다”며 “손 씻기와 마스크 착용을 잘하는 등 방역 규칙을 지키면 큰 문제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보라/안효주/오현우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