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여파로 호주 밀 가격↑…빵·과자·라면값도 오르나

식품업체 대부분 수입 밀 사용
제분업체 A사, 4월부터 15% 인상
밀가루 수입 공급업체인 A사는 내달 1일부터 밀가루 가격을 15% 인상한다고 최근 공지했다. A사는 밀가루를 수입해 기업 간 거래(B2B)로 식품회사들에 공급하고 있다. 20㎏ 용량의 중력 밀가루 2등급 제품이 5500~6000원에서 6500~7000원으로 올라간다.

회사 측은 “주요 밀 생산국인 호주 생산량 감소가 가격 인상의 원인”이라며 “가뭄으로 몇 년째 밀 생산량이 줄어든 데다 지난해 9월 산불이 결정타가 됐다”고 설명했다.

호주는 2017년 전까지만 해도 매년 2500만t 이상의 밀을 생산해왔으나 그 후 지속적으로 감소해 산불이 일어난 지난해 1500만t까지 떨어졌다.

호주산 밀은 국내 밀 소비량의 50%를 차지한다. 나머지는 미국산(40%)과 캐나다산(10%)이다. 호주산은 주로 라면 국수 등 면류에 사용되고 북미산은 베이커리 제품에 쓰인다. 이 회사가 가격을 올린 호주산 중력 2등급 밀가루는 고추장, 된장, 냉면 등에 사용한다. 면류엔 1등급을 쓴다. A사는 소비가 더 많은 1등급 밀 가격은 아직 손대지 않고 있다.밀 가격은 호주산뿐 아니라 글로벌 가격도 오름세다. 30일 미국 시카고 상품거래소에 따르면 2017년 대비 지난해 평균 밀 가격은 13.5% 올랐다. 지난 1월엔 부셸(27.2㎏)당 565센트를 찍으면서 최근 3년간 최고가를 기록했다.

업계는 밀 비축분 때문에 당장은 이런 소비재 가격이 오르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다른 제분업계 관계자는 “현재 국내에서 유통되고 있는 밀은 호주 산불이 일어나기 전에 생산돼 수입된 것들”이라며 “올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으로 식품사들도 가격 인상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