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코노미TV] "신용경색 위기…주담대 금리 더 오를 수 있다"

'집'터뷰

박종연 IBK연금보험 증권운용부장

▶허란 기자
안녕하세요 집코노미TV 허란입니다. 박종연 IBK연금보험 증권운용부장님 모시고 경제위기의 시대 재테크 전략에 대해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자기소개 먼저 부탁드릴게요.
▷박종연 부장
저는 IBK연금보험에서 주식, 채권, 유가증권 운용을 총괄하고 있고, 증권사에서도 채권 애널리스트로 오래 일했습니다. 부동산에 대한 관심도 상당히 많고요. 부동산시장의 경우 아직 가격이 덜 떨어졌어요. 그런데 저는 부동산시장도 코로나사태에서 완전히 비켜가긴 어렵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허란 기자
1997년, 2008년 위기와 비교해 보면 그 정도의 폭락으로 갈 것이냐, 다른 양상이 펼쳐질 것이냐인데요.

▷박종연 부장
1997년은 제가 너무 어렸기 때문에…. 군대에 있었거든요. 2008년은 기억이 납니다. 개인적인 얘기 해도 됩니까? 2006년에 집을 샀는데….

▶허란 기자
그 폭등장의 꼭지 즈음에서 사셨네요?▷박종연 부장
저는 어떻게 표현하느냐면. 왼쪽 귀에서 샀어요. 6개월~1년에서 정수리까지 올라가는 기쁨을 만끽했습니다. 역시 잘 샀다고 만족했죠. 그러다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오른손의 손목까지 내려가더라고요. 거의 몇 년 동안 삶의 의미를 잃어버리고… ‘월급 벌면 뭐해, 은행 다 갖다 주는데’ 하면서 우울했던 적이 있었는데요. 그때도 분위기가, 노무현 정부 시절이었잖아요. 대출규제 등 각종 규제를 강화했는데 부동산가격이 보란 듯이 쭉 올라갔거든요. 저도 참다 참다 못 참고 대출규제 때문에 못 살지도 모르니까 문 닫기 전에 산 건데요. 2006년 당시에. 그러한 대출규제도 견뎌내던 부동산시장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 유동성 경색이 불거지니까 망가지더라고요.

▶허란 기자
당시 유동성 경색은 어느 쪽에서 시작이 돼서 어디까지 확산된 건가요? 적어도 부동산을 가진 분들의 유동성 경색은 어떤 범주인가요.

▷박종연 부장
금융위기 때와 지금이랑 똑같아요. 발병 원인은 좀 다르긴 하지만 나타나는 현상은 비슷합니다.▶허란 기자
돈이 부족하니까 갖고 있는 자산을 팔아야 하는, 급매로 내놓다 보니까 가격이 떨어지는 상황이 이어졌단 거죠?
▷박종연 부장
그렇죠. 신용경색이 무서운 이유는 흔히 말하는 롤오버가 잘 안 돼요. 부동산 같은 경우는 자기 돈으로 사는 사람 있나요. 대부분 레버리지를 일으키잖아요. 그런데 이 레버리지라는 게 장기 고정금리로 대출을 받아놨으면 모르겠지만 다른 쪽에서 융통해서 롤오버하는 형태로 큰 금액의 투자금을 마련하게 되는데요. 이 상황이 장기화해서 유동성 경색이 심화되고 일부 기업들의 부도가 발생하면서 실업이 늘다 보면 여윳돈을 갖고 투자한 게 아니기 때문에 현금화하려는 수요가 커질 수 있죠.

▶허란 기자
소득이 감소하는 주체들이 집을 팔아서 현금을 확보하려 나설 수 있다?▷박종연 부장
그렇죠. 집값이 당분간 오르긴 어려울 거 아녜요. 정체돼 있는데 레버리지를 일으켰다면 대출을 갚아야 하고, 못 견디면 팔고 보자는 매물이 늘어날 수 있으니 그런 측면에서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면 부동산시장도 그 충격에선 완전히 자유로울 순 없지 않겠느냔 생각이 드는 것이고요.

▶허란 기자
아까 개인 얘기를 해주시긴 했지만 금융위기 이후 그렇게 팔꿈치까지 떨어졌다고 했는데… 버티신 건가요, 아니면 팔아서 현금 확보에 나선 건가요.
▷박종연 부장
제가 그때 못 버텼으면 여기 못 있습니다. 다행히 버텨서 지금 더 좋은 가격이 됐는데 저도 그게 힘들었어요. 이걸 얘기해도 되나요? ‘존버’.

▶허란 기자
존버.

▷박종연 부장
얘기해도 되는 용어입니까? 전문용어처럼 된 것 같은데요. 부동산가격 폭락할 거란 얘기를 드리는 게 아니라 그런 어려운 시절이 부동산에서도 나타날 가능성이 있겠느냐, 그걸 염두에 두고 부동산투자에도 접근해야 한다는 거죠. 당장은 어려운 시기를 겪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허란 기자
최근 0%대 금리가 됐는데 2008년 상황과 비교하면 이자 부담은 낮아진 거잖아요. 그게 버티기엔 조금 더 유리할 수 있는 건가요.

▷박종연 부장
그때보다 낮아지긴 했는데 신용경색이 발생하면 개인에게 적용되는 금리도 따로 놀 수 있어요.

▶허란 기자
주택담보대출 금리가요?

▷박종연 부장
네. 대부분 주담대든 대출금리 연동되는 건 CD 연동 또는 코리보(KORIBOR) 연동이잖아요. 금융위기 당시에도 한국은행이 금리 낮춰줬습니다. 연 1.25% 정도였나. 문제는 CD금리는 꼬박꼬박 올라갑니다.

▶허란 기자
시장에서의 금리는 신용경색 때문에 오른다는 거군요.

▷박종연 부장
그렇죠. CP금리가 조금 올라가긴 했는데 아직은 CD금리까진 올라가진 않았어요. 대출자의 실제 대출 부담은 크진 않은 상태인데요. 그때처럼 자금경색으로 오래간다면 아무리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낮춰주면 뭐합니까.
▶허란 기자
가산금리가 올라가버리면….

▷박종연 부장
지금보다 더 오를 수 있죠.

▶허란 기자
생각해보지 않았던 문제네요. 다들 금리 인하 했기 때문에 자신의 대출이자가 언제 낮아질까, 언제 갈아타기를 해볼까, 이런 고민을 많이 하실 텐데요. 오히려 가산금리가 오르는 방향이 될 수 있다는 거죠.

▷박종연 부장
그렇죠. 그 가능성이 열려 있어요. 이미 크레딧 스프레드(금리 차이)가 하이일드(투기등급회사채)부터 벌어지기 시작했어요. 우량등급으로 조금씩 오고 있는데요. 사실 미래는 아무도 몰라요. 그럴 가능성이 과거보단 커졌기 때문에 조금 조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고요. 한국도 나름 유동성 경색까지 가지 않기 위해 정부가 100조 원가량 되는 경기부양책을 내놨고, 한국은행도 증안기금, 채권안정펀드에 일정 부분 자금도 지원하기로 했는데요. 정말로 이런 것들이 잘 작용할지 말지는 알 수 없으니까요. 최선의 상황을 바라지만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는 측면에서 봤을 때 지금은 유동성이 떨어지는 자산, 부동산도 예외가 아니므로 관리 가능한 수준에서 투자를 해야지 무리해서 레버리지를 일으킨 투자는 잘못하면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거죠.

▶허란 기자
한 마디로 不動産이기 때문에 유동성이 급한 분에게 부동산은, 즉 주택은 위험자산이 되고 유동성이 풍부한 분에겐 안전자산이 될 수 있는 거네요.

▷박종연 부장
기회일 수도 있고요.

▶허란 기자
혹시 전세가 얘기까지 들어가도 될까요? 전세가율이 60%를 넘어섰는데요. 전세가율이 올라가니 매매가도 오를 수 있는 요인이 된다는 분석도 부동산 업계에선 나오고 있어요. 어떻게 보시나요? 반론도 있기 때문에.

▷박종연 부장
부동산시장을 단기와 중기, 장기로 나눠 봐야 할 것 같은데요. 조심해야겠다 싶은 건 6개월~1년 정도예요. 1년 이상 중장기로 본다면 한국 부동산시장이 아직 공급이 상당히 부족한 시장이라고 생각돼요. 특히 정부 정책이 수요를 억제하는 데 포커싱돼 있으니까요. 이번 위기가 지나가고 저금리가 유지된다면 다시 부동산시장이 폭발할 수 있다고 봐요. 그걸 알 수 있는 수요가 전세값 아니겠어요. 전셋값이 올라온다는 건 기본적으로 주택에 대한 수요가 있다는 건데요. 최근처럼 저금리가 장기화하면 집주인으로선 전세보단 월세나 반월세를 선호할 수밖에 없잖아요. 예전보다 높은 전셋값을 요구할 수도 있고요. 결국은 수요 단에선 집에 대한 수요가 쌓이고, 지금 당장은 가수요가 사라지고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놓으니까 집값이 조금 내려갈 수 있겠지만 전셋값이 오른다는 건 수요가 쌓인다는 방증이기 때문에 분명히 그다음 사이클에선 집값이 한 번 더 크게 올라갈 가능성이 크지 않겠냐고 생각하고 있어요.

▶허란 기자
시점까지 여쭤보면 너무….
▷박종연 부장
시점까지 알면 제가 여기 없습니다. 제가 작년에 <금리는 경제의 미래를 알고 있다>는 책을 출간했는데 이 책에서 부동산시장을 간단하게 얘기했어요. 주택을 하나만 소유하고 있으면 부동산시장의 롱포지션(매입)이 아니라 중립이란 거죠. 집이 없으면 부동산시장의 숏(매도)을 취하고 있는 거죠. 롱을 취하려면 적어도 한 채 이상, 두 채가 돼야 하는 거예요. 그래서 적어도 중립 수준엔 있자. 무주택자는 숏 포지션이기 때문에 집값이 내려가는 건 잠깐이고 올라가는 게 길면 불안할 수 있거든요. 시점이 언제냐고 얘기하면 제가 여기 왜 있겠습니까. 제가 합니다. 저도 잘 몰라요. 그 시기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6개월~1년 이내에 유동성 경색에 대한 우려 때문에 부동산가격에 대한 조정이 생긴다면 여전히 집이 없어서 숏표지션을 취하고 있었던 분들은 중립, 적어도 한 채 정도로 갈 기회가 되지 않겠나 봅니다. 그 기회는 꼭 잡자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허란 기자
현금이 있으면 들어갈 수 있지만 아닌 경우엔 레버리지까지 해서 들어가는 건 위험하다, 이 말씀 하고 싶으신 거죠.

▷박종연 부장
위기라는 건 위험과 기회가 공존하는 거니까요. 단기라는 표현도 좀 조심스럽긴 한데요. 일단 코로나 전과 후라고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코로나가 종식되기 전까지는 부동산시장도 충격을 받을 것 같은데 종식이 되면 부동산도 다시 레벨업 될 가능성이 크니까요. 아직 언제 끝날지 모르니까 6개월~1년 이내엔 매물이 늘어날 수 있으니까 그때 좋은 물건들 살 기회인데요. 수중에 돈이 없으면 못 하니까 어떤 형태이든지 조정장에 좋은 물건을 살 수 있게 유동성을 마련할 때인 것 같아요.

▶허란 기자
결국엔 정말 유동성의 위기로 시작해서 유동성의 확보까지 쭉 얘기를 해주셨네요. 유동성 위기 시장에서 투자의 기회, 재테크의 전략은 유동성 확보에 있다, 기회가 왔을 때 잡아라, 이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박종연 부장
보시는 분들은 ‘말이 쉽지’라고 할 수 있어요. 그 답은 각자 찾아야 하고요. 일단 방향은 그렇습니다.
▶허란 기자
하나 더 여쭤보고 싶어요. 2006년에 집을 사서 2008년 금융위기를 겪었는데 어떻게 안 팔고 버티셨나. 자포자기 심정인지.

▷박종연 부장
그래도 부동산이 좀 버틸 수 있는 게 사용가치가 있잖아요. 정 안 되면 깔고 살면 되니까 가능했던 것 같고요.

▶허란 기자
조금 오르기 시작하면 손실은 안 보는 수준이니까 팔겠단 마음이 들 수도 있잖아요. 첫 구매 경험이라면.

▷박종연 부장
의외로 버틸 수 있었던 게 저도 그전엔 숏포지셔너였기 때문에 적어도 내 집 한 채는 있어야겠단 생각으로 버텼던 것 같아요.

▶허란 기자
이번 상승장에서 갈아타기도 하셨나요?

▷박종연 부장
다행히 그 전에 면적 대를 넓혔어요. 이 얘기만 마지막으로 하자면 요즘 보면 풍선효과 때문에 비규제지역으로 열기가 전파된 것 같아요. 특정 지역 언급은 안 할 건데요. 오히려 그쪽보단 차라리 핵심 지역이 조정받으니까 그걸 살 기회로 봐야 하는데 비규제지역 쫓아가다간 위험하지 않을까 싶습니다.▶허란 기자
많은 전문가가 그건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다고 얘기하시더라고요.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박종연 IBK 연금보험 부장님 모시고 얘기 나눠봤습니다. 감사합니다.

기획 집코노미TV 총괄 조성근 건설부동산1부장
진행 허란 기자 촬영 조민경 PD 편집 김인별 PD
제작 한국경제신문·한경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