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출금지령 속 이탈리아 대통령의 일상…"나도 이발소 못가"

코로나19 관련 대국민 녹화 영상 무편집본 '실수로' 공개
"여보게, 나 역시 이발소를 안 간다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최악의 인명피해를 겪는 이탈리아에서 대통령도 일반 국민과 마찬가지로 전국 이동제한령에 동참하고 있음을 드러낸 미편집 동영상이 공개돼 시선을 끈다. 30일(현지시간)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 일은 세르조 마타렐라 대통령이 최근 집무실이 있는 로마 퀴리날레궁에서 코로나19 관련 대국민 메시지를 영상 녹화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일어났다.

마타렐라 대통령은 카메라를 바라보며 준비한 원고를 읽다가 목에 가래가 생긴 듯 기침을 하면서 촬영이 중단됐다.

이때 한 촬영 스태프가 머리가 좀 엉클어졌다고 말하자, 마타렐라 대통령은 엷은 미소와 함께 백발을 손으로 쓸어넘기며 "여보게 나도 이발소를 못 가서 말이야"라고 답했다.
대통령 본인도 정부의 전 국민 이동제한령 방침에 따라 이발하러 나갈 수가 없다는 의미였다.

이 영상은 지난 27일 이탈리아 주요 언론의 웹사이트에 공개됐고, 뒤이어 유튜브를 비롯한 각종 소셜미디어네트워크(SNS)에 퍼지며 화제를 모았다.

퀴리날레궁 대언론담당팀이 완성된 편집본을 언론에 보낸다는 게 실수로 해당 장면이 담긴 무편집 영상을 발송한 것이다. 퀴리날레궁은 역사상 전무후무한 '어이없는' 실수에 발칵 뒤집혔지만, 세간은 오히려 마타렐라 대통령의 인간적이고 소탈한 모습을 재조명하는 분위기다.

'마타렐라'가 인기 검색어에 오르는가 하면 마타렐라 대통령을 지지하는 취지의 각종 패러디 영상도 쏟아져나오고 있다.

한 시민은 자신의 트위터에 "마타렐라 대통령이 부지불식간에 우리에게 필요한 인간성을 보여줬다. 고맙다"고 썼다.

의원내각제를 채택한 이탈리아에서 대통령은 헌법상 국가수반으로서 대체로 상징적인 역할을 수행하지만 정국이 불안정한 비상시국이나 총선 이후에는 내각구성권자 지명, 내각 승인, 의회 해산의 결정권을 가지는 등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