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신선호 호치민한국학교장 "재택수업 가능성 확인"
입력
수정
16일 개설해 학생 96% 참여…"우리 사례가 타학교에 보탬되길"
"코로나19도 배움 못막아"…학생과 매일 전화 '7×5운동'도 유치원과 초중고교 개학을 4월 6일로 미룬 상태에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우려가 줄어들지 않자 정부가 온라인 원격수업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베트남의 호치민시한국국제학교가 16일부터 원격 재택수업(KIS 온라인스쿨)을 실시해 관심을 끌고 있다. 호치민시국제한국학교의 신선호 교장은 30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휴업이 장기화함에 따라 학생과의 정서적 거리를 좁히고 학습 결손을 줄이고자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면서 "우리 학교의 사례가 모국의 각급 학교와 다른 지역 재외한국학교에 보탬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1998년 문을 연 호치민시국제한국학교는 유치원 38명, 초등학교 1천32명, 중고등학교 937명 등 재외국민 자녀 2천7명이 재학해 16개국 34개 재외한국학교 가운데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신선호 교장은 중국 북경한국학교 교사, 싱가포르한국국제학교 교감, 서울 언북중·염창중 교감 등을 지낸 뒤 지난해 2월 이곳에 부임했다. 다음은 신 교장과의 일문일답. -- 베트남의 코로나19 현황은 어떤가.
▲ 28일 오후 9시 현재 확진자는 169명이고 사망자는 없다. 다른 나라에 비해서는 괜찮은 편이나 최근 확진자 수가 계속 늘고 있어 긴장하고 있다.
당국은 자국민을 포함한 모든 입국자를 14일간 시설에 수용해 격리하고 있다.
24일부터는 다른 도시로 이동하는 것도 어려워졌다. 호찌민시는 관내 모든 학교에 대해 4월 5일까지 학생 등교 정지를 요청했다.
우리 학교 역시 3월 2일로 예정한 학생 등교일을 4월 6일로 연기했다.
-- 코로나19와 관련해서는 어떤 대책을 마련했나.
▲ '코로나19 학교 대응 관리계획'을 16일 수립해 추진하고 있으며 이날 교사 연수도 실시했다.
스쿨버스나 학교에서 2중 발열 체크를 한다.
음수대를 정수대로 바꾸고 전문업체 방역도 실시했다.
사회적 거리를 두되 교사와 학생의 정서적 거리를 좁히고자 담임교사가 매일 7명씩 5일간, 적어도 학생당 주 1회 전화로 소통하는 '7×5운동'을 펼치고 온라인 상담실도 개설해놓았다.
-- 온라인 수업을 도입한 취지는.
▲ 코로나19도 우리 아이들의 배움을 막지 못한다.
학습 결손을 메우고 학생과 교감도 나누려고 동남아 재외한국학교 중 처음 도입했다.
'KIS 온라인스쿨'이 안전과 교육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를 기대한다. -- 구체적인 진행 방식을 소개해 달라.
▲ 학년별로 온라인 학습방(유초중 클래스팅, 고등 구글클래스룸)을 개설하고 정규수업 시간표에 맞춰 오전 8시 30분부터 조회, 과목별 수업, 종례까지 진행한다.
선생님들이 제작한 동영상과 PPT 자료 등을 탑재하고 학생 과제에 대한 피드백도 제공한다.
이 사례를 교육부가 주관하는 재외한국학교 교장단 화상회의 때 공유하고 운영계획을 교육부 승인도 받았다.
-- 학생과 학부모의 반응이 궁금하다.
▲ 아이들이 좋아하고 학부모도 만족스러워한다.
온라인 수업 3일차에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대부분 응답자가 재택수업 취지에 공감했다.
학업량이나 과제 등의 반응을 토대로 교사 워크숍을 열어 수업 운영에 반영했다.
-- 불만이나 어려움을 털어놓는 응답자는 없었나.
▲ 디지털 교과서를 볼 수는 있지만 그래도 종이 교과서가 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많아 교과서를 나눠줬다.
휴대전화로 수업을 듣는 학생들과 유치원·초등학교 저학년에게는 교과서가 더욱 절실해 보였다.
당초 학년별로 학교를 방문해 갖고 가도록 했다가 학교 인근 아파트에서 확진자가 나와 가정으로 배달했다.
선생님들이 직접 교과서 꾸러미를 만들고 학생 이름과 주소를 써서 보냈다. -- 교사들은 어떤 생각인가.
▲ 짧은 시간에 KIS 온라인스쿨을 개강할 수 있었던 것은 열정적으로 준비해준 선생님들 덕분이다.
그러나 선생님들은 하루빨리 아이들과 얼굴을 맞대며 수업하기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
온라인 수업이 훨씬 더 힘들다고 입을 모은다.
수업 내용에 관한 질문과 각종 상담이 밤낮없이 들어오면 답을 해주지 않을 수 없어 피로가 쌓이고 있다.
선생님들이 지치지 않고 꾸준히 나아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속가능한 KIS 온라인스쿨'을 위해 퇴근 시간이 되면 선생님들이 온라인에서도 퇴근하라고 권고했다.
-- 인터넷 환경은 어떤가.
▲ 한국에 비하면 사정이 좋지 않다.
실시간 수업에 불참해도 불이익을 주지 않고 대체 수단을 열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수업 참여율은 96.4%에 이르는데 나머지 3.6%, 학급당 1.3명을 어떻게 보완할 지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참여율이 낮은 한국-베트남 다문화가정 자녀를 위해 베트남 현지인 보조선생님들이 메신저로 수업 내용을 전달해준다.
원격학습 취약계층을 위해 학교의 태블릿PC도 지원할 계획이다.
--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 원어민 영어 선생님들이 격려의 뜻으로 '코로나송 뮤직비디오'를 교내에서 직접 촬영해 아이들에게 보냈다.
이에 화답해 5학년 아이들이 프로젝트 학습으로 '코로나19 극복 응원 영상'을 만들어 선생님과 우리 국민에 보냈다.
격리시설에서 온라인 수업을 듣고 과제를 제출한 학생 이야기도 인상적이었다.
실시간 화상채팅 첫 수업 때 "비록 온라인이지만 담임선생님을 처음 만나는 날이어서 아침 일찍 일어나 꽃단장을 했다"는 한 여학생의 말을 전해 듣고 선생님들이 모두 함께 웃었다. -- 4월 6일부터는 온라인 수업을 중단하는가.
▲ 휴업 기간이 얼마나 길어질지 가늠할 수 없는 형편이다.
학생들이 등교하더라도 교육과정 운영 내실화를 위한 보조수단으로 KIS 온라인스쿨을 활용할 계획이다.
이번에 그 가능성을 확인한 게 큰 성과다.
-- 모국의 동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대한민국과 한국인의 저력을 믿는다.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든 분께 경의를 표한다. 우리의 이런 노력이 하나하나 모이면 코로나19가 아무리 꽃샘추위처럼 기승을 부려도 이겨내고 마침내 빛나는 우리의 봄을 만들어내고야 말 것이다. /연합뉴스
"코로나19도 배움 못막아"…학생과 매일 전화 '7×5운동'도 유치원과 초중고교 개학을 4월 6일로 미룬 상태에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우려가 줄어들지 않자 정부가 온라인 원격수업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베트남의 호치민시한국국제학교가 16일부터 원격 재택수업(KIS 온라인스쿨)을 실시해 관심을 끌고 있다. 호치민시국제한국학교의 신선호 교장은 30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휴업이 장기화함에 따라 학생과의 정서적 거리를 좁히고 학습 결손을 줄이고자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면서 "우리 학교의 사례가 모국의 각급 학교와 다른 지역 재외한국학교에 보탬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1998년 문을 연 호치민시국제한국학교는 유치원 38명, 초등학교 1천32명, 중고등학교 937명 등 재외국민 자녀 2천7명이 재학해 16개국 34개 재외한국학교 가운데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신선호 교장은 중국 북경한국학교 교사, 싱가포르한국국제학교 교감, 서울 언북중·염창중 교감 등을 지낸 뒤 지난해 2월 이곳에 부임했다. 다음은 신 교장과의 일문일답. -- 베트남의 코로나19 현황은 어떤가.
▲ 28일 오후 9시 현재 확진자는 169명이고 사망자는 없다. 다른 나라에 비해서는 괜찮은 편이나 최근 확진자 수가 계속 늘고 있어 긴장하고 있다.
당국은 자국민을 포함한 모든 입국자를 14일간 시설에 수용해 격리하고 있다.
24일부터는 다른 도시로 이동하는 것도 어려워졌다. 호찌민시는 관내 모든 학교에 대해 4월 5일까지 학생 등교 정지를 요청했다.
우리 학교 역시 3월 2일로 예정한 학생 등교일을 4월 6일로 연기했다.
-- 코로나19와 관련해서는 어떤 대책을 마련했나.
▲ '코로나19 학교 대응 관리계획'을 16일 수립해 추진하고 있으며 이날 교사 연수도 실시했다.
스쿨버스나 학교에서 2중 발열 체크를 한다.
음수대를 정수대로 바꾸고 전문업체 방역도 실시했다.
사회적 거리를 두되 교사와 학생의 정서적 거리를 좁히고자 담임교사가 매일 7명씩 5일간, 적어도 학생당 주 1회 전화로 소통하는 '7×5운동'을 펼치고 온라인 상담실도 개설해놓았다.
-- 온라인 수업을 도입한 취지는.
▲ 코로나19도 우리 아이들의 배움을 막지 못한다.
학습 결손을 메우고 학생과 교감도 나누려고 동남아 재외한국학교 중 처음 도입했다.
'KIS 온라인스쿨'이 안전과 교육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를 기대한다. -- 구체적인 진행 방식을 소개해 달라.
▲ 학년별로 온라인 학습방(유초중 클래스팅, 고등 구글클래스룸)을 개설하고 정규수업 시간표에 맞춰 오전 8시 30분부터 조회, 과목별 수업, 종례까지 진행한다.
선생님들이 제작한 동영상과 PPT 자료 등을 탑재하고 학생 과제에 대한 피드백도 제공한다.
이 사례를 교육부가 주관하는 재외한국학교 교장단 화상회의 때 공유하고 운영계획을 교육부 승인도 받았다.
-- 학생과 학부모의 반응이 궁금하다.
▲ 아이들이 좋아하고 학부모도 만족스러워한다.
온라인 수업 3일차에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대부분 응답자가 재택수업 취지에 공감했다.
학업량이나 과제 등의 반응을 토대로 교사 워크숍을 열어 수업 운영에 반영했다.
-- 불만이나 어려움을 털어놓는 응답자는 없었나.
▲ 디지털 교과서를 볼 수는 있지만 그래도 종이 교과서가 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많아 교과서를 나눠줬다.
휴대전화로 수업을 듣는 학생들과 유치원·초등학교 저학년에게는 교과서가 더욱 절실해 보였다.
당초 학년별로 학교를 방문해 갖고 가도록 했다가 학교 인근 아파트에서 확진자가 나와 가정으로 배달했다.
선생님들이 직접 교과서 꾸러미를 만들고 학생 이름과 주소를 써서 보냈다. -- 교사들은 어떤 생각인가.
▲ 짧은 시간에 KIS 온라인스쿨을 개강할 수 있었던 것은 열정적으로 준비해준 선생님들 덕분이다.
그러나 선생님들은 하루빨리 아이들과 얼굴을 맞대며 수업하기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
온라인 수업이 훨씬 더 힘들다고 입을 모은다.
수업 내용에 관한 질문과 각종 상담이 밤낮없이 들어오면 답을 해주지 않을 수 없어 피로가 쌓이고 있다.
선생님들이 지치지 않고 꾸준히 나아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속가능한 KIS 온라인스쿨'을 위해 퇴근 시간이 되면 선생님들이 온라인에서도 퇴근하라고 권고했다.
-- 인터넷 환경은 어떤가.
▲ 한국에 비하면 사정이 좋지 않다.
실시간 수업에 불참해도 불이익을 주지 않고 대체 수단을 열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수업 참여율은 96.4%에 이르는데 나머지 3.6%, 학급당 1.3명을 어떻게 보완할 지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참여율이 낮은 한국-베트남 다문화가정 자녀를 위해 베트남 현지인 보조선생님들이 메신저로 수업 내용을 전달해준다.
원격학습 취약계층을 위해 학교의 태블릿PC도 지원할 계획이다.
--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 원어민 영어 선생님들이 격려의 뜻으로 '코로나송 뮤직비디오'를 교내에서 직접 촬영해 아이들에게 보냈다.
이에 화답해 5학년 아이들이 프로젝트 학습으로 '코로나19 극복 응원 영상'을 만들어 선생님과 우리 국민에 보냈다.
격리시설에서 온라인 수업을 듣고 과제를 제출한 학생 이야기도 인상적이었다.
실시간 화상채팅 첫 수업 때 "비록 온라인이지만 담임선생님을 처음 만나는 날이어서 아침 일찍 일어나 꽃단장을 했다"는 한 여학생의 말을 전해 듣고 선생님들이 모두 함께 웃었다. -- 4월 6일부터는 온라인 수업을 중단하는가.
▲ 휴업 기간이 얼마나 길어질지 가늠할 수 없는 형편이다.
학생들이 등교하더라도 교육과정 운영 내실화를 위한 보조수단으로 KIS 온라인스쿨을 활용할 계획이다.
이번에 그 가능성을 확인한 게 큰 성과다.
-- 모국의 동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대한민국과 한국인의 저력을 믿는다.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든 분께 경의를 표한다. 우리의 이런 노력이 하나하나 모이면 코로나19가 아무리 꽃샘추위처럼 기승을 부려도 이겨내고 마침내 빛나는 우리의 봄을 만들어내고야 말 것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