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 더 연기했다지만…학교도 학생도 준비 안된 '온라인 개학'

원격수업 들어본 중고생 0.3%…경험·기기 부족에 소외계층 지원도 미지수
정규 수업으로 인정 처음…교사들 "시간 벌었지만 학습 결손 불가피"
정부가 학교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고자 '온라인 개학'을 결정하면서도 개학일을 4월 6일에서 9일 이후로 한 차례 더 미룬 이유는 일선 학교 현장의 원격수업(온라인 수업) 준비가 충분하지 않다는 우려 때문이다.정세균 국무총리는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 모두발언에서 "온라인 형태 개학을 유력하게 고려하고 있다"며 "4월 9일부터 순차적으로 개학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로 개학일이 연기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앞서 원래 3월 2일인 개학일을 3월 9일, 3월 23일, 4월 6일로 세 차례 연기했었다.학교 현장에서는 "원격수업을 준비할 시간을 사흘 더 벌었다"며 일단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분위기다.

우리나라는 정보통신(IT) 강국답지 않게 초·중·고교 현장에서 원격수업을 진행해본 경험이 극히 드물다.

한국교육개발원이 2018년 발간한 '중등교육 온라인 개방형 교육체제 구축 방안'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중·고교생 중 원격수업을 들어본 경험이 있는 학생은 0.3% 안팎에 불과하다.2018년 기준으로 중학생의 0.26%(133만4천288명 중 3천494명), 고등학생의 0.35%(153만8천576명 중 5천449명)만이 원격수업을 들었다.

학교 수 기준으로도 2018년에 원격수업이 있었던 학교가 중학교 18.9%(3천214곳 중 610곳), 고등학교 29.5%(2천358곳 중 696곳)에 그쳤다.

원격수업이 교육부·교육청의 '시범 사업' 차원에서만 이뤄지다 보니 극히 일부의 교사·학생만 원격수업을 경험해본 것이다.이런 학교들조차 실제 정규 수업을 원격수업으로 해본 경험은 없다.

그동안의 원격수업은 법정 수업시수로 인정되지 않아 학생 자율로 듣는 교양·심화 수업으로만 열렸다.

교육부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해 온라인 수업이 불가피해지고 나서야 원격수업을 정규 수업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지난주에 부랴부랴 '원격수업 운영 기준안'을 마련해 배포했다.

운영 기준조차 처음 만들어진 상황이다 보니, 일선 학교 현장은 기본적인 인프라조차 못 갖춘 상황이다.

교육개발원이 2015년 '학교급별 교육정보화 인프라 현황'을 분석해 보니, 학교에서 구매한 지 1년 이내인 최신 컴퓨터를 보유하고 있는 비율은 초등학교 13.5%, 중학교 11.8%, 고등학교 11.3%에 불과했다.

구매한 지 1∼5년 된 컴퓨터를 보유하고 있는 비율이 초·중·고교의 55∼60%에 달했고, 구매한 지 5년이 넘은 낡은 컴퓨터를 보유한 비율도 30% 안팎이었다.

집에 컴퓨터나 스마트폰 등 온라인 수업을 들을 기기가 부족한 저소득 소외계층이나 다자녀 가정에 빠짐없는 기기 지원이 이뤄질지도 현재 미지수다.

교육부는 지난주에 "정확히 학생 몇 명이 기기가 없는지는 파악 중"이라면서 "교육청·학교에 12만여대가 비축돼있고, 1차 조사에서 3천여대가 추가로 필요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충남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시골일수록 교사 역량이나 기기도 부족하고, 가정환경 때문에 온라인 수업을 제대로 못 들을 학생이 많다"면서 "세밀한 지원책이 없으면 학습 결손과 도농 격차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