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효과 기껏해야 50억인데 1조2000억이라니… [조재길의 경제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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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전기요금 유예 효과 1조2576억"
실제 따져보니 이자 혜택 50억원도 안돼
이마저도 '적자 한전'에 부담 떠넘겨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가운데)이 지난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사회보험료 등 부담완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진영 행안부 장관, 홍 부총리,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전염병 확산 방지 차원에서 기자가 현장에 참석하지 않는 'e브리핑' 방식으로 열렸다. /기획재정부 제공](https://img.hankyung.com/photo/202003/01.22212870.1.jpg)
정부는 “이미 다양한 할인 제도가 있어 감면 조치는 고려하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만, 지금보다 요금 할인 프로그램이 더 많았던 2015년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터지자 주택용 및 산업용 전기요금을 한시 인하했습니다.정부가 내놓은 7페이지짜리 ‘사회보험료 등 부담완화 방안’을 보면, 이번 전기요금 유예에 따른 지원 효과는 총 1조2576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요금 내는 시한을 단순히 3개월 늦춰주는 것 뿐인데 왜 이렇게 효과가 크다는 것일까요.
정부의 계산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전국 소상공인은 300만5000호입니다. 이들의 월평균 전기요금을 12만5000원으로 계산했습니다. 여기에 대구·경북지역 소상공인 19만4000호의 월평균 요금 6만2500원을 더했지요. 저소득층 157만2000호가 납부하는 월평균 2만원의 요금을 합산했습니다. 그럼 1개월 기준으로 4192억원이 나옵니다. 3개월 간 유예해주기로 했으니 1조2576억원이 된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를 ‘지원 효과’로 포장하는 것은 맞지 않습니다. 1조2576억원은 단순히 ‘유예대상 최대 전기요금’일 뿐입니다. 이번 대책으로 전국 소상공인과 저소득층이 1조2000억원 넘는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란 오해를 불러올 수 있습니다.실제 혜택은 얼마나 될까요. 요금 감면이 없으니, 소상공인·저소득층이 받을 수 있는 혜택은 3개월 납부 유예에 따른 금융비용(이자) 정도입니다.
정부와 한전에 따르면 이번 대책의 대상자들이 전부 납부 유예를 선택할 때 발생하는 이자는 70억원 정도입니다. 대상자의 70%가 신청하면, ‘이자 지연 효과’가 50억원 정도에 그친다는 계산입니다. 이마저 전국 소상공인과 대구·경북 소상공인이 중복됐기 때문에 부풀려진 측면이 있지요.
정부의 발표 자료는 ‘신뢰’가 생명입니다. 총선을 앞두고 급조한 대책이더라도, 과장된 홍보가 섞여 있다면 곤란합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