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업·반일 정서' 부추기는 與 총선 홍보전략

전략홍보 매뉴얼 배포…'정책'보다 '네거티브' 치중 논란

"집값 폭등은 전 정권 탓"
'통합당 심판'에 주력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왼쪽)가 31일 국회에서 열린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회 실행회의에서 “긴급재난지원금이 아쉬운 점은 있지만 정부의 재정 여력 비축을 위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이 4·15 총선에서 반기업·반일 정서를 부추기는 홍보 전략을 마련한 것으로 31일 확인됐다. 경제 양극화, 부동산 정책 실패 등을 이전 정권 탓으로 돌리며 ‘야당 심판론’을 적극 부각하는 내용도 홍보 전략에 포함했다. 집권 여당이 정책으로 승부를 거는 대신 네거티브 공세에 치중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대외비 문서에 담긴 反야당 전략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전략본부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의 21대 국회의원 선거 전략 홍보유세 매뉴얼을 마련해 후보들에게 배포했다. 빨간색 글씨로 ‘대외주의’라고 적힌 매뉴얼에는 미래통합당을 비판하는 내용이 비중있게 담겼다. 전략본부는 “20대 국회의 초라한 성적표, 민생 외면하는 통합당을 심판해야 한다”며 통합당 심판론을 적극 활용할 것을 권했다.

전략본부는 “이명박·박근혜 정권 8년이 망친 대한민국 경제, 부의 대물림으로 인한 ‘기울어진 운동장’은 보통 사람들에게는 ‘헬조선’ 그 자체였다”며 “통합당은 재벌·대기업 중심의 실패한 낙수경제를 계속 주장하며 서민의 삶은 외면하는 ‘반쪽짜리 경제’를 고집하고 있다”고 했다.

부동산 가격 폭등에 대해서는 전 정권에 책임을 돌리는 전략을 세웠다. 전략본부는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거치는 동안 사회 양극화와 경제 불평등은 날로 심해졌다”며 “‘빚내서 집 사라’는 정책으로 집값은 폭등했고 가계부채도 치솟았다”고 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고 서울 아파트 중위 가격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문 대통령이 취임한 2017년 5월 6억635만원이던 서울 아파트 중위 가격은 지난 1월 9억원을 돌파했다.정부 정책에는 ‘자화자찬’

통합당을 ‘친일 프레임’에 가두는 전략도 제시했다. 전략본부는 “우리 국민은 이번 선거를 ‘한·일전’이라고 부른다”며 “일본의 수출규제로 한국 경제와 산업이 위협받는 와중에도 통합당은 일본에 대한 비판 대신 우리 정부 비난하기에만 몰두했다”고 했다. 이어 “통합당은 반일 감정을 선동하지 말라고 주장하며 일본 정부 편들기에 바빴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통합당은 구시대적인 종북 프레임과 철 지난 색깔론을 악용하며 국민을 분열시키는 반평화 세력”이라고도 지적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금까지 어떤 정책을 펼쳤는지 밝히고 이를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지지를 호소하는 게 여당의 정상적인 전략”이라며 “집권 여당이 내놓을 만한 정책이 별로 없기 때문에 국민의 반일 정서를 부추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정부 정책과 관련해서는 자화자찬하는 내용이 대거 담겼다. 전략본부는 “취업자 수가 늘고 있으며, 2월 고용률은 역대 최고”라고 했다. 하지만 정부 재정이 투입된 60세 이상 고령층의 단기 일자리가 늘고, 30대와 40대 취업자 수가 감소한 사실은 밝히지 않았다. 황규환 통합당 상근부대변인은 “근거 없는 네거티브와 낯 뜨거운 자화자찬, 남 탓만이 가득한 이 보고서는 후안무치를 넘어 대한민국 정치를 후퇴시키는 행위가 틀림없다”고 비판했다.

시민당, 공약 논란 일자 삭제

민주당의 비례 전담 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은 이날 정책과 공약을 내놨다가 “행정 착오”라며 철회하는 소동을 빚었다. 시민당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10대 총선 공약에는 매달 전 국민에게 60만원씩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등의 정책이 담겼다. 사회적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설익은 공약이라는 비판이 거셌다.‘한반도 좋은 이웃국가 정책’ 공약도 논란이 됐다. 시민당은 “자주국방, 한·미 동맹 강화를 두 축으로 북한의 행동에 비례해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이를 두고 김대중 정부부터 문재인 정부까지 이어지는 대북 기조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시민당은 논란이 일자 이날 오후 늦게 “비례연합에 참여한 소수정당의 공약을 기계적으로 취합한 것”이라며 “다시 공약을 내놓겠다”고 했다.

조미현/김소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