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행연습 없는 '온라인개학'…기기 부족에 수업부실도 우려

10가구 중 3가구는 컴퓨터 없어…초등 저학년·장애학생은 온라인 수업 어려워
학교·교사 간 장비·기술 격차도 문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방지와 학사일정 사이에서 고민하던 정부가 결국 꺼내든 방안은 온라인 개학이다.31일 교육부는 다음 달 9일 고등학교 3학년과 중학교 3학년을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온라인 개학을 한다고 발표했다.

온라인 개학은 한국 역사상 처음이다.

학생과 학부모, 교사는 물론이고 교육당국조차도 초유의 온라인 개학을 아무런 예행연습 없이 맞게 됐다.당국이 나름의 계획을 내놨지만 구체적이지 않아 '사각지대'가 적지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

무엇보다 온라인 수업을 들을 만한 스마트기기가 없는 학생이 걱정이다.

교육부는 "가구 소득이 중위소득 50% 이하인 교육급여 수급권자를 대상으로 한 스마트기기 및 인터넷 지원계획과 농산어촌과 도서지역 학생들이 학교시설을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큰 틀의 대책만 밝혔다.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 27일 내놓은 '2019 인터넷 이용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데스크톱이나 노트북, 태블릿PC 등 컴퓨터를 보유한 가구는 전체의 71.7%다.

바꿔 말하면 10가구 가운데 3가구는 컴퓨터가 없다는 것이다.

지역별로 컴퓨터 보유율 격차도 크다.특히 전남(51.6%)과 경남(58.5%), 강원(58.7%), 경북(59.0%) 등은 컴퓨터 보유율이 60%에도 미치지 못했다.

컴퓨터 보유율은 소득에 따라서도 크게 차이가 난다.

2018년 인터넷 이용실태조사에 따르면 소득이 400만원 이상인 가구는 컴퓨터 보유율이 95.5%에 달했지만, '100만원 이상 200만원 미만'인 가구와 100만원 미만인 가구는 각각 42.9%와 16.2%만 보유한 것으로 나타나는 등 컴퓨터를 안 가진 쪽이 오히려 더 많았다.

통계가 보여주지 못하는 부분도 있다.

집에 학생이 2명인데 컴퓨터는 1대만 있다면 두 명 중 한 명은 온라인 수업을 들을 수가 없다.

부모까지 재택근무로 컴퓨터를 써야 한다면 '컴퓨터 사용 경쟁'은 더 치열해진다.

그나마 각 가구가 가구원 수만큼 가진 전자통신기기가 휴대전화인데 학생들에게 온라인 수업을 들을 수 있는 스마트폰이 있는 경우가 의외로 많지 않다.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생은 스마트폰이 없는 경우가 더 많다.

2017년 한국미디어패널 조사 결과를 보면 고등학생과 중학생은 스마트폰 보유율이 93.5%와 92.0%였지만, 초등학교 고학년생과 저학년생은 각각 74.2%와 37.2%에 그쳤다.

교육부에 따르면 각 학교에서 학생에게 빌려줄 수 있는 스마트기기는 총 13만대 정도다.

초중고생이 545만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절대 넉넉하지 않은 양이다.

부산시교육청이 최근 초중고생을 조사해보니 스마트기기가 없는 학생이 1만1천808명이었다.

이는 부산 초중고생의 약 4%에 해당한다.

전국적으로도 스마트기기 미보유 학생 비율이 비슷하다고 치면 학교에서 스마트기기를 빌려줘야 하는 학생은 약 2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스마트기기가 있어도 온라인 수업 수강을 도와줄 보호자가 없다면 또 문제다.

온라인으로 강의를 듣는 데 익숙하고 대학입시를 앞둔 고교생은 알아서 온라인 수업을 들을 수 있지만 어린 학생들,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생들은 보호자가 없으면 온라인 수업을 듣는 게 불가능하다는 게 대부분 교사의 생각이다.

장애 학생들은 비장애 학생들보다 온라인 수업을 듣기가 몇 곱절 더 어렵다.

발달장애 학생들은 온라인 수업을 수강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청각장애 학생이나 시각장애 학생은 온라인 수업을 들을 순 있지만, 화면해설 등 지원이 부족해 수업효율이 크게 떨어진다.

상당수 온라인 수업은 화면에 교재만 뜨고 교사의 얼굴은 나오지 않는데 이러면 청각장애 학생은 교사의 입 모양을 읽을 수 없어 교사의 말을 알아듣기 몹시 어려워진다.

교육부는 "발달장애 학생에게는 원격수업에 더해 순회(방문)교육도 실시하겠다"면서 "시·청각장애 학생을 위해서는 원격수업 시 자막·수어·점자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실습이 중요한 직업계고나 예체능계 학교에서는 온라인 수업이 기존 수업의 대안이 되기 어렵다.

이미 온라인 강의로 학기를 진행하는 대학에서는 예체능 단과대나 간호대, 이공대 학생들 사이 "실습 없이 온라인 강의만 할 거면 수업료를 돌려달라"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교육부는 "직업계고에서는 '기간집중이수제'를 활용해 온라인 수업으로 이론은 익히고 차후 등교 개학이 이뤄지면 실습을 진행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학교 간, 또는 교사 간 온라인 수업 장비·기술 격차도 문제다.

2018년 교육 정보화 백서를 보면 교사당 컴퓨터 대수는 초등학교 1.4대, 중학교와 고등학교 1.5대다.

숫자는 부족하지 않지만, 학교에 설치된 대부분의 데스크톱에는 웹캠 등이 설치돼있지 않아 온라인 수업에 적합하지 않다.

교사가 개인장비를 활용하려면 학교에 무선인터넷망이 구축돼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학교·교실이 꽤 된다.

실제 교육부는 한국정보화진흥원(NIA)과 2018년부터 초등학교와 중학교 무선망 구축사업을 진행해왔는데 작년까지 2천863개교에 무선망 구축이 완료됐고 올해 3천661개교에 추가로 무선망을 구축해 사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3천600여개 초·중학교에는 아직 무선망이 없다는 이야기다.

온라인 수업 프로그램에 익숙지 못한 교사도 있다.교육부는 "원격교육 시범학교를 통해 우수사례를 발굴한 뒤 이를 다른 교원에게 공유해 원격수업 역량을 제고하겠다"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