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경식 엠블 대표 "캄보디아서 툭툭이 호출 서비스…손님 없는 낮엔 택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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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80만명 쓰는 차량호출 플랫폼 '타다'출근 시간이 지나면 택시는 한가해진다. 직장인 고객들이 일제히 자취를 감추기 때문이다. 낮 시간대의 높은 공차율은 택시업계의 오랜 골칫거리다. ‘기름값’ 벌기도 힘들다는 것을 알면서도 규정에 묶여 울며 겨자먹기로 차량을 몰아야 했다.
2017년 싱가포르서 사업 시작
한국 '타다'와는 이름만 같을 뿐
동남아시아에선 ‘타다’가 공차율 딜레마를 해결하고 있다. 2017년 싱가포르에서 시작한 모빌리티 스타트업 엠블(MVL)은 한국의 렌터카 기반 차량호출 서비스 ‘타다(TADA)’와 같은 이름의 차량호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엠블은 차량호출, 모바일 결제에서 나아가 물류시장에도 진출한 상태다. 우경식 엠블 대표는 “캄보디아에서 모빌리티, 핀테크, 물류를 연결하면 동남아의 공룡 ‘그랩’도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툭툭이로 ‘당일배송’
그랩에 도전하는 엠블의 올해 승부수는 ‘물류’다. 캄보디아에서 4월부터 ‘당일배송’ 서비스를 시작한다. 이를 위해 엠블은 수도인 프놈펜에 물류센터를 세우고 당일배송할 수 있는 물류 솔루션을 구축했다.물류를 위한 별도의 기사를 고용하는 것은 아니다. 차량호출 서비스 ‘타다’ 기사들이 그대로 택배 기사로 변신한다. 출퇴근 시간에는 승객을 태우는 운전기사들이 손님이 적어 한가한 낮 시간에는 소형 화물을 싣는 배달대행 기사가 된다.
캄보디아의 주된 교통수단인 ‘툭툭이(삼륜차)’가 프놈펜에만 3만여 대인데, 그중 1만8000여 대가 타다에 등록된 상태라 배달 수요를 감당하기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타다 기사들이 ‘투잡’을 뛸 필요 없이 타다 생태계 안에서 물류와 이동 서비스로 수입을 얻을 수 있는 셈이다.
우 대표는 “코로나19로 인해 운송 수입이 줄어든 기사들이 배송 수입을 충당할 수 있는 구조”라고 했다. 이어 “동남아는 소득이 빠르게 늘고 있는 데다 높은 스마트폰 보급률이 더해져 모바일 앱 기반 서비스를 하는 기업에 기회의 땅”이라며 “캄보디아는 글로벌 이커머스 업체도 속속 상륙해 최적화된 물류 서비스가 필요한 상황이라 물류사업을 하기에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지난해 56억원의 시리즈 A 투자를 받은 엠블은 물류사업 확장을 위한 브리지 투자 유치도 마쳤다. 올 하반기 시리즈 B 투자 유치에도 나선다. 우 대표는 “캄보디아에서 타다 점유율을 1위로 끌어올리고, 더욱 많은 이용자를 타다 생태계로 유입시키겠다”고 강조했다.
국내 진출도 타진
우 대표는 캄보디아에서 물류 서비스를 안착시키면 현재 차량호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싱가포르와 베트남에도 서비스를 확장할 계획이다. 엠블은 먼저 2018년 7월 싱가포르에서 차량호출 서비스를 시작했다. 기사 대상 플랫폼 수수료 ‘제로(0)’ 정책을 내세웠다. 기사가 버는 수입의 약 20~30%를 가져가는 그랩과 차별화를 꾀한 것이다. 대신 주행 데이터를 외부에 판매해 수익을 얻는다. 같은 해 12월 캄보디아, 다음해인 2019년 2월 베트남에서 서비스를 시작하며 덩치를 불렸다. 현재 3개국 누적 가입자는 80만 명에 이른다.
핀테크 비즈니스도 엠블의 ‘캐시카우’ 중 하나다. 신한은행과 함께 전자지갑 서비스 ‘타다페이’를 지난해 12월에 선보였다. 현지 서비스 대부분이 목적지에 도착한 뒤 별도의 앱을 열어 요금을 결제해야 한다는 점에 착안해 서비스를 개발했다. 타다 앱 내에서 비용을 지급할 수 있기 때문에 별도의 결제 앱을 열지 않아도 된다.
엠블이 동남아 시장을 집중 공략한 것은 다툼과 규제가 없어서다. 우 대표는 “이제 막 성장하는 동남아엔 ‘밥그릇’을 지키려는 기존 사업자도, 특정 산업의 활동 범위를 제한하는 법령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기존 사업자의 반발 등 돌발 변수가 많은 시장”이라며 “스타트업과 기존 사업자의 구분을 두지 않고 파격적으로 규제를 푸는 등 정부의 조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엠블은 올해 국내에서도 새로운 모빌리티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규제 이슈가 일단락될 것으로 판단해서다. 그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시행령의 윤곽이 드러나면 국내에서도 사업을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