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지원금 대상 선정에 두 달…빨라야 6월에 받을 듯"

대통령 "5월 중순 前 지급" 언급에
정부 속도 낸다지만…

정부 "지급 기준 다음주까지 정비" 발표했지만
정부 내부서도 "촉박하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긴급재난지원금(코로나지원금) 조기 집행을 위한 속도전에 나섰다. “5월 중순 전엔 지급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약속을 실현하기 위해서다. 정부는 최대 한 달이 걸려 마련될 전망이던 지급 기준을 다음주까지 정비하겠다고 31일 발표했다.

하지만 대상자 분류 작업까지 감안하면 일러야 6월에나 지급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조기 지급에만 목을 매다 근로소득 중심의 대기업 회사원은 제외되고, 임대소득이 많은 건물주는 지원금을 받는 모순이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기준 어떻게”…고심하는 정부

지난 30일 정부가 코로나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힌 대상은 1400만 가구다. 이 중 기초생활수급자와 기초연금 지급 가구 등을 제외하면 600만 가구에 대해 지급 기준과 분류 작업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지급 기준도 납득할 만한 것이어야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제 피해가 불어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가능한 한 빨리 집행돼야 한다.문제는 합리성과 시급성의 조화가 말처럼 쉽지 않다는 점이다. 합리적인 기준을 정하려면 재산 반영이 필수다. 근로소득만 기준으로 하면 서울 강남구에 20억원 넘는 아파트를 보유한 가구가 소득이 적다고 지원금을 받고, 신도시 아파트 전세에 거주하는 맞벌이 직장인이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재산과 소득을 합쳐 하위 70%에 해당하는 분들이 받는 것이 사회적 형평에 맞다”고 밝힌 이유다.

하지만 정부 내부에서조차 “재산을 제대로 반영해 기준을 마련하려면 다음주는 촉박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복지부 관계자는 “국세청 과세 정보 등 정부 내부 자료만으로 기준을 정한다 해도 두 달은 걸린다”며 “2018년 아동수당 기준 수립 때도 두 달이 걸렸다”고 했다.

정부는 최대한 빨리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건강보험료 납입 정보 활용을 검토하고 있다. 자영업자, 은퇴자 등 지역가입자는 건보료 산정 때 부동산·금융자산 규모를 보기 때문에 건보료에 재산 수준이 반영돼 있다. 하지만 직장가입자의 건보료에는 재산과 관련된 데이터가 전혀 반영돼 있지 않아 새로 생성해야 한다는 점이 문제다.국세청의 지난해 소득세 정보 등을 바탕으로 소득 기준을 마련하고, 조사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재산은 간소화해 반영하는 방식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하지만 이 방식 역시 형평성 시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부동산은 국세청 정보에 상당 부분 반영되는 데 비해 금융자산은 추적이 어렵다. 공시가격 9억원인 아파트를 보유했지만 금융소득은 없는 사람은 탈락하고, 부동산은 5억원 정도지만 금융자산이 9억원 있는 사람은 선정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서울시는 중위소득 100% 이하 가구 중 일부인 117만7000가구에 30만~50만원의 재난긴급생활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31일 서울의 한 주민센터에서 주민이 재난긴급생활비 지원 상담을 받고 있다. 뉴스1
행정비용만 2000억원 넘을 수도

시기를 최대한 앞당기더라도 이 과정에서 행정비용이 2000억원을 넘을 전망이다. 2018년 9월 아동수당 지급 당시 상위 10%를 제외하고 지급하기 위해 소요된 정부의 행정비용은 700억~1400억원에 이르렀던 것으로 추산된다. 분류 과정의 추가 인건비와 조사비용 등을 모두 합친 것이다.분류 과정에서 2개월 안팎의 기간이 소요될 수 있어 5월 지급은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15일 총선도 걸림돌이다. 그 이후에나 코로나지원금 관련 추가경정예산안을 심의할 수 있어서다. 정부가 일러야 5월 초는 돼야 코로나지원금 신청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는 이유다. 신청 접수 과정에도 많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1400만 건이 넘는 신청서가 읍·면·동 주민센터에 쇄도하며 행정이 마비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 관계자는 “접수를 하고 신청자가 제출한 소득, 재산 자료가 맞는지 검증하는 데도 한 달 이상 걸릴 것”이라고 했다. 자칫 코로나지원금 지급이 하반기인 7월 이후에나 가능할지 모른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서민준/노경목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