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흐르는 아침] 알레그리 '미제레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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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17세기 로마 교황청 소속의 음악가 그레고리오 알레그리가 작곡한 ‘미제레레’(1638)는 처음부터 굉장히 성스러운 곡으로 인식됐다. 그래서 수난절에 시스티나 대성당에서만 연주가 허락됐고 악보 반출도 금지됐다.
1770년 14세의 모차르트가 이 곡을 한 번 듣고 암기해 악보로 기록했다는 일화가 유명한데, 여기에는 천재성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과장이 섞였을 것 같다. 합창 5성부, 독창 4성부의 총 9성부가 12분 이상 노래하는 곡이긴 하나 규칙과 반복이 있으므로 약간의 메모와 함께 듣는다면 나중에 악보로 기록할 만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공식 출판은 금지됐지만 그전부터 필사본 악보가 돌아다녔다는 얘기도 있다.라틴어 ‘Miserere mei, Deus’로 시작하는 가사는 ‘신이여, 저를 불쌍히 여기소서’라는 뜻이다. 부정을 저지른 다윗이 참회하는 시편 51편에서 따왔다. 르네상스풍의 복잡한 다성음악 양식으로 펼쳐지지만 그보다 신비로운 분위기가 영혼의 정화를 안겨준다. 요즘 더욱 필요한 곡이다.
유형종 < 음악·무용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