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마스크 대란' 조짐…프랑스 의사, 누드 시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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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 부족…프랑스 60대 의사 "우리가 총알받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전 세계가 '마스크 대란'에 빠질 위기에 처했다. '마스크의 예방 효과가 없다'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를 뒤로하고 유럽 미국 등에서도 뒤늦게 마스크 착용을 권장하면서다. 프랑스에선 한 60대 의사가 의료용 마스크 품귀 현상을 비판하며 누드 시위까지 벌였다.
독일 소도시, 마스크 의무…WHO 권고 무시
WP "미 CDC, 마스크 착용 권장 검토"
◆60대 의사 "우리가 총알받이"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프랑스 현지 마스크 제조공장을 방문해 "코로나19 확산으로 병원과 간병인들의 마스크 및 인공호흡기 수요에 급격히 늘고 있다"며 "연내 외국에 의존하지 않도록 의료용 마스크를 공급하도록 국내 생산을 늘리겠다"고 말했다. 마크롱 정부는 마스크 구매와 각종 의약품 공급을 위해 40억유로(약 5조3600억원)의 특별예산을 배정했다.
프랑스가 정부 차원에서 마스크 확보에 나선 건 그만큼 공급 부족이 심하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코로나19 확진자는 이날 기준 5만2000명을 웃돈다. 마크롱 대통령은 "현 상태로는 일주일에 최소 4000만개 이상의 의료용 마스크가 필요한데 현재 공급량은 1500만개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앞서 프랑스 정부는 지난 28일 중국에 마스크를 10억장 주문했다. 타이어 제조업체 미쉐린, 자동차 부품업체 포레시아 등도 마스크 생산에 나섰다.
프랑스 의료업계는 마스크 공급 부족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프랑스 남부 포메롤의 60대 의사인 알랭 콜롱비에는 본인의 페이스북에서 '총알받이'라고 적은 붕대를 이마와 팔에 묶고 누드 시위까지 벌였다. 유럽에선 일반인들의 마스크 착용도 느는 추세다. 그동안 유럽 지역에선 코로나19 확산에도 불구하고 WHO의 권고대로 의료진을 제외한 일반인들은 거의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 이날 독일 동부 튀링겐주의 소도시 예나는 공공장소에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독일에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한 곳은 예나가 처음이다. 오스트리아와 체코 정부는 이미 공공장소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다.
◆WP "미 CDC, 마스크 착용 권장 검토"
'마스크 무용론'을 주장했던 미국 보건당국도 착용 권고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전면적 마스크 사용이 바이러스 확산을 줄일 수 있다는 내부 보고서를 마련해 최근 백악관에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이 보고서에는 입과 코를 가리는 면 마스크로도 무증상 감염자들의 바이러스 전파를 막을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스카프 대용론'을 내놨다. 그는 이날 코로나19 브리핑에서 '모든 미국인이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권장하겠느냐'는 질문에 "내가 느끼기로는 사람들이 그렇게 하길 원한다면 분명히 해로운 것은 없다"며 "나가서 마스크를 구하기보다는 스카프를 써라"고 말했다.
미국 최대 유통업체인 월마트는 "마스크 착용을 원하는 직원들에게 마스크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미국 내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마스크 무용론의 타당성을 의심할만한 이유가 생겼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마스크 착용 권고가 혼란만 부추길 것이라고 우려한다. 마이클 라이언 WHO 긴급준비대응 사무차장은 전날 "올바르지 않은 방법으로 마스크를 쓰거나 벗으면 오히려 손이 오염될 수 있다"며 "아프지 않다면 마스크를 착용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