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유럽서 "제발 수출해달라"…몸값 높아진 韓 진단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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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키트 기술력 인정“유럽에서 수젠텍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키트 통합규격(CE) 인증서를 위조한 사례가 확인됐다. 주의해달라.”
한국기업 사칭 사기도 등장
국내 체외진단기기업체 수젠텍은 지난달 26일께 유럽 CE 인증기관으로부터 긴급 메일을 받았다. 수젠텍의 인증을 사칭하는 업자가 있으니 조심하라는 내용이었다. 이 회사는 홈페이지에 올렸던 CE 인증서를 즉시 삭제하고 정품 인증 시스템을 구축했다. 유럽 내 한국 코로나19 진단 기업의 위상을 보여준 장면이다.국내 진단 기업을 향한 각국 정부의 러브콜이 잇따르고 있다. 중국산 등에 비해 정확도가 높은 데다 진단에 필요한 물질을 국산화하는 등 높은 기술력을 인정받으면서다.
박한오 바이오니아 대표는 최근 루마니아 의회 부의장으로부터 감사 편지를 받았다. 이 회사의 코로나19 RT-PCR 진단키트인 ‘아큐파워’를 루마니아에 공급하기로 결정해줘 고맙다는 내용이다. 업체는 550만 건 분량의 코로나19 진단키트를 유럽, 중동, 남미 등 40여 개국에 수출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RT-PCR 진단키트에 사용되는 효소와 형광물질 등을 모두 자체 개발했다. PCR 진단키트에 들어가는 시약은 특정한 유전자 증폭을 위한 물질인 프라이머, 각종 효소, 형광물질 등으로 구성된다. 이런 원료를 모두 자체 개발한 곳은 드물다.지난달 31일 국산 코로나19 면역검사 제품으로는 처음 수출 포문을 연 수젠텍은 이달 중순까지 생산 규모를 주당 10만 개에서 50만 개로 5배로 늘릴 예정이다. 이 제품은 이탈리아 스페인 필리핀 인도네시아 브라질 등에서 수출 요청이 빗발치고 있다. 피 한 방울로 10분 만에 감염 여부를 판별할 수 있는 장점 때문이다. 6시간 걸리는 국내 표준 검사법인 PCR 검사보다 훨씬 빠르다. PCR 검사장비가 부족한 해외에서 주문이 많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수젠텍 관계자는 “대구 지역 확진자 250명의 검체를 활용해 PCR 검사법과 비교했는데 양성은 92%, 음성은 99% 일치도를 보였다”고 했다. 진단검사의학회 등에서 주장하는 면역검사 정확도 50~70%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이 관계자는 “장기간 공급계약을 맺고 제품을 공급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코로나19 진단키트는 수요가 폭증해 공급계약 체결 없이 생산계획에 맞춰 선금을 받고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