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수에 금품 전달한 사업가 "가족 같아 순수하게 도와준 것"

사업가 "유재수는 직접 부탁 못하는 성격"
"애로점 슬쩍 말하면 알아서 해결해 줬다"
금융위원회 재직 당시 업체들로부터 뇌물 등을 받고 편의를 봐줬다는 의혹을 받는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이 지난해 11월 27일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법으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유재수(56)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게 아파트 구매대금을 무이자로 빌려주고 그 중 일부를 못 돌려받은 신용정보회사 회장이 뇌물이 아니라는 취지의 증언을 했다.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손주철)는 1일 뇌물수수 등 혐의로 기소된 유 전 부시장의 4차 공판을 진행했다.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윤 모(71) 신용정보회사 회장은 본인이 유 전 부시장과 20년간 알고지낸 사이라고 주장했다.

윤 씨는 "(유 전 시장에게 금품을 전달한 것은)순수한 마음으로 베푼것 뿐"이라며 "유재수와 저는 가족 같다. 먼 친척보다 훨씬 가깝다. 잘되는 걸 뒤에서 바라보는 취지였다. 지난해인가 유재수 얼굴이 화사해서 이유를 물었더니 '아버님 같은 회장님이 추천해줘서 공무원 생활하며 이거(아파트) 하나 남았다'고 자랑을 하더라"고 말했다.

윤 씨는 2011년 유 전 부시장의 장모 계좌로 현금 200만원을 송금한 이유에 대해서는 "유재수가 워싱턴에 있을 때 거기에 제가 아는 금융인과 언론인이 있었다"며 "저보고 놀러오라고 계속 그래서 도저히 시간이 안 되니 사람들과 식사나 하라고 200만원을 보내준 사실이 있다"고 했다.유 전 부시장이 지정한 사람들에게 유 전 부시장 명의로 명절 선물을 보낸 것에 대해서는 "내가 먼저 '선물을 보내줄 사람이 있느냐'고 물었다"고 증언했다.

윤 씨는 "유재수는 직접 부탁을 못하는 성격"이라며 "유재수가 지나가는 말로 애로점을 말하면 내가 어떻게 해야 도와줄 수 있을까 생각했다. 친척보다 가깝게 지냈고 저는 제 손주 진로도 상의할 정도로 특별한 관계였다"고 주장했다.

윤 씨는 유 전 부시장의 저서를 3차례 사서 다시 책을 유 전 부시장에게 보낸 것에 대해서도 "한번 정도는 유재수가 제게 이야기를 한 것 같다"며 "부산 경제부시장으로 있을 때 통화하다가 애로점 있으면 말하라고 했더니 책 이야기가 슬쩍 나오는 것 같아서 내가 '그럼 책을 사서 사인해서 지인들에게 나눠주라'고 했다"고 밝혔다.유 전 부시장의 두 아들들에게 준 돈은 "손자처럼 생각해서 준 용돈이었다"고 말했다.

윤 씨는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은 일로 알았는데 이렇게 파급이 클줄 몰랐다"며 "좀 더 투명하고 절제하면서 한계를 그으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여러가지 심려를 끼쳐 드려 죄송하다"고 했다.

한편 유 전 부시장은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 시절 감독 대상 업체들로부터 각종 금품을 받은 혐의가 인정돼 지난해 구속됐다.김태우 전 청와대 특감반원 폭로에 따르면 당시 청와대는 유 전 부시장의 비위 상당 부분을 확인했지만 감찰을 중단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