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결 임박說 나돌던 韓·美 방위비 협상 '막판 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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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가선 "잠정타결" 무드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금협정(SMA) 체결을 놓고 한·미 양국 간 막판 신경전이 팽팽하다. 협상 타결 지연으로 1일부터 무급휴직에 들어간 주한미군 내 한국인 근로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양측 협상단이 지난주부터 절충점을 적극 모색해왔지만, 견해차가 가장 큰 분담금 총액 부분에서 최종 합의를 도출하는 데 진통을 겪고 있다. 미국이 한국 정부에 강하게 요구해왔던 ‘전략자산 전개비용’ 분담 여부가 협상 타결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 공조로 분위기 급반전
美, 당초 50억弗서 대폭 낮춘 듯
협정 유효기간도 1년→5년 가닥
靑 "협상 진전 있는 건 사실"
분담금 총액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이날 정부에 따르면 한·미 양국이 방위비 분담금 총액을 놓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양측이 상당 부분 의견 차를 좁힌 것으로 알고 있다”며 “총액 등 일부 항목을 놓고 서로 밀고 당기는 협상을 이어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정부 관계자도 “협상단이 조속한 협상 타결에 대한 공감대를 이루고 막판 의견 교환을 시도하는 것 같다”며 “협상 전반에 대한 양국 정상 간 최종 승인 절차가 남았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도 “(협상에) 진전이 있는 건 사실인 것 같다”고 했다.
이날 오전 한때 정부 안팎에서는 한·미 방위비 협상 ‘잠정 타결’ 소식이 돌기도 했다. 지난달 24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대응을 위해 이뤄진 양국 정상 간 통화에서 방위비 협상 얘기가 자연스럽게 오갔고, 코로나19 대응에 집중하는 차원에서 양국이 방위비 협상을 타결하기로 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그러나 이날 오후 다시 분담금 총액을 둘러싼 양국 간 견해차가 여전하다는 얘기가 흘러나오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10%+α’ 인상 가능성 커양국 간 협상의 가장 큰 쟁점은 분담금 총액이다. 1991년 이후 작년까지 진행된 10차례의 한·미 방위비 협상에서 분담금 총액은 매번 2.5~25.7% 늘어났다. 미국은 작년 9월 시작된 11차 SMA 협상에서 작년(1조389억원)의 여섯 배에 가까운 50억달러(약 6조1500억원)를 제시했다가 작년 말 40억달러(약 4조9200억원) 안팎으로 낮췄다.
이에 한국 정부는 전년 대비 ‘10%+α’의 인상률을 내세워 지난 6개월여 동안 협상이 난항을 겪었다. 정부 관계자는 “협상 타결 선으로 예상되는 총액은 미국이 내세운 40억달러에 한참 못 미치는 규모”라고 전했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오는 11월 예정된 대통령선거에서 방위비 협상 성과를 자신의 치적으로 과시하기 위해 강경한 입장을 고수해 왔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올해 일본과의 방위비 협상을 시작하는 등 다른 국가와의 방위비 협상을 줄줄이 앞둔 미국으로선 한국과의 협상 결과가 새 협상의 기준이 될 수밖에 없는 만큼 최종 타결을 앞두고 고심이 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협상 적용기간 ‘5년’ 가닥
SMA 협상 주요 쟁점 중 하나였던 협상 적용 기간에 대해선 양측이 ‘5년’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5년에 한 번 협상을 한다는 얘기다. 한국 정부는 잦은 협상에 따른 총액 인상 가능성을 이유로 들어 ‘3~5년’의 다년 협상 필요성을 주장해왔다. SMA 유효기간은 1991년 1차 협정 이후 초기 2∼3년에서 최근 8∼9차 협정은 5년으로 이뤄졌다. 직전 10차 협정은 미국 측 제안에 따라 적용기간이 1년으로 짧아졌다.전략자산 전개 비용 분담 여부도 양측이 해결해야 할 마지막 난제다. 미국은 방위비 분담금에 한국에 전개하는 전략자산 비용뿐 아니라 주한미군의 순환배치, 정찰기, 정찰위성 비용과 한·미 연합훈련에 드는 비용까지 포함시키려하고 있다. 이에 우리 정부는 “방위비 분담금에는 원칙대로 주한미군 내 한국인 근로자 임금, 군사건설비, 군수지원비만 포함된다”고 맞서고 있다.
이정호/임락근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