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선거 첫날 코로나19에도 동포사회 "주권행사는 '필수'"

6일까지 매일 오천 8시∼오후 5시 투표 진행
강성철·왕길환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세계적으로 크게 확산되면서 재외국민 등록 유권자의 절반만이 참여하게 된 21대 총선 재외투표가 1일부터 시작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가 정한 재외투표 공관에서 6일까지 매일 오천 8시∼오후 5시 투표가 진행된다.

코로나19로 51개국 86개 재외공관 110개 투표소의 재외선거 사무중지돼 투표에 참여하게 된 유권자는 17만1천959명 가운데 53.2%인 9만1천459명이다.

이날 오전 일찍 호주 시드니 총영사관에서 투표를 마친 박성덕 씨는 "코로나19로 외출하기가 께름칙했지만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하는 주권행사라 서둘러 투표하러 나왔다"며 "소독제로 손을 소독한 후 투표소 안에 들어가 기표하고 나왔다. 투표장에서도 '사회적 거리 두기'를 잘 지키는 것 같아 안심하고 귀가했다"고 말했다.

일본 도쿄 미나토(港)구 한국중앙회관에 마련된 투표소를 찾은 이명호 씨는 "투표는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에게나 부여된 권리이자 의무라는 생각에 점심시간을 이용해 방문했다"며 "해외에 살아도 고국이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모두 같기에 소신껏 투표했다"고 말했다.

오전에 투표를 마친 양향자 씨도 "도쿄(東京)가 봉쇄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주변의 지인들도 혹시라도 투표가 중단될까 싶어 오늘 다 투표를 했다"고 소개했다.
8천628명으로 유권자 등록을 가장 많이 한 베트남 호찌민의 김종각 한인회장은 "어제 베트남 총리 담화로 15일까지 2인 이상 모이는 게 금지돼 각자 개인 차량을 이용해 투표장을 찾고 있다"며 "3곳에 개설하려던 투표소도 총영사관 한 곳으로 줄어들어 투표율 하락이 걱정됐는데 기대 이상으로 유권자들이 투표장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에서는 한인 유학생이 대거 귀국한 데다, 상당수 이들이 한국에 나갔다가 입국 금지 또는 자가격리로 공관 투표를 할 수 없게 되면서 투표율이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5천994명으로 유권자 등록 5위인 상하이(上海)의 박상윤 한인회장은 "코로나19로 한국에 머무는 1만5천여명의 유학생과 귀국 못 하는 한인 등이 고국서 '귀국투표'를 할 예정이라 공관 투표율은 줄어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날 투표소에 첫 번째로 입장한 박 회장은 "상하이에선 식당이나 공동시설 등 모두 정상적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모두 조심하는 분위기"라며 "투표장에서는 발열 체크 후 손 소독을 하고 비치된 일회용 비닐장갑을 끼고 기표를 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인근 저장(浙江)성, 안후이(安徽)성, 장쑤(江蘇)성도 상하이 공관 관할이라 먼 곳에서는 자동차로 5시간 걸려야 올 수 있다"며 "코로나19로 대중교통 이용 기피 심리도 있어 투표 참여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중국 선전(深圳)에서 2시간 30분 버스를 타고 광저우(廣州) 총영사관의 투표소를 찾은 양재완 씨는 "버스 타는 시간만 왕복 5시간이라 오를 하루 휴가를 내고 왔다"며 "차편을 구하기 만만치 않은데 한인회가 매일 버스를 운행하고 있어 다행"이라고 반겼다.
한인 1천여명이 사는 남태평양 섬나라 피지에서도 재외선거가 진행되고 있다.

피지 태권도 국가대표 감독이며, 태권도협회 수석 사범인 라상현 씨는 이날 수바에 있는 주피지 한국대사관에 마련된 투표소를 찾아 만 18세가 된 김동현 씨와 가장 먼저 투표를 했다고 알려왔다.

라 사범은 "조신희 대사와 선거관리위원들로부터 축하를 받았다"며 "오전 8시 시작된 투표에는 대사관 직원과 코이카 남태평양 사무소 직원, 한인 등 오후 3시 현재 30명이 참여했다"고 말했다.

투표소에는 코로나 19 바이러스 방역을 위해 현지 간호사 2명이 나와 열을 체크했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현지 경찰이 대기 중이라고 라 사범은 전했다.

피지의 21대 총선 국외부재자 등록자는 245명이다. 선관위는 주재국의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통행 제재가 강화되거나 투표 진행이 불가능한 지역이 발생할 경우 추가로 선거사무 중지를 내리거나 기간을 단축할 계획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