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건설공사 곳곳 '셧다운'…중동發 '수주절벽'까지 닥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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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 低유가 덮친 건설업계“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해외 공사가 중단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국제 유가 급락으로 발주까지 줄어 눈앞이 캄캄한 상황입니다.”(한 대형 건설회사 관계자)
말레이시아 등 이동제한 조치에
공사현장 운영·인력 파견 중단
중동 산유국 대규모 플랜트도
입찰·발주 잇단 연기에 '초비상'
국제 유가가 연일 급락하면서 해외 플랜트 등 수주와 공사에 빨간불이 켜졌다. 입출국과 통행이 제한돼 현장 운영이 중단되거나 대규모 공사의 입찰과 발주가 연기돼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림산업이 말레이시아 포트딕슨 지역에서 건설 중인 울사도(ULSADO) 정유공장과 삼성물산이 쿠알라룸푸르 등 다섯 곳에서 짓고 있는 복합몰·오피스빌딩 현장 운영이 중단됐다. 말레이시아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자국 내 모든 이동을 제한하는 긴급 조치를 시행했기 때문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지난달 31일까지로 예정됐던 이동 제한이 오는 14일까지로 연장됐다”며 “공사가 언제 재개될지 몰라 대책을 마련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동유럽 조지아에서 8600억원 규모의 발전소 사업을 수주한 현대건설은 외국인 입국 금지로 본사 인력 파견을 통한 실사를 중단했다. 작년 말 공사를 시작한 현대엔지니어링과 한국수자원공사의 솔로몬제도 수력발전소 건설 공사 현장에도 기술진의 접근이 사실상 차단됐다.아직까지는 이런 문제가 몇몇 현장에서만 나타나고 있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해외 건설현장의 손실은 급격히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HDC현대산업개발의 방글라데시 공사 현장에서는 정부가 특정 시간에만 자재 공급을 허용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 자재 부족과 공사 중단으로 인한 사업 지연, 공사비 미지급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적어도 올 상반기까지는 해외 건설의 충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전체 해외 수주의 60% 가까이를 차지하는 중동 산유국들이 유가 폭락으로 타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 발주 일정이 지연되면서 신규 수주가 어려운 상황이다. 당초 지난 2월 마감될 예정이던 카타르 수력·전력청의 민자 담수발전 프로젝트 ‘패컬티E’ 입찰은 이달 말로 연기됐다. 국내 대형 건설사들이 수주전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는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기업인 아람코의 자푸라 가스플랜트 입찰도 원래 지난달이었던 것이 다음달로 밀렸다.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