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천억 프로젝트' 방사광가속기 공모 평가 기준 놓고 논란

위치 접근성·편의성 위주 평가에다 투명성·공정성도 의심
전국 5개 지자체가 치열한 유치경쟁을 벌이는 정부의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구축사업'의 공모계획 평가 기준을 놓고 공정성 훼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평가 기준 중 일부가 수도권 인접 후보지에 유리하게 돼 있어 수도권과 먼 지역의 경우 사실상 후보지에서 배제된 것 아니냐는 불만까지 제기되고 있다.

2일 전남지역 관련 학계 등에 따르면 과학기술부는 지난달 27일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구축사업 부지 유치 공모계획 평가항목과 기준'을 공고했다.

기본요건(25점)·입지 조건(50점)·지자체 지원(25점)으로 지리적 여건 등에 가장 큰 비중을 뒀다. 다음 달 24일까지 유치계획서를 접수해 5월 초 발표평가와 현장 확인·최종평가를 통해 입지를 선정한다.

방사광가속기 유치 공모에는 인천 송도·충북 오창·강원 춘천·경북 포항·전남 나주 등 5개 지자체가 경합하고 있다.

하지만 평가 기준이 갑작스레 공고된 데다 평가지표 선정도 지자체 의견 수렴 등 절차 없이 이뤄졌고 세부 평가항목에 대한 배점을 제시하지 않아 일부에서 투명성과 공정성에 우려가 나온다. 특히 총 배점 50점이 부여된 입지 조건의 경우 6개의 세부평가항목 중 3개(시설 접근성 및 편의성·현 자원 활용 가능성·배후도시 정주 여건)가 위치나 접근성을 위주로 평가해 이는 사실상 수도권과 인접한 후보지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관련 분야 지역대학 관계자는 "방사광 가속기는 접근성이나 입지 조건보다는 성능과 운영 품질, 국가 균형 발전 등이 더 중요한데 지리적 여건에 의한 단순 입지 조건만 따지면 하나 마나 한 공모가 될 수 있고 결과는 뻔하다"고 지적했다.

유치경쟁에 뛰어든 일부 지자체도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경북 포항의 경우 10만㎡ 규모의 가속기 건립 예정지를 확보했지만, 최소 26만㎡의 대지 확보 조건이 제시돼 부지를 다시 선정해야 하는 촉박한 처지에 놓였다.

전남 나주도 위치나 접근성을 중요시한 평가 기준으로 볼때 다른 지자체보다 매우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밖에 없다.

김영록 전남지사가 이날 국가균형발전위원회에 급거 상경한 것도 방사광가속기 공모사업 평가 기준의 문제점을 지적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전남도 관계자는 "대규모 국책사업인 만큼 국가 균형 발전 측면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살펴봐야 하는 사업"이라며 "공평한 지점에서 유치경쟁을 시작할 수 있도록 기준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방사광가속기는 전자를 빛의 속도로 가속해 발생하는 X-선을 이용한다.

사람의 눈으로 볼 수 없는 물질의 기본 입자를 분석하고 관찰하는 초정밀 대형 연구 시설이다.

반도체·디스플레이·철강·의료·바이오·에너지·소재산업 등 모든 분야에서 신기술과 신시장을 창출하는데 기반이 되는 산업 SOC이다. 정부는 2022년부터 2027년까지 8천억원을 들여 4세대 방사광가속기 시설인 가속 장치동, 빔라인 40기 등 연구시설, 연구지원시설 등을 갖춰 2028년부터 운영할 계획이다.

/연합뉴스